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애니멀호더 사건] 호더가 떠나고 쓰레기처럼 버려진 생명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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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0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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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6월, 카라는 부천에서 깡마른 프렌치불독을 비롯해 총 3마리의 동물을 애니멀호더로부터 구조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염려 속에 구조된 프렌치불독은 구조 후 24시간이 채 안 되어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함께 구조한 강아지와 고양이는 무사히 좋은 집으로 입양을 보낼 수 있었지만, 애니멀호더 임 씨가 또 펫샵에서 동물을 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카라는 임 씨를 동물학대로 고발했으나 ‘동물학대 혐의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결국 부천시청을 통해 임 씨가 제대로 집을 치우고 동물을 돌보도록 요청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임 씨에게 ‘언제든 좋으니 파양 의사가 있으면 연락하라’고 설득했고, 목격자가 되어준 시민 분들께 다시 낌새가 보이면 연락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사건은 그렇게 일차적으로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 했습니다.



호더가 떠나고, 쓰레기처럼 버려진 생명들


"개랑 고양이들 그냥 다 버려주세요."


하지만 임 씨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의 집은 다시 쓰레기장이 되었습니다. 그 엉망진창인 집을 비우기 위해 청소업체를 부르며 동물들은 모두 버려달라 주문을 넣었습니다.








쓰레기가 빼곡해 발 디딜 틈도 없는 집에는 개 2마리와 고양이 2마리가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네 마리 동물들은 잘 못 먹어 야위고 털 관리를 전혀 못 받아 온 몸에 대소변을 묻히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청소업체 담당자는 쓰레기와 다를 것 없이 취급된 동물들을 가엾게 여겨 집으로 데려가 돌봐 주셨는데, 검은 고양이는 겁을 많이 먹어 도망을 가서 잡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작년에도 임 씨의 동물학대의 목격자가 되어주었던 한 시민 분께서 이런 상황을 카라에 전달해 주셔서 다시 동물학대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제보자가 동물들을 보호한 시민 분의 연락처까지 전달 주셔서 다행히도 빠르게 연락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무지함과 무능력이 낳은 동물학대, 방치


4월 12일, 카라 활동가들은 바로 동물들을 보호 중인 시민 분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넓고 깨끗한 집에서 "그나마 집에 데려와 먹여서 살이 좀 붙었다"는, 너무 마른 동물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펫샵에서 데려와 방치해 기른 웰시코기(부부), 말티푸(초방), 페르시안 친칠라(먐미) 고양이 모두 작년에 임 씨가 펫샵에서 사 온 동물들이었습니다. 살아있음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가족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며 세 마리 동물들을 챙긴 후, 임 씨의 오피스텔로 바로 떠났습니다. 부동산 사장님과 함께 오피스텔에 들어가 냉장고 뒤에 숨어 있는 검은 고양이를 어르고 달래 구조했습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 '마쿠로쿠로스케'를 닮아 이름을 쿠로라고 붙였습니다.







카라 활동가들은 네 마리 동물들을 카라 동물병원에 데려와 검진을 했습니다. 다행히 큰 질병은 없었으나 전반적으로 너무 야윈 상태였습니다. 웰시코기 부부는 7.1kg, 말티푸 초방이는 4kg, 흰 페르시안 친칠라 먐미는 2.1kg, 검은 친칠라 쿠로는 2.2kg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막 한 살이 될 동물들 치고는 너무 적은 몸무게입니다.


특히나 쿠로는 너무 허기가 졌던지 이물질을 먹은 것 같았습니다. 검은 고양이는 장에서 금속 물질이 발견되어 내시경으로 정체 모를 물질을 꺼내는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부부 또한 무언가 잘못 먹었는지, 못 먹어서 그런지 간수치가 높아 링거를 맞아야 했습니다. 다들 귀 속은 한참 닦지 않아 너무나 시커먼 때가 가득했기에 구조 후 며칠 내내 닦아서야 겨우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계도를 약속했던 부천시청, 그러나...


18년 7월, 부천시청의 반려동물팀은 시민들의 민원과 카라의 업무협력요청에 응해 임 씨의 동물들 상태를 확인하고, 임 씨를 설득해 동물들을 데리고 동물병원에 데려가 예방접종을 맞도록 했습니다. 당시 담당자는 ‘모든 개체가 특별히 마르거나 하지 않고 활력과 식욕이 좋다’며 상황이 개선되고 있음을 고지했습니다. 부천시청은 이번 건과 관련하여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고 말했지만, 결국 ‘계도를 하겠다’는 약속은 흐지부지됐습니다.


동물보호법에는 아직 한계가 많습니다. 허술한 동물보호법의 틈을 최대한 틀어막고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합심해서, 최대한의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부천시청이 관리감독에 한계를 느꼈다면 ‘더 이상의 모니터링은 힘들다’고 고지라도 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다만 법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관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 일이 무척 귀찮고 부담스러울 수 있음을 이해합니다. 다른 ‘동물보호 담당 공무원이 동물 학대사건에 안일하게 대응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하루에도 몇 번씩 카라 사무실로 들어오니까요. 그나마 부천시청에는 반려동물팀이 있어서 초반 몇 번의 모니터링과 계도활동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반려동물팀’ 없는 지자체도 무척 많으니까요. 이렇게라도 이해해 보려는 지금의 사회가 무척 씁쓸합니다.



유일한 가족이 사라진 후 남는 동물들


애니멀호더의 경우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그 곁에 가족이 부재하고 1인 가구로서 동물들을 수집하고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임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홀로 감당하지도 못할 동물들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때문에 그의 동물들은 임 씨가 부재했을 때 ‘법적인 보호자’를 잃고, 갈 데 없는 신세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함께할 땐 서로에게 둘도 없는 가족이지만, 사람가족이 병원에 입원하거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요? 보호자 없이 혼자 집에 남게 되는 동물의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유기동물도 유실동물도 아니여서 지자체 보호소 입소 대상도 아닌 동물들, 그야말로 사각지대에 있는 생명들을 우리는 어쩌면 좋을까요.






이 고양이들은 보호자가 갑자기 경찰에 연행되면서 그대로 집에 남겨졌습니다. 경찰은 이 생명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지자체에 이 동물들의 보살핌도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들을 위해서는 구치소에 수감된 고양이의 보호자가 카라와 동물자유연대에 어렵게 사연을 전하며 보호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고양이들의 경우에는 다행히도 카라와 동물자유연대의 활동가들이 공동으로 돌봄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소유권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고양이들을 동물자유연대에서 구조했습니다.


보호자의 유고나 연행 시 말 못하는 동물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됩니다. 부천의 사례나 이 고양이들의 사례로부터, 홀로 남겨지는 아이들의 보호를 위한 방안 마련이 얼마나 절실한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 이 역할은 민간에서 버겁게 감당해 내고 있습니다. 이후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서 제대로 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동물은 장난감도 쓰레기도 아닙니다. 하루하루 펫샵과 동물번식업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카라는 강력한 법제화, 동물보호법의 개정을 넘어서서 동물권을 헌법에 담기 위한 정책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인식과 문화를 바꿀 수 있도록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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