삭막한 도시, 그러나 이곳에도 생명이 깃들어 삽니다.
재개발로 한창 건설이 진행 중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입니다.
공사를 위해 육중한 수직 가림벽이 높게 둘러쳐져 있다. 가림벽 하단은 땅에 맞닿아 있어 개미 한 마리 드나들기 힘들다. 날개가 없는 한 빠져나올 수 없는 생명의 단절벽이다.
이 지역 분들은 재개발 이전에 길고양이들에 먹이를 주며 보살펴 왔습니다. 대다수의 입주자들이 떠난 이곳은 지금 길고양이들의 해방구가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 고양이들은 자신들을 가엾게 여기며 먹이를 주는 분들에 기대어 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없으니 더 행복해 하는 모습입니다. 이 고양이들의 행복감과 더불어 보살피는 분들의 걱정은 커져만 갑니다.
특히나 라임이네 가족이 걱정입니다. 어미 라임이는 이번에 예쁜 노랑둥이를 다섯 마리 낳았습니다. 라임이가 없을 때 아기들을 보살피는 이모 냥이까지 일곱 마리의 고양이가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한신이네도 걱정되긴 마찬가지입니다. 한신이는 길에서 태어났으나 어릴때부터 사람 먹이를 얻어먹다보니 그만 사람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이제야 제 자리를 찾은 듯 사람 품에 폭 안겨있는 한신이 - 녀석이 봉양하던 '할배'를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보살피기로 했다. 가슴아픈 선택이지만, 야생인 할배를 어찌할 방법은 없고 사람을 너무 따르는 한신이는 길에서의 생활이 너무 위험하다.
중성화된 수컷인 한신이는 기특하게도 구내염이 있는 할배를 봉양하며 의지하고 살고 있습니다. 한신이의 어미 고양이인 삼색이는 이번에 다시 출산을 해서 네 마리의 약 1.5개월령 아가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어미 삼색이의 곁은 귀여운 턱시도 총각이 삼촌처럼 아기들을 보살피며 함께 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지역에는 오래전(2009년으로 추정) 버려져 야생화된 품종묘 가족들이 지역 길고양이들과 어울려 새끼도 낳으며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중에는 구내염으로 몹시 아픈 터키쉬앙고라 1세대부터, 어린 터기쉬앙고라까지 최소 10여 마리의 품종묘들이 거리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같은 아파트 지역
여기는 아직 재개발이 결정되지 않아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그동안 3~4년에 걸쳐 길고양이들에 깊은 연민을 품고 적극적으로 TNR(건강한 길고양이를 안전하게 포획, 중성화 수술해서 살던 곳에 방사후 보살피는 과정) 하시는 분이 관리하는 지역입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길고양이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아픈 아이들에게 약을 먹이고, 불임수술이 되지 않은 고양이들을 불임수술 해 왔습니다. 이렇게 불임수술 된 고양이들이 70여 마리에 이르며, 이 중 사람을 따르는 고양이나 어린 고양이 20여 마리는 모두 입양을 보내셨습니다. 한 사람의 순수한 동정심과 실천이 과연 어디까지 이를 수 있을까...? 정말 숙연해지는 자원봉사 활동입니다.
재개발로 살 곳을 잃은 고양이들은 새 삶의 터전을 찾아야만 합니다. 고양이들은 영역이나 먹이 여유가 있는 곳으로 가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너무 많은 길고양이가 있는 지역에는 도저히 정착하여 생존할 수 없습니다. 안그래도 개체수가 많은 지역에 외부로부터 다른 고양이들이 유입되면 영역 먹이싸움,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이 만연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혐오민원 증가로 학대가 유발되기도 합니다. 이런 ‘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 비극’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길고양이들을 이렇게 죽어갑니다.
라임이네 한신이네 십여마리 이상의 품종묘 가족은 어디로 가야 할까..?
지속적으로 새끼를 낳고 있는 라임이네 한신이네에게도 재개발로 삶의 터전마저 잃게 될 위기가 닥쳐왔습니다.
게다가 이들이 인근의 TNR이 된 지역으로 유입되어 이제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에 처했습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합니다. 이런 경우 해법은 무엇일까요?
