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제주대 수의대의 소실된 생명윤리, 제주대 수의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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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1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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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제주대 수의대의 소실된 생명윤리,

제주대 수의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주대학교 수의학과에서 해부실습용 동물을 직접 학생들에게 구해오라고 지시된 사실이 지난 326일 폭로되었다. 해부 실습을 원하면 안락사 예정의 개를 개인적으로 직접 구해오라면서, 학교에서는 안락사 이후의 실습 과정만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 학교 측은 반려동물 보호자로부터 해부 실습용 기증서를 받아 진행할 것임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하였다.

 

해당 교수의 발언과 대학의 해명 모두 대학의 해부실습 또는 동물실험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이하: 실험동물법)에 따르면 동물실험시설에서 실험동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동물실험시설 또는 등록된 실험동물공급자를 통해서 공급된 실험동물만을 사용해야 한다. 이는 생명희생을 수반하는 동물실험을 최소한 규제하고 불분명한 출처를 통해 실험동물이 공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물생산의 학대적 현황들이 동물실험으로 인해 가중되지 않도록 하는 기초적인 장치다.

 

그러나 대학은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다. 위 조항은 실험동물법에 따라 동물실험시설에 적용되나, 대학은 이에 명확하게 포함되지 않는다. 대학은 동물보호법상 동물실험시행기관고등교육법2조에 따른 학교로 명시된다. 그래서 대학의 경우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하는 동물실험의 원칙과 금지의 제재를 받는데 실험동물법상에서는 대학의 실험동물 공급 문제를 명확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명확한 규제 대상이 아니기에 실험동물의 공급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역견을 이용한 비윤리적 학대실험을 자행한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역시, 복제견 실험과정에서 여러 논란 속에 있는 불법 개농장에서 실험견을 공급받아 실험하였으며, 지난해 12, 경북대 수의대 역시 실습견을 개농장에서 구매하여 사용하였음이 밝혀졌다. 이는 매우 기초적인 동물실험에 대한 규칙 및 윤리적 사항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법적 사각지대에서 무분별한 동물 공급을 꾀하면서 소위 식용견은 실험과 실습을 통해 무참히 죽어나가도 괜찮다는 반-생명윤리적인 태도다. 제주대 수의대가 주장하듯 안락사 될 동물을 사용하는 것 역시 그렇다. 보호자 동의를 얻어 안락사를 진행해서 실습을 행한다는 것은, 제대로된 공급 출처도 아닐뿐더러, 마치 반려인의 동의만 있으면 동물을 안락사 해도 괜찮으며 안락사를 한 동물은 실습해도 된다는 생명존중이 결여된 인식을 보여줄 뿐이다.

 

한편, 이러한 실습과정이 과연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서 적절히 심의 된 것인지 의문을 남긴다. 과연 학생들에게 개인별로 안락사 될 동물을 구해오라는 실습 과정이 과연 윤리위에서 적절한 것으로 심의 되었을까. 2010년 한 동물 보호 단체에 보고서에 따르면 76개 대학의 동물실험윤리위 외부위원에게 학부실습과정에 대한 심의 여부를 물었을 때 학부 동물실습의 승인을 받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는 대학은 약 35개의 대학정도로 실습이 없었던 9개 대학을 제외하면 50%이상이 학부실습에 대해서는 심의과정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동물실험윤리위의 심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정보 접근이 폐쇄적인편이라는 것에서 신뢰하기 어렵다하더라도 학부실습에 대한 대학 동물실험윤리위의 태도 또는, 수업을 진행하는 동물을 이용한 학부실습의 생명윤리 결여 관행을 유추할 수 있다. 동물실험윤리위는 그저 심의 과정의 절차상 요구되는 기구처럼 여겨지거나, 독립성과 그 규제 권한이 부족한 구조 등의 문제가 있다.

 

이는 동물실험윤리위가 필수적으로 설치되지만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 이병천 역시 교수직에 있을 당시 개농장의 개들을 실험대상으로 사용하는 것을 동물실험윤리위가 반려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요청으로 사용이 승인 된 것이 밝혀진바 있다. 이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동물실험에 대한 적절한 규제 기구가 아닌 절차적 과정에 그치고 있는 현실을 반증한다.

 

대학의 동물실습에서 불거지는 동물학대의 현장은 오래간 지적되어 왔으며, 동물보호법 및 실험동물법 개정 시도를 통해서 이를 개선해오려고 해왔던 부분이나, 여전히 미진하다. 대학의 교육특히나 수의대 및 의대의 실습에 있어서 그들의 교육내용에 맞추어 어떠한 윤리의식 없이 필연적으로 사용가능한 동물은 없다. 이는 의대 및 수의대에서 일어나는 동물 실습이 그들이 이후 다루어야할 생명의 문제이기에 보다 생명윤리적인 실험과 실습을 대학 과정에서부터 고려해야 한다.

 

결국은 제주대 수의대에서 발생한 이번 사태는 대학 동물실습의 실태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단순히 하나의 악마같은 사건이 아니라, 지금 비어버린 공간에서 암암리에 동물을 죽음으로 빠트리는 구멍 중 하나가 대학인 것이다. 2018년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발행한 동물실험 및 실험동물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학은 약 110만 마리(당해 추산된 전체 실험동물의 약 30%)의 실험동물이 한 해 동안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는 각 대학의 동물실험윤리위에 자료에 따른 것이므로, 동물실험윤리위의 심의가 없었던 실습이나, 암암리에 동물을 공급해 진행하곤 하는 실험들이 포함된다면 그 수는 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많은 동물이 희생되는 실험이 이루어지는 대학에 윤리적 검토와 제대로된 동물실험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다는 것은 여전히 의문이다. 이젠 대학 동물실험과 실습에 대한 자세한 실태조사 그리고 개선이 필요하다.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실습에 대한 생명희생의 정당성은 별도로 부여되지 않기에, 대학 동물실험윤리위의 역할을 강화하고 학부 실습부터 모든 대학내 실험 실습까지 필히 심사하고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한편, 실험동물 공급에 대한 규제도 사각지대 없이 전반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관할 법에 명시하여, 모두 감시대상으로 만들어야 무분별한 동물 공급과 사육 그리고 공급 및 실험 과정에서 일어나는 학대를 축소할 수 있을 것이다.

 

2020.04.17.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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