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동이의 명복을 빌어주세요.

  • 카라
  • |
  • 2024-11-20 14:31
  • |
  • 115




지난달 10월 8일, 위탁 보호소에서 보호 중이던 팥동이가 불의의 사고로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2023년 여름 시흥의 불법 개 도살장에 대한 제보를 받고 지난한 추적 끝에 도착한 현장에는 죽음을 눈앞에 둔 개 24마리가 있었습니다. 대치 상황 끝에 카라는 자정이 지나기 직전이 되어서야 어렵사리 개도살자가 소유한 모든 개들에 대한 포기각서를 받고 긴급구조 하게 되었습니다. 
  
온몸이 물에 젖은 채로 두려움에 숨죽인 개들이 작은 철창 케이지 속에서 뒤엉켜있고 또 다른 큰 철창 케이지 속에 팥동이가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급여되었던 음식물은 도살장에서 죽어간 다른 개의 사체였습니다.  
  
그 속에서 나온 겨우 2살 추정의 팥동이는 특유의 긴 허리와 짧은 다리를 가진 외모로 험한 구조 현장에서도 활동가들에게 밝은 미소와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습니다.

카라에서 오랫동안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팥쥐와 많이 닮아서, 구조 당일 활동가들에 의해 팥동이라는 특별한 이름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꽤나 엄살을 부릴 줄 알면서도 그저 사람이 좋아 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팥동이는 구조 이후 위탁 보호소에서 지내며 더봄센터 입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쉽게 데려오지 못하는 팥동이는, 활동가들에게 아픈 손가락 같은 강아지였습니다.
   
더봄센터에 먼저 입소한 동물들이 입양 가족을 만나 견사가 하나라도 비워지는 대로 위탁 보호소에 남아있는 개를 데려오고 있지만, 아직도 팥동이처럼 많은 개들이 위탁처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위탁처에 남아있는 개들이 더봄센터로 오기 위해서는 공간이 더 필요합니다. 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하는 일은 지옥 같은 현장에서 구조되어 가족을 기다리는 동물들에게 새 삶의 기회를 마련해 줍니다.
  
팥동이가 갑작스레 떠났다는 소식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하던 활동가들의 추모 속에서 팥동이의 장례는 엄숙하게 치러졌습니다. 떠난 팥동이에게 그저 미안한 마음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팥동이의 예기치 못한 죽음에 카라도 위탁처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불의의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위탁 보호소와 동물권행동 카라는 서로 간의 신뢰 속에 위탁관리 협약서를 추가 작성하여 이행 중입니다.

짧은 만남 끝에 멀리 떠난 팥동이의 평안을 위해 함께 명복을 빌어주세요.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해당 위탁처에서 안전소홀로 물림 사고가 일어났고 손쓸 새 없이 사망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를 드러내어 기억하고 재발되지 않게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슬픔을 이해해 나누고 서로를 지지하는 것이 이 시간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