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장 모견으로 구조된 레몬이의 부고를 전합니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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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0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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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이는 지난 7월 폭염속에 어머어마한 규모의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되었습니다. 카라와 연대 단체가 불법 번식장 동물들을 구조하기 위해 보령으로 달려간 바로 전날 야심한 밤 번식업자가 인근의 또 다른 번식업자에게 개들을 빼돌렸습니다. 카라와 연대 단체와 마주한 업자는 번식업을 그만둔 지 오래 되었다며 오리발을 내밀었지만 밤을 새며 이어진 대치와 수색 끝에 근처 또 다른 불법 번식장을 찾아냈고 또 다른 곳에 숨겨둔 개들 포함 2곳의 불법 번식장 개들 전원을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레몬이를 비롯한 550여 마리의 개들은 극적으로 카라와 연대 단체 품에 안겼습니다.



레몬이는 이중 카라의 품으로 온 200여 마리 아이들 중 하나였습니다. 우리는 레몬이가 두 번식장 중 어떤 번식장에서 살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뜬장이었든, 비닐하우스 속 울타리 안이었든 무료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추정 나이 겨우 4살, 어쩌면 그 4년의 삶 동안 비닐하우스 밖을 벗어난 적이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레몬이는 몸이 몹시 약했습니다. 구조 이후에도 몇차례 갑자기 쓰러지기까지 했지만 특별한 질환이 발견되지는 않았습니다. 어쩔수 없이 계속 병원 신세를 지다 9월이 돼서야 더봄센터로 입소할 수 있었습니다. 구조 당시보다는 건강해졌지만, 그럼에도 레몬이는 늘 변이 좋지 못해 활동가의 애를 태웠습니다. 좋은 처방식과 약을 먹이고 각종 검사를 하며 차도를 지켜봤지만. 설사나 혈변을 보는 일이 잦았습니다. 매일 약과 함께 먹는 밥이었지만, 레몬이는 투정도 없이 잘 먹어주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다른 개들과 함께 놀이터로 나가 산책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다른 개들처럼 신나게 뛰어놀지는 않았지만, 가을의 흙냄새와 바람 냄새를 맡다가 잔디에 누워 햇빛을 쬐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레몬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던 날, 그날의 오전까지도 레몬이의 일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침밥을 먹지 않아 오후에 수의사 선생님과 상담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레몬이에게 늘상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오후가 되기 전 레몬이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병원에서 응급 처치를 받고 회생의 기미도 잠시 보였지만 레몬이는 결국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겨우 4살, 함께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레몬이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돌이켜보면 짧은 시간동안 미안한 것 투성이입니다. 약한 소화기관 때문에 간식보다 약을 더 많이 먹여야 했던 것부터 번식장에서 구조해 오면서 녀석에게 했던 '이제부터는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 것까지요.


비록 가족의 품은 아니었지만 레몬이는 그동안 돌봐주었던 많은 활동가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갔습니다. 레몬이의 마지막 가을이 그래도 따뜻하고 행복했기를, 무지개 다리 너머에선 여느 개들의 일상처럼 겨울의 눈과 봄의 꽃, 여름의 산책, 가족과 함께 하는 안온한 일상을 누리게 되길 빕니다. 사람들 때문에 박탈된 삶을 살아야 했지만 그래도 사람을 좋아했던 착한 개 레몬이의 명복을 함께 빌어주세요. 🐶 카라는 강아지 공장 철폐와 펫숍 금지를 위한 〈루시법〉 제정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카라는 국내 허가받은 번식장 속에서 반복된 출산으로 죽어가던 ‘루시’를 통해 그 참혹한 굴레를 반드시 깨고자 합니다. 도구로 착취되는 동물의 고통을 없앨 수 있도록 루시 프로젝트 20만 명 서명 캠페인에 동참해 주세요. ‘루시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20만 서명운동에 참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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