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 사연
아파트 단지를 들어서는 데 얼핏 보기에도 어딘가 심하게 아파 보이는 고양이 한 마리가 급히 다가왔습니다. 무턱대고 다가와서는 길을 막고 서성거리는 고양이를 찬찬히 살펴보니, 뺨과 입에서 피가 비치는 진물이 잔뜩 늘어져 있었습니다. 가슴팍과 앞다리, 뒷다리, 꼬리에 이르기까지 검고 딱딱하게 말라붙은 딱지 투성이의 비참한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오랫동안 못 먹었는지, 다리가 삐쭉하게 길고, 몸이 비쩍 말랐으며 특히 엉치뼈 쪽은 가죽만 걸쳐진 듯 뼈가 다 드러나 보였습니다. 가혹한 환경 속에서 병든 몸으로 먹이 활동조차 어려운 고양이를 모른 척할 수 없었습니다.
우선 물과 먹을 것을 주면서 거리를 좁혀보고자 했습니다. 굶주림과 병으로 지쳐있던 고양이는 며칠 지나지 않아 곁을 내주었습니다. 그런 고양이에게 사랑받는 ‘금쪽같은 냥이’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금동’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다음날, 금동이가 밤 사이 다른 수컷 고양이에게 물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먹는 족족 설사를 하면서도 엄청난 먹성을 보여주던 금동이가 갑자기 밥에 입도 대지 못하고, 가만히 눈을 감고 쪼그려 앉아만 있는 모습에 큰 위기를 직감했습니다. 하루이틀이 지나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병원으로 데려가기고 결심하고 친구와 함께 케이지를 준비했습니다. 케이지 안에 츄르를 넣은 후, 금동이에게 들어가라고 말했고, 마치 알아듣기라도 한 건지, 아니면 이게 살길이라는 것을 알아챈 건지, 금동이는 웅크려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케이지로 몸을 넣었습니다.
치료 및 진료 과정
병원에서 진단받은 금동이의 병명은 호산구성 육아종으로 인한 구내염이었습니다.
금동이의 입은 비정상적으로 자라난 빨간 염증세포조직과 피, 고름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어렵게 먹이를 구해 먹으면서 생긴 염증 부위가 계속해서 터지고 아물면서 금동이의 구내염은 악화되었습니다. 결국 피가 흐르고 곪고, 고름과 침이 흘러 금동이의 온몹이 흡사 오물을 뒤집어쓴 것 같이 비참한 몰골로 변했습니다.
당장 길냥이로 살아가고 있는 금동이의 현실적인 사정을 감안해 호산구성 육아종 치료보다는 먼저 시급한 구내염 치료 및 섭식장애 해결을 위해 비정상적으로 자란 입안 조직 일부를 제거하고 송곳니와 앞니를 제외한 치아를 모두 발치했습니다.
염증 제거 및 발치 수술을 한 금동이는 수술 다음날 식욕이 돌아왔고, 일주일 간의 입원 기간 동안 안정된 치료와 보호를 받으면서 점차 침이 흐르지 않고, 털이 **깨끗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병원에서 회복하길 바랬지만, 입원 스트레스가 계속되면서 과격한 그루밍 등으로 퇴원하고 친구가 임보하면서 몇 더 약을 먹인 후 원래 있던 자리로 방사를 결정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금동이가 입원해 있는 동안 향후 거처 및 보호에 대해 고민하던 끝에, 해당 아파트 관리소 측에 허락을 얻어 아파트 화단 안쪽 깊고 조용한 장소에 금동이가 지낼 수 있는 집을 마련했습니다. 사람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 통풍이 좋고 바닥과 벽이 나무와 시멘트 구조물로 둘러싸여 안정된 자리입니다. 그곳에 비바람과 습기, 열기를 차단해 줄 수 있는 길고양이용 집과 작은 사다리를 설치해 단순하지만 튼튼한 집과 캣타워를 만들었습니다.
그곳에 금동이를 풀어주니, 익숙한 자리라서인지 어색해하지 않고 주변을 탐색하며 다니다가 날이 어두워지자 준비해 둔 집에도 들어가 보고 타워로 올라가 잘 쉬었습니다. 이후 계속해서 매일 아침저녁 그 자리에서 밥을 먹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금동이는 저와 친구 두 사람의 지속적인 관리와 보호 속에 안전하게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금동이의 호산구성 육아종으로 인한 구내염은 재발 확률이 높다고 들었어서, 저희는 앞으로 꾸준히 금동이의 영양상태 개선과 질병 예방에 힘쓰면서 최선을 다해 관리하고, 금동이가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구내염이 더 악화되기 전에 금동이가 구조되어 치료를 받아 정말 다행입니다. 금동이가 다시 살던 곳에서 더 더 이상 아프지 않고,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