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벼랑 끝 동물들(1) – 취약계층의 반려동물도 같이 아프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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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0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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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6



벼랑 끝 동물들 취약계층의 반려동물도 같이 아프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반려인구 1500만명 시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들이 있습니다.

 

준비 없이 시작된 반려생활과 최초 2마리 반려견의 자가번식으로 늘어난 개체수 그리고 관리 가능 범주를 넘어서며 시작된 동물 방치. 개들은 정기 예방접종은커녕 전염병 위험에 노출된 채 아파도 병원 한번 가보지 못했습니다.

 

보령의 어느 임대 아파트에 사는 이 반려가구는 스스로에 대한 돌봄도, 동물에 대한 돌봄도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배변을 치우지 못해 생긴 위생문제는 이웃과 갈등을 낳고 있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취약가구가 많습니다. 하지만 복지 사각지대에서 사회적 위험을 높이고 있는 취약가구와 그 동물을 위한 정책은 전무한 실정입니다. 이대로 외면하면 문제는 더욱 심화되어 사회에 돌아올 것입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2019년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진행된 서울시 중성화 사업 진행 과정에서 198개 취약가구를 만날 수 있었으며,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 위험군에 속하는 17개 가구를 발견한 바 있습니다.

 

*애니멀 호딩: ‘관리능력이상의 과도한 마릿수의 동물을 키우면서 적절한 보살핌을 제공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행위이나, 동물 수가 많지 않더라도 보살핌이 적절하지 못하여 동물에게 고통을 초래한다면 이 역시 호딩으로 간주되어야 함

 

당시 애니멀 호딩 위험군은 동물등록 없이 적게는 3마리에서 많게는 80마리 이상의 개나 고양이들을 가정에서 양육 중이었으며, 정기 예방접종은커녕 중성화 없이 자가 번식을 거듭하고 있거나 거듭할 위험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들은 양육 마리수를 밝히기 꺼리거나 심지어 보호자가 정확한 개체수를 모르기도 했는데 위생 문제 등으로 이웃 간 갈등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각 가정의 동물은 이미 방치 상태에 있거나 방치 위험에 놓여 있어 관리가 시급하였습니다.

 

이번에 카라가 돕게 된 보령의 취약가구 또한 애니멀 호딩 위험군에 속했습니다.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보호자는 경제적 저소득층에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자가 번식으로 증식한 개체 돌봄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개들은 모두 10마리. 동물이 아파보여도 동물병원에 갈 수 없었고, 털과 발톱 등을 손질해 주는 것조차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2인이 살기에도 좁은 공간에서 중성화를 하지 않아 분리가 필요한 10마리 개들을 돌봐야 했던 보호자는 배변 청소도 하지 못할 정도로 지쳤고 주거환경의 열악함은 악화되었습니다. 안정되지 못한 개들의 짖는 소리가 아파트에 울려 퍼졌고 이웃은 시끄럽고 냄새가 난다고 항의를 해왔습니다.




해당 취약가구는 다행히 지역 자활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 많은 동물들을 데리고서는 주거환경 개선 등 진전이 불가능했습니다. 지역 자활센터가 카라에 도움을 요청한 것은 그 무렵입니다. 취약가구의 애니멀 호딩 위험군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카라는 중성화가 급선무라고 판단, 충남수의사회의 도움을 받아 중성화 연계 활동을 시작하였고, 지역의 동물병원에서 10마리 전원 중성화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보호자로부터 2마리는 반려견으로 잘 키우기로 약속을 받은 뒤 지난 326일 남은 8마리를 구조하였습니다.

 

보라, 보성, 보검, 보미, 보석, 보울, 사랑, 행복이는 그렇게 카라의 품으로 왔습니다. 이 가운데는 1세대 개체들이 소수 섞여 있고 1세대의 연령은 7세로 추정됩니다. 특히 보석이의 경우, 상태가 좋지 않아 보여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카라의 정밀검진 결과 탈장 진단을 받고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탈장 부위는 크고 심각했으며 수술을 받기 전까지 말은 못하지만 그동안 얼마나 큰 아픔을 참아왔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습니다.


아픈 몸을 치료해주고카라 더봄 센터에서 차분한 환경을 조성해 주니 새로운 가능성도 싹틉니다생전 처음인 듯 긴 발톱을 자르고 털을 다듬고 몸을 씻기자 보령 구조견들의 용모가 빛나기 시작했습니다한 마리한 마리가 온 사랑을 다 받아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탈장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보석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취약가구의 애니멀 호딩 문제

 

보령 취약가구는 사람과 동물의 복지 모두가 위협 받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애니멀 호딩 위험군에 중성화 등 즉각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결국 해당 가구뿐만 아니라 사회에 더 큰 위험과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이번 보령 취약가구는 카라의 개입을 통하여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동물의 상황을 개선시키고 지역 자활센터의 도움을 받아 문제의 악순환을 끊는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취약가구 애니멀 호딩 위험군에 대한 정책은 전무합니다. 취약가구 동물보호 사각지대 문제가 자주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고 있지 않으며 보건복지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모두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취약가구 동물 관련 문제가 터질 때마다 민간단체에 도움이 요청되고 있습니다만, 민간단체의 자원은 지극히 한정적이며 정책적 대안 없이 반복되는 문제는 민간단체가 붙는다한들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습니다. 취약가구 반려동물 문제는 많은 경우 자발적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방치·학대 소지가 있음을 인지하고, 이것이 심각한 애니멀 호딩으로 커져서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예방적 혹은 최소한 발견 즉시 중성화 지원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번 보령 사례는 지역 자활센터의 사회복지사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신속히 민간단체에 조력을 구함으로써 대규모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을 예방한 사례입니다. 그러나 이런 민간을 통한 지원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반려동물이라고 해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물을 양육하는 취약계층의 문제로 간주, 이를 제도권으로 포섭하여 사례관리를 지속하며 모니터링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부가 진정한 상생복지를 원한다면 취약가구 애니멀 호딩 위험군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맞지 방기해서는 아니 될 일입니다. 지속적으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애니멀 호딩 문제. 이제는 정부가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구조된 동물들은 바로 병원으로 이동하여 검진을 진행하고, 각각의 상태와 필요에 따라 치료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와 돌봄을 거쳐 좋은 입양처를 찾아갈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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