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생 코끼리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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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가 저물었습니다. 20여 년간 서울동물원에서 전시되던 아시아코끼리 ‘사쿠라’가 지난 13일 59세의 나이로 영원히 눈을 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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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에 태국에서 태어나 한 살이 되기도 전 일본으로 옮겨져 전시되며 서커스 공연에 동원되었던 사쿠라는 그렇게 수십 년을 보내고 2003년경에 서울동물원으로 왔습니다.
본래 모계중심으로 무리생활을 하는 코끼리는 무리 구성원 간 다양한 감정과 의사를 나누며 소통하고 협동을 하는 능력까지 갖춘 동물입니다.
그러나 태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커스를 위해 팔려간 사쿠라에게 코끼리답게 살아가는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쇼에 동원되며 다른 코끼리와의 무리생활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사쿠라는 서울동물원으로 옮겨온 뒤에도 줄곧 단독 생활을 해오다가 몇 년 전부터 다른 코끼리들과 합사에 성공하여 지금껏 함께 전시되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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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의 60여 년의 삶은 동물 전시의 변화와 함께했습니다. 오로지 유락을 목적으로 동물을 이용한 각종 쇼와 서커스가 성행했던 때 사쿠라는 그곳에 있었습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지능이 높은 동물인 코끼리를 쇼, 노역 등을 위해 길들이는 과정은 매우 잔인한 방법이 쓰이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행해지는 조련 과정인 고문에 가까운 ‘파잔’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서커스단, 공연장에서도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 강압적인 폭력이 자행되어 왔습니다.
서커스와 동물쇼가 상대적으로 수그러들고 동물이 전시장 또는 방사장에 감금된 채로 전시되는 오늘날의 동물원에도 사쿠라가 있었습니다.
근래 들어서는 몇몇 동물원들이 감금 생활로 인해 본연의 습성을 잃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보유동물들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고자 행동풍부화와 긍정강화 훈련 등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긴 세월 동물원의 변천사와 함께해온 사쿠라는 마침내 이 지점에서 그 고단한 삶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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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동물원의 모습이, 전시동물들의 처우가 나아지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의 좁은 방사장에 홀로 남아 하루종일 정형행동을 반복하는 아시아코끼리 ‘코순이’, 그리고 믿기지 않지만 제주도의 업체 ‘점보빌리지’에서 여전히 수십년 전과 다를 것 없이 코끼리쇼에 동원되어 머리와 등에 장식을 얹고 뒷발로 서서 예민한 청각으로 관객들의 환호성을 감당하고, 관광객들을 등에 태운 채 의지와는 무관한 공허한 걸음을 계속해야만 하는 코끼리 트레킹에 강제 동원되고 있는 코끼리들. 코끼리라며 선보이지만 겉모습을 제외하고는 이미 코끼리 본연의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게 되어버린 코끼리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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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는 아직 미처 저물지 못했습니다. 동물 착취와 억압의 역사를 관통한 삶을 살아온 사쿠라는 이렇게 눈을 감았지만 여전히 전국의 수많은 동물원, 전시공연업체 등에서는 수많은 동물이 전근대적 착취와 억압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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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는 하루빨리 저물어야 합니다. 이미 인간에 의해 더 이상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동물들은 우리나라에도 흘러넘칩니다. 환경부가 준비 중인 야생동물 보호시설로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제는 동물원이 뒤틀린 추억과 일방적인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 아닌, 인간의 반성과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동물들의 진정한 삶으로 가득한 보호시설 ‘생츄어리’로 역할을 전환해야합니다.
사쿠라의 명복을 빕니다. 코끼리 사쿠라가 미처 보지 못한 한 시대의 끝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위해 동물권행동 카라는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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