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을 땅에 끌며 나타난 길고양이 '시도'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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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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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디여린 작은 생명 하나가 뒷다리를 질질 끌며 발목은 뒤로 꺾인 채 몹시 힘겨운 몸을 이끌고 어느 날 제 밥자리에 나타났습니다. 제가 밥 주는 곳엔 구내염 아이들이 몇 있는데, 심한 아이부터 우선 구조하려 할 때마다 자꾸 이런저런 사고와 병으로 아픈 아이들이 갑작스레 발견돼 구내염 아이 구조를 미뤄오다 아무리 힘들어도 빨리 치료받게 해야겠다 하던 찰나, 또다시 다리를 끌고 나타난 이 아이..

발견하자마자 급한 마음에 동네 연계병원에서 우선 항생제와 진통제를 지어다 a/d에 섞어 매일 오전 오후 하루 두 번씩 몇일 동안 감사하게도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어 잘 먹일 수 있었습니다. 일단 약이라도 먹여야 하는데 안 보이면 이름이라도 불러 찾아야 했기에 예쁜 턱시도 아이의 이름을 우선 “시도”라고 불렀습니다.


약을 먹이면서 또다시 구조 계획을 세우던 중, 다리를 질질 끌던 시도의 꼬리가 전날까지는 분명 멀쩡했는데 3분의 2가량 뼈대만 남긴 채 훌러덩 벗겨져 있었습니다. 사고인 건지, 누군가에게 가해를 당한 건지, 염증과 괴사로 아이 생명이 위험할 수 있기에 더 이상 하루도 지체할 수 없었고, 살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시도는 무사히 구조돼 긴급히 24시 동물병원에서 대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원장님 소견은 이미 5~6개월 전에 사고를 당해 대퇴골 골절이 되었으며, 그간 엄청난 고통이 따랐을 거라 했습니다. 이미 골절돼 굳어버린 상태로 오랜 시일이 지났기에 다리를 절단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이며 꼬리 역시도 살리지 못하고 3분의 1가량만 남긴 상태로 단미를 해야만 했습니다.


시도는 3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2.8kg의 작은 몸으로 장하게도 잘 이겨내 주었고, 회복도 잘해주었어요. 회복하는 내내 매일같이 진행되었던 드레싱과 주사 처치에 사람 손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을 시도가 점차 회복해 가면서 하악질과 펀치를 날리고, 아픈 아이다 보니 최소한의 자기방어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점점 힘이 생겼구나… 시도 이제 살았구나…하는 안도와 함께, 입원 기간 동안 열심히 입양 가족을 찾았습니다.


갑자기 장애묘가 된 시도를 위해 몇 배 더 까다로운 입양심사를 거치며 지인 댁의 둘째로 입양이 결정되었습니다. 천사 같은 가족들 품에 안겨 하루하루 새로운 묘생을 맞이하고 있는 시도. “핑구”라는 예쁜 이름도 선물 받았어요. 이제 핑구는 좀 더 안정감을 찾고 적응해 나가면서 몸과 마음의 상처도 잊을 만큼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 듬뿍 받으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낼 일들만 남았어요. 핑구는 병원서 처방받은 귀 진드기 약을 집에서도 꾸준히 넣어주고 있답니다.

돌보는 아이들 수가 많아서 늘 사료비와 병원비로 힘든 상황에, 한 생명 살리는 일을 제가 포기하지 않도록 힘을 주시고 큰 수술비와 치료비 입원비 일부를 지원해 주신 카라 덕분에  우리 핑구는 비록 다리 하나와 꼬리는 잃었지만, 씩씩하게 이겨내며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큰 도움 주신 카라에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시도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예상치 못했던 사고로 다리 하나를 잃어 장애가 남았지만, 따뜻한 가족의 품에서 씩씩하게 잘 이겨내며 적응하는 시도가 참 대견합니다. 가족 곁에서 사랑 듬뿍 받으면서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늘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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