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그녀 화장 뒤에 숨은 '잔인함'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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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0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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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화장 뒤에 숨은 '잔인함'

 

 
화장품업계 동물실험이 뭐길래/ 동물실험 반대 움직임 확산…
 
중국 수출하려면 필수 '고민'
 
 

"제가 쓰는 눈 전용제품이나 스킨 케어 제품의 안전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수많은 토끼들이 사용됐다는 것을 알고 끔찍했어요."

프리랜서로 일하는 30대 김지혜씨는 화장품 살 때 꼼꼼히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자신이 사용했던 화장품이 동물실험을 거친 것임을 알고 난 뒤부터는 동물실험을 안 하는 화장품만 골라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김씨는 화장품을 살 때 동물보호단체들이 조사한 리스트를 확인해 동물실험을 하는 곳의 제품은 구입하지 않는다. 김씨는 "그동안 애용하던 화장품이 동물실험을 하는 대표적인 회사에서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쓰던 것을 다 사용하고 나면 앞으로 다른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화장품업계에도 이러한 소비자의 분위기에 맞춰 동물실험을 자체적으로 금지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이미 유럽연합(EU)에서는 올해 3월부터 화장품 동물실험금지법안이 발효됐다. 이 법은 자국은 물론 외국에서 수입하는 화장품 전체에 적용된다. 따라서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업체는 유럽국가 수출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관련 법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채 업계 자율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 아름다움에 희생되는 동물들
 
국내 의약품·화장품 제조과정에서 안전 테스트 등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은 2011년 기준 151만마리로 추산된다. 화장품 동물실험은 주로 민감한 피부를 가진 토끼나 기니피그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피부 민감성 실험은 털을 민 토끼나 기니피그의 등에 화장품 원료를 반복적으로 발라 붉어짐, 부어오름, 염증, 궤양 등을 관찰한다. 이 과정에서 토끼는 몇주 동안 움직일 수 없게 고정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안구 자극 실험 역시 토끼를 대상으로 한다. '드레이즈 테스트'로 불리는 이 실험은 안점막 자극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백색토끼에 행해지는 것으로 토끼의 몸을 움직일 수 없도록 고정한 채 눈에 샴푸, 스킨 등 화학물질을 주입한다. 이 실험으로 출혈, 염증, 실명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 운동가들은 이러한 잔인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아도 얼마든지 화장품 제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서보라미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정책국 팀장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사람에게 적합할 확률은 극히 적다"며 "동물실험을 대체할 만한 실험이 꾸준히 연구되고 있고 동물실험보다 일치율이 높다"고 말했다.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국제단체인 '크루얼티 프리 인터내셔널'의 정책이사를 맡은 니컬러스 팔머 박사에 따르면 동물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는 사람과의 일치율이 20~40%에 그치지만 대체실험에서는 90%이상의 효과를 얻고 있다.

화장품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코스메틱 브랜드인 러쉬(LUSH) 관계자는 "동물과 인간이 공유하는 질병은 1%에 불과하다. 동물실험은 인간이 안심하기 위한 관행일 뿐이다"고 말한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다른 회사들도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원료 2만개로도 충분히 새로운 화장품을 개발할 수 있다"며 "(유럽과 같이) 국내에서 동물실험이 법으로 금지되더라도 화장품을 만드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도 법제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문정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8월 화장품 제조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했는지 여부를 화장품 포장지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 국내 업체도 관심

다행인 점은 국내에서도 이에 뜻을 같이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카라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착한 회사 리스트'를 매년 공개하는데, 올해는 55개사로 지난해 22개사에 비해 2.5배 늘어났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55개사는 카라가 지정한 토끼모양의 스티커를 붙여 동물실험을 하지 않음을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다.

화장품 매출 1위인 아모레퍼시픽은 5월1일부터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2008년부터 화장품 원료와 완제품에 대해 자체적으로 동물실험을 금지해왔다. 앞으로는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화장품에 대한 신규 및 추가 동물실험을 금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동물실험 검증을 위한 내부시스템을 구축하고 동물실험이 확인될 경우 해당 원료를 교체할 예정이다. 동물실험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원료 역시 사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LG생활건강의 비욘드, 아로마티카, 이츠스킨 등 국내 브랜드와 러쉬, 바디샵, 버츠비 등 해외 브랜드들도 자체적으로 동물실험을 금하고 있다.

◆ 중국 수출 '딜레마'

국내 화장품업계에 동물실험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지만 가장 큰 수출시장인 중국에서는 필수적으로 동물실험을 해야 돼 업체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단적인 예가 아모레퍼시픽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판매 시 동물실험을 하지 않지만 중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개별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자세전환을 바라고 있다. 중국 정부나 과학자들을 계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카라 측 역시 중국수출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보라미 팀장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회사에 수출 여부를 강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착한 회사 리스트'에는 중국 판매 여부를 의도적으로 넣음으로써 소비자들이 인지하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팀장은 "이미 국내 업체들 중에서도 중국의 사정을 알고 수출을 취소한 사례도 더러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문혜원 기자|입력 : 201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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