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이네 보호소는 은평 뉴타운 재개발로 버려진 아이들을 품은 현 보호소장님의 노력과 많은 봉사자들의 도움과 후원으로 일궈온 곳입니다. 보호소가 설립된 경위와 지원 과정 등에 대해서는 앞서 여러 차례 게시물을 통해 알려드렸습니다.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 평소 사설보호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주지하다시피 다수의 동물을 키우고 보호하는 일에는 이런저런 민원과 분쟁, 예기치 못한 문제가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170여 마리의 유기견을 보호하는 달봉이네 보호소도 예외는 아닙니다. 달봉이네 보호소는 설립 이후 인근 주민으로부터 민원이 제기되었고 그로 인해 관할 지자체로부터 내려진 일련의 행정처분이 있었습니다. 카라 회원 여러분과 동물을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께 이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재개발 지역에 버려진 개들 품은 달봉이네
달봉이네 보호소는 2012년 카라가 지원을 시작한 이후 중성화 수술에 집중하여 개체 수 증가를 막고 동물들의 야생들개화를 차단할 수 있었습니다. 각종 유기견 입양캠페인을 통해 보호소가 설립된 2015년까지 약 60여 마리를 입양 보냈으며, 2016년 한 해에만 50마리 입양을 실현하며 개체 수 증가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북한산 들개 문제는 재개발 지역 동물 유기문제에 대한 인식과 근본적인 대책이 부재한 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은평 재개발 시기에 버려진 수많은 개들이 생존을 위해 북한산으로 들어가 야생 들개로 확산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국가나 지자체는 아무런 대책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달봉이네 보호소장님은 2005년부터 빈집에서 홀로 70여 마리의 개들을 돌보았습니다. 카라는 2012년 6월 카라봉사대 활동을 시작으로 봉사활동과 사료 지원, 중성화 수술 지원을 진행해왔습니다. 국가와 지자체가 손 놓고 방관하고 있는 일을 개인과 단체가 해온 것입니다.
하지만 재개발로 떠나는 사람들이 개를 버리고 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새끼는 계속 태어났고 개체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일용직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 나가는 소장님에게 이 같은 현실은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2015년 4월 대법원 결정으로 강제 퇴거와 전기 공급이 끊기는 상황을 목전에 두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개들은 어느새 백 마리가 훌쩍 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일반적인 환경에서 집을 구하기도 어려운데 많은 개들을 데리고 살 만한 집을 짧은 기한 내에, 그것도 민원에서 자유로운 부지를 찾기란 더더욱 쉽지 않았습니다. 땅주인들의 거부와 비용 상의 문제로 부지를 찾는 데 애를 먹던 카라와 보호소장님은 2015년 6월 가까스로 외진 곳에 임대 가능한 땅을 찾아 견사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그동안 이곳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장기간 영업 중이던 불법 개농장을 철거하고 이를 대신하여 보호소가 들어선 것인 만큼 그 의미는 남다른 것이었습니다.
보호소에 내려진 아쉬운 행정처분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지어진 보호소는 고작 한 달 만에 누군가로부터 제기된 민원으로 말미암아 개발제한구역 내 지어진 불법건축물이라는 이유로 원상복구 처분이 내려진 데 이어 몇 달 후 14,924,000원의 이행강제금 부과 처분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보호소를 이용하여 사익을 추구한다거나 불법 행위를 하려던 것도 아니고 단지 갈 곳 없는 유기견들의 보호처를 급하게 마련하는 과정에서 행정절차를 잘 알지 못해 발생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처분이 내려진 것입니다.
달봉이네 보호소에 보호 중인 170여 마리의 개들은 사실상 관할 지자체 예산으로 보호·관리되어야 할 동물들입니다. 덕양구와 고양시가 책임져야 할 일을 개인과 단체가 대신하고 있는데도 이들은 사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해달라는 카라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건축법에 따른 행정처분을 따르라는 요구만 반복할 뿐 사태 해결은 관할청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만 거듭 밝혀왔습니다.
카라는 그동안 덕양구청에 선처를 호소하거나 고양시의 상급기관인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구제를 받고자 백방으로 노력해왔으나 이미 내려진 처분은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특히 과도한 행정처분을 바로잡아 도민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해주어야 할 경기도청의 책임회피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어쩔 수 없이 우선 1차 2,487,350원, 2차 2,487,330원을 납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행강제금 납부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로부터 또 다시 민원이 제기된다면 여지없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국내 열악한 사설보호소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사설보호소의 기능과 역할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날로 높아져 가는 시민들의 동물보호 인식 수준에 비해 공적 영역의 행정력은 한계가 많습니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사설보호소 문제는 시민 여러분과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야 할 일인 동시에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달봉이네 보호소는 갈 곳 없는 170여 마리의 개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기존에 있던 불법 개농장 대신 유기동물의 생명 보호와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에 힘쓰고 있는 보호소와 보호소장님의 역할과 행적을 고양시청과 덕양구청이 충분히 감안해주시기를 당부드리며, 시민 여러분도 이 사안에 관심을 갖고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카라는 앞으로도 사설보호소가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3월 달봉이네 보호소 봉사에 참여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자원봉사자들이 주의사항을 듣고 있는 모습.
강석민 2017-04-06 05:40
보호소장님을 돕기로 한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원에 따른 책임 등을 뒤집어 썼다고 해서 후회할 일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많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나몰라라 할 수는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본문에 댓글을 두 번 써서 죄송합니다. 왠지 드는 생각도, 할 말도 많네요.
강석민 2017-04-06 05:25
야생화가 되는 것이 꼭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본래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니까요. 다만 인간들이 자신들의 이익이나 보호를 명목으로 다른 동물들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그들을 공격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경우에, 상황을 참작한다 하더라도 달봉이네 보호소만을 예외로 법을 적용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인 것 같고.. 법과 현실의 괴리, 불분명한 책임 소재, 비인간에 대한 인식 부족, 가치관의 차이 등등이 서로를 많이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는 무슨 말을 하더라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카라가 '(서울)시민단체'인 것 같아 다른 시의 문제들에 힘이나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부분도 조금은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회원 중에서도 이런 문제들에 관해 생각하고 고민하거나 자금뿐만 아니라 문의와 의견 개진 등을 통해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분들이 계실 줄로 압니다. 본문에 적혀있는대로 머리를 맞대는 것이 필요한만큼 그런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