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을 앞두고 목에 올가미가 걸린채 1년을 떠돌던 ‘피카소’가 구조되었습니다 (1편)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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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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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목줄이 조여진 채로 일년여 동안을 떠도는 개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처참한 모습을 보고 마을 주민분들이 안타까워 도움을 주려했지만 사람에게 상처받은 녀석의 마음은 전혀 열리지 않았습니다. 고맙게도 마을 주민분 중 한분이 노심초사 아이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셨지만 결코 2m 이내로는 곁을 내주는 법이 없었습니다. 추운 겨울도 용케 잘 났지만 올 여름 들면서 상처가 곪고 진물이 흐르며 멀리 떨어져 있어도 냄새가 진동할 만큼 상태가 심각해졌습니다. 최근에는 숨을 헐떡이며 매우 힘들어하기까지 했습니다. 목이 너무 아픈지 단 한번도 짖기는커녕 소리도 내지 않는 아이... 가능한 모든 곳에 아이의 구조를 수소문해 보았지만 탁 트인 넓은 공간에서 신출귀몰하는 이 아이를 잡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제보해 주신 사진 속의 아이. 착하고 순진무구한 눈망울이 가슴을 저밉니다. 제보자님은 녀석의 분위기가 어딘가 멋져서 이름을 ‘피카소’라고 지어 주셨습니다. 아주 발바리라고 해도 좋을 작은 크기의 누렁이 아가는 멀리서 찍은 사진으로만 봐도 목의 상처가 심각함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상처에서 흐른 진물과 혈액이 목 아래 털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습니다.
 


급히 덫을 공수해 포획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렇지만 녀석은 너무 영리해서 덫에 온전히 들어가지 않고 몸을 늘여 먹이를 물어내서 먹었습니다. 아이의 상처가 워낙 심한 탓에 덫에 익숙해지도록 해서 잡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아이를 보살피던 제보자님과 이 아이의 구조에 선뜻 나서주신 카라의 자원봉사자님께서 아이가 은신할 만한 곳을 뒤지기 시작했고, 인근 컨테이너 아래에 은신한 녀석을 발견합니다.

“제발 우리에게 오렴”



그러나 두려움 때문에 아이는 몸을 깊숙이 숨긴 채로 전혀 움직이려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형 포획망으로 컨테이너를 완전히 두르고, 사람이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땅을 파서 아이를 끌어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이의 구조를 위해 제보자님과 자원봉사자님은 밤을 지새우고 결국 새벽 4시에 이 아이를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잡혀주어 정말 고맙구나"


카라 동물병원에 도착한 아이의 모습입니다. 맑고 선한 눈망울이 두려움에 젖어 있습니다. 
사방에 썩은 고통의 냄새가 진동합니다.


시급히 아이의 진료가 시작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숨을 죄고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이고 아프게하던 목줄을 빨리 제거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진물과 엉긴 털로 잘 보이지 않던 목줄은, 일반적인 개 목줄이 아니었습니다. 개를 목 매달아 도살하거나 올가미로 잡을 때 사용되곤 하는 밧줄이었습니다. 매듭 부분은 염증에서 나온 진물과 혈액으로 엉겨붙어 돌처럼 굳어져 있었습니다.


단단한 밧줄을 연장을 이용해 제거했습니다. 깊이 파여 빨갛게 드러난 상처... 살이 조금만 쓸려도 얼마나 아픈데 피카소는 그동안 얼마나 큰 고통을 견뎌야 했을까요?

피카소의 털이 많이 뭉쳐 있습니다. 목이 너무 아파 그동안 털 관리를 할 수 없었겠지요. 조용히 누워있는 피카소의 털을 빗어주어 봅니다. 일년여 동안 마음 조이시던 제보자님은 이제야 발을 뻗고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피카소’의 목의 상처는 반려동물로 키우기 위해 어릴 때 매 준 목줄을 한 채로 유실 또는 유기되어 생긴 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피카소는 사람을 극히 두려워하고 눈을 마주치지 못합니다. 우리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왜 아직 나이어린 피카소가 목에 밧줄을 걸고 떠돌고 있는지를, 왜 이토록 사람을 두려워하는지를 말입니다.

모진 고통에서 해방된 피카소가 비로소 편히 쉬고 있습니다.



2015년 7월 13일, 초복 대한민국.
피카소를 바라보며 ‘인간과 개의 오랜 우정’에 대해 가슴 아프게 다시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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