적극적으로 TNR이 진행된 지역은 영역이나 먹이 자원이 다소 여유가 있습니다. 다행히 라임이네 한신이네 그리고 품종묘 가족들은 좋은 이웃을 두어 이 지역으로 확산하며 살 길을 찾는 게 가능해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왕성히 새끼를 낳고 있는 성묘들을 중성화해서, 인근 TNR 지역에 너무 많은 고양이가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계속 새끼를 낳는 삼색이와 라임이 그리고 이모냥이, 삼촌냥이, 품종묘 가족들의 포획과 중성화 그리고 입양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카라 활동가들이 지역 자원봉사자분들과 함께 포획에 나섰다. 잘 잡혀주는 녀석부터 애태우는 녀석까지 새벽까지 이어지는 포획작업이 연이어 이루어졌다.
이중에서 어미 삼색이와 삼촌 턱시도, 눈 염증 수술을 마친 4개월령 아기 냥이와 이모냥이, 그리고 이미 너무 야생화된 터키쉬앙고라 남아 한 마리를 수술 후 방사해 주었습니다.
이미 야생성이 너무 강한 터키쉬앙고라 - 이 아이는 버려진 터시쉬 앙고라 가족이 길에서 낳은 새끼로 추정된다.
눈에 염증이 심한 4개월령 아기 고양이와 어미 대신 아기냥이들을 보살피던 이모냥이가 포획되어 각각 눈 수술과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서로 의지하는 사이이니 수술후에도 함께 두고 풀어줄때도 함께 풀어주자. 이모냥이는 이제 갓 1살령으로 보이건만 이미 1회의 출산경험이 있었으며, 또다시 발정이 시작되고 있는 상태였다.
2012년경부터 매년 두세차례 새끼를 낳아 온 어미 삼색이 - 또 다시 출산하지 말고 최후로 낳은 아기들만 잘 보살피며 살수 있도록 불임수술을 해 주었다.
더이상 불쌍한 생명을 낳지 않고 어미 삼색이도 이제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만 살도록 도와주자.
방사동영상- 삼색이
방사동영상- 흰둥이
케이지가 열리자 쏜살같이 시원하게 정든 터전으로 뛰어 나가는 고양이들 - 이들에게도 분명 '삶의 권리'가 있다-
나머지 아이들은 현재 질병 치료 중이며 이미 사람에게 친화적인 아이들과 순화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은 순화 후 입양 보낼 예정입니다.
관련 게시글 보기 https://www.ekara.org/activity/cat/read/6720
어미 라임이는 안타깝게도 포획 직전 발정이 나서 아기들을 두고 영역을 떠난 것으로 보입니다. 이모냥이는 수술 결과 이미 발정이 나 있는 상태로 자칫하면 임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재개발 지역에서 포획된 고양이(총 13마리)
1. 품종묘 가족 (총 8마리)
-어미 터키쉬앙고라와 그녀의 3개월령 아기 4마리(총 5마리)
-봄베이종 사백이
-스코티쉬폴드종 레오
-야생 터키쉬앙고라 남아
- 한신이네 (총 3마리)
-한신이
-어미 삼색이( 2012년경부터 매년 2회 이상 출산해 옴, 한신이는 2013년 낳은 새끼 )
-삼촌 턱시도
- 라임이네 (총 2마리)
-이모냥이
-눈에 염증이 심한 약 4개월령 아기 냥이
(* 아기냥이 전원을 포획후 이모냥이를 포획할 수 있었으며 이후 수술이 필요한 아기 냥이를 제외한 나머지 아기냥이들은 풀어줌)
* 카라에서 해당 지역 TNR과 입양활동을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역 자원봉사자분이 3~4년에 걸쳐 카라와 협력하여 매우 적극적으로 TNR 및 길고양이 입양활동을 해 왔고, 이번 TNR과 입양활동에도 가장 핵심적인 포획전 관찰, 포획과 방사 그리고 방사 이후 보살핌을 주도적으로 해 주셨기에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라임이네 한신이네 품종묘가족을 보살피시는 분들도 이번 TNR을 계기로 지역 길고양이들의 TNR에 이후 적극적으로 임해 주시기로 약속하셨고, 모든 포획과 수술 그리고 방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함께 해 주셨습니다.
* 이후 이 지역은 지속적으로 지역 자원봉사자들을 도와 후속 TNR을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직 포획 못한 야생화된 터키쉬앙고라 품종묘들이 있고, 어미 삼색이가 낳은 아기들과 라임이, 그리고 라임이가 낳은 4개월령의 아기들이 남아 있습니다.
* 사람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든 생명을 살릴 순 없습니다. 그렇지만 합리에 기반하여 서로 도우며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정말 값진 일입니다.
관련 기사 보기 > http://v.media.daum.net/v/20150904044708408?f=o
김지윤 2015-10-21 20:27
한신이 돌봐주던 12살 아인데요.한신이 보러갈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