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꺽인 채 절둑거리며 거리의 삶을 살다 구조된 '엄삐'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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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3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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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아파트 주변에서 만난 길고양이들에게 간식을 챙겨주다가 엄삐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작은 몸집에 구내염 상태도 심해 보였고, 무엇보다 왼쪽 앞다리가 꺾인 채로 피가 나고 있었습니다. 꺾인 발이 가끔 땅에 닿는지 피부가 쓸려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상태가 너무 처참하여 구조가 시급해 보였고, 바로 구조해서 치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캣맘분이 챙겨주는 밥자리에서 처음 만났기 때문에 캣맘분을 기다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엄삐 밥을 챙겨준 지는 8년 정도 되었고, 처음에도 발은 다친 상태였지만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밥을 오래 챙겨주어서 멀리서부터 알아보고 야옹야옹 소리도 내고 많이 가까워졌지만 사람 손은 절대 타지 않아서 중성화조차 시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태가 안 좋을 때는 동물약국에서 구입한 항생제를 먹여가며 엄삐를 돌보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날부터 엄삐 걱정에 매일 엄삐를 찾아가 영양식을 챙겨주고 조금씩 저를 익숙해하도록 기다렸습니다. 당근마켓이나 인스타, 카페에 엄삐 소식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어떤 분이 연락을 주셔서 부산에 있는 병원에 데리고 가보는 것이 어떠냐고 추천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구조를 하기로 하고 케이지를 들고 밥자리에 찾아갔습니다. 마침 엄삐가 집안에서 쉬고 있기에 입구에 케이지를 대고 구조에 성공하였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상태가 더 심각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다음 날 부산에 있는 병원에 데려가 진료받고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부산 병원에 데려가기 전에 울산에 있는 여러 병원에 엄삐 사진을 보여주며 치료 방법을 물었을 때 모두 다친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절단은 피하고 싶었기에 부산 병원으로 데려가게 되었습니다.

그 병원에서는 여러 검사를 통해 엄삐 다리에 피부 이식하는 방법을 권하셨습니다. 절단 수술보다는 치료 경과를 오래 지켜봐야 하고 성공 확률도 조금 낮았지만 약간의 불확실성을 감수하고라도 다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구내염도 검사해보니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았습니다. 구내염을 앓은 기간도 오래되었고 염증이 심각하여서 어금니 쪽은 살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병원과의 이야기 끝에 등 쪽에 있는 피부를 일부 잘라내어 다리에 이식하는 수술, 어금니 부분 발치,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나이도 많은 편이고 몸집도 작은 엄삐가 잘 견뎌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남은 생을 더 이상 고통 없이 살게 해주고 싶었기에 병원에서 가능하다는 선에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엄삐는 그 작은 몸으로 수술을 잘 견뎌 주었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계속하는중입니다. 입원 중에 가끔 호흡을 힘들어하기도 해서 산소 치료도 진행하였고 곰팡이성 피부염도 발견되어 같이 치료를 병행하고 있지만 현재도 입원 치료를 잘 견뎌주고 있습니다. 잇몸 상태는 수술 후에 많이 좋아졌고, 이식 부위에는 매일 레이저 치료 하여 상처가 괴사 없이 잘 아물도록 처치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수술 부위에 약을 바르는 처치만으로도 관리가 가능할 때 퇴원이 가능하다고 하여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의 입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저도 유기견을 입양하여 현재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엄삐를 입양하여 키워주실 분을 여러 방면으로 찾고 있습니다. 워낙 나이도 많고 아픈 곳도 많은 아이라 아직 입양 문의는 없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엄삐가 남은 입원 치료를 잘 마치고 퇴원하여도 통원 치료를 당분간은 해야 하고, 수술과 치료를 겨우 잘 견뎌내 준 엄삐를 다시 길로 돌려 보내는 것은 아주 큰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임시 보호를 할 예정입니다. 임시 보호를 하면서 엄삐를 사랑으로 돌봐주실 입양자를 열심히 구해보겠습니다.




[최근 소식]

엄삐는 지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작고 약한 몸으로 큰 수술과 치료를 견뎌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정말 고맙게도 잘 이겨내 주었습니다. 수술 경과를 지켜보던 중에 곰팡이성 피부염까지 발견되어 입원이 길어졌고, 아직 입원 치료를 더 해야 하지만 밥도 잘 먹고 병원 직원분들에게 이쁨받으면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퇴원 후에도 이식 부위에 약도 바르고 피부염 치료도 더해야 해서 집에서 보호할 예정입니다. 병원에서도 얼굴 근처에는 손을 못 대게 해서 퇴원 후 케어가 조금 걱정은 되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길에서 처음 만났을 때 너무 심각한 상태여서 빨리 치료해줘야겠다는 마음에 구조했지만 사실 수술에 입원에 병원비가 너무나도 많이 들어서 부담이 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카라의 구조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고 아이를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진행해주신 카라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랜기간동안 다리의 아픔을 참으며 지냈을 엄삐가 치료를 받고 고통이 줄어들어서 다행입니다. 엄삐가 조금 더 힘을 내 치료를 마친 후에는 사람과 함께 하는 더 행복한 삶이 펼쳐질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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