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봉사대 김애진님이 작성한 후기입니다.
'왜 내가 간다고 했을까......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토요일 아침 7시, 따뜻한 이불 속에서 꿈지럭거리며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아주 오랜만에 가는 봉사라서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청했더랬습니다. 그러나 정작 봉사날 아침이 되면 매번 그렇듯 살짝 후회가 감돕니다.아무도 나더러 봉사 하라고 시키지 않았기에, 나는 고작 세 시간 정도의 단순노동이기에, 보호소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납니다.이번에는 사전 오픈채팅방을 통해 연결된 다른 봉사자분의 카풀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영등포역에서 카풀 봉사자 박00님과 알콩달콩 귀여운 커플 봉사자님들을 만나 드디어 달봉이네로 출발~~!
커다란 느티나무 옆 집합장소에서 간단한 인사와 소개를 마친 뒤 방진복과 마스크, 목장갑을 장착합니다. 핫팩도 넉넉하게 공급받아서 주머니마다 끼워 넣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큰 나무 옆으로 난 오르막길을 따라 달봉이네 보호소로 걸음을 옮깁니다. 2년 전, 달봉이네 보호소를 처음 방문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천둥 같이 온 산을 뒤흔들던 170여 마리의 울음소리,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소리의 충격이었습니다. 봉사단을 반기러 나오신 달봉이네 보호소 소장님은 오랜만에 뵈었는데도 여전하십니다. 까랑까랑하지만 정감 있는 말투로 일사불란하게 봉사단에게 일을 나눠줍니다. 신당동 떡볶이집 욕쟁이 할머니와 사뭇 비슷한 느낌을 주는 소장님은 과거 이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셨더랬습니다. 은평구 재개발 지역에서 버려진 개들을 한 마리 두 마리 거두시다가 결국 지금의 보호소까지 만들게 되셨습니다. 투박하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달봉이네 보호소 대모님이십니다.
짝꿍과 함께 견사에 들어가서 개똥과 사료 알갱이들을 쓸어 담습니다. 오늘 봉사를 처음 왔다는 짝꿍 봉사자에게 으스대며 청소요령을 가르쳐줍니다. 그러다 소장님이 들어오셔서는 “그렇게 쓸면 안돼. 먼지나! 이렇게 살살 쓸어야지.” “그건 안 쓸어도 돼.” “빗자루 줘봐. 내가 보여줄게.” 짝꿍 봉사자 앞에서 소장님에게 혼쭐이 나서는 그 때부터 묵묵히 일만 했더랬습니다.
견사에 들어서면 개들은 무섭고 수줍어서 우리를 피합니다. 저는 그걸 알기에 개들에게 간단히 인사만 하고 열심히 똥줍똥줍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짝꿍 봉사자님이 개들과 교감을 시도했습니다. 나는 속으로 ‘애들 어차피 사람 손 피해요. 나도 다 해봤어요. 그런데 얘들은 교감하기 어려워요.’라고 생각중이었습니다.
귀를 착 내리고 짝꿍의 손길을 느끼는 녀석의 얼굴이 무척 수줍고도 행복해보입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저는 부끄럽고도 찡한 감동을 느꼈지요.
견사청소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오니 사료운반팀도 어느새 사료부대를 견사로 거의 나른 뒤였습니다. 각 조별로 첫 번째 임무를 완수하고 새로운 일거리를 요청했지요. 소장님은 흙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개집 지붕을 물걸레로 닦아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활동가님들의 역할배분에 따라서 걸레빨기조와 물걸레질조로 나뉘어 다시 한 번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습니다. 지붕 위 흙먼지를 닦아내는 일도 쉽지는 않았지만 겨울 날씨에 차가운 물에 손을 넣어 연신 물걸레를 빨아서 공급하는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제 손도 얼얼해지는 것 같았어요.
이제 아이들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간식타임입니다. 오늘은 캔사료가 아닌 건식 간식이네요. 아마도 강아지들은 고기맛을 진하게 볼 수 있는 캔사료를 더 좋아할텐데요. 그래도 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엄동설한에 얼어 붙은 캔사료를 따다가 고생한 기억이 머리를 스쳤거든요.
알록달록 예쁜 색깔 쿠키와 여러 종류의 육포를 챙겨들고 견사로 향합니다. 수개월 전까지는 없었던 순서네요. 봉사자들이 두 명씩 견사로 들어가서 간식을 주며 개들과 교감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견사로 조심스레 들어가 육포를 꺼냅니다. 아이들은 경계를 하면서도 육포 냄새에 이미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겁이 많은 녀석들은 개집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지만 꽤나 적극적이고 식탐이 있는 녀석들은 우리 주위로 다가옵니다.
슬금슬금 다가와서 코를 내밀고 냄새를 맡는 조심성 많은 아이부터, 빚독촉하는 빚쟁이처럼 육포를 얼른 내놓으라며 채근하는 아이까지 고루고루 육포를 나눠줍니다. 저 멀리서 경계하며 다가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육포를 힘껏 던져봅니다. 그렇지만 어떤 아이는 냄새만 맡고 먹지를 않네요. 여러 번 교감을 경험하다보면 언젠가는 그 아이도 마음을 열고 육포를 받아먹을 날을 기대해봅니다.
모든 작업을 마치고 보호소 마당에 둘러앉아 카라에서 마련해오신 비건김밥을 나눠먹습니다. 게걸스레 김밥을 먹어치우고 마당 한켠에 자리 잡은 조금은 특별한 견사로 눈길을 옮깁니다. 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이 견사엔 제법 사람을 따르는 녀석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작년 봄에 이곳 보호소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던 아기삼형제는 못 본 사이에 어느덧 청년이 되어 있었습니다. 작년에 찍었던 사진을 꺼내어 비교컷을 올려봅니다.
정말 많이 컸지요? 이 삼형제 중 보람이라는 아이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달봉이네 보호소를 떠납니다. 입양을 준비하러 아름품으로 간다고 합니다.
케이지에 들어가기 활동가님의 품에 안겨 소장님과 작별인사를 하는 보람이의 모습입니다. 다시 봐도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소장님이 사랑으로 기르고 보살펴주신 덕분에 사람을 따르고 좋아하는 보람이. 어느 가정에 입양되든 분명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잘 살아갈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찾아간 달봉이네 보호소라서 감회가 새롭고,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올해는 매달 찾아오리라 다시 한 번 다짐해봅니다. 그리고 다음 달 봉사일 아침엔 꾸물거리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렵니다.
“유후!! 봉사 가는 날이다~!”
[활동가] 이난수 이슬기 장효영 하미정
[카라봉사대] 김다예 김도윤 김성아 김애진 김예나 김은혜 김지혜 김학주 박누리 반지훈 심용보 에블린 이세영 임성수 전명희 정민정 최한아 한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