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카라 동물권 더배움] 동물에세이 글쓰기 강좌 강사인터뷰 ㅣ 홍 은전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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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0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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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카라 동물권 더배움] 동물에세이 글쓰기 강좌

강사인터뷰 ㅣ 홍 은전

1.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기록 활동가입니다. 2001년 차별에 저항하는 장애인들을 만나 인권운동의 세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2014년부터는 장애인, 세월호참사 유가족, 부랑인수용소 피해생존자 등 인권이 짓밟히는 현장에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2019년 고양이 카라와 홍시를 만나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동물권의 세계에 눈을 떴습니다. 그동안 내가 기록했던 차별과 저항은 모두 인간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무언가 어마어마한 세계의 문을 열었다고 느꼈습니다.

 

2. 동물과 마주쳤던 순간을 남다른 시선으로 포착하고 기록하셨습니다. 그런 시선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그런 시선을 갖는 것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카라는 저항적인(?) 고양이였기 때문에 카라와 함께 살기 위해 저는 동물과 동물권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놀랍고 신기하게도 공부하면 할수록 이것은 너무나 장애인권 운동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똑같다고 느꼈습니다. 비장애인인 제가 장애인권 운동을 하면서 했던 훈련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장애인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자리에서 본다면 세상은 정말 차별적이고 폭력적이죠. 저는 그것을 알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카라가 네 발로 사뿐사뿐 우리 집으로 걸어 들어왔을 때 저는 이 집 안에 공기처럼 흐르는 규칙이 모두 인간인 나에게 맞춰져 있다는 사실, 우리 집이 온통 인간중심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몹시 억압적이고 차별적이죠. 카라는 길에서 온 고양이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변의 동물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들의 눈에 비친 이 도시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앎은 나에게 들어와 차곡차곡 쌓이고 어떤 앎은 내가 쌓아온 세계를 한방에 무너뜨립니다. 하나의 세계가 무너지면, 그러니까 장애인과 비장애인,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 사이의 견고했던 벽이 무너지고 나면 이전에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던 것들이 쏟아지듯 들어옵니다. 어떤 아름다움과 어떤 폭력에 동시에 눈뜨는 일이죠. 이것을 알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슬프고 괴롭지만 이제 다르게 살게 되었다는 점에서 기쁘고 설레는 일입니다.

*카라는 홍은전 작가의 반려묘 이름입니다.

 

3. 이번 강좌에 관심 갖는 분들은 아마도 동물과 연결된 삶 속에 이미 들어섰고 그 안에서 크고 작은 사건을 겪었을 것이며, 망설이거나 포기하기도 하고 의지를 결연하게 다지며 나아가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작가님께서는 그런 순간들이 있었는지, 또 사건들을 어떻게 헤쳐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인권운동과 동물권운동 사이를 오갑니다. 한쪽은 ‘장애인도 인간이다(장애인은 동물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인간들의 세계이고 다른 한쪽은 ‘인간도 동물이다’라고 외치는 (인간)동물들의 세계입니다. 이것은 제가 경험한 가장 가깝고도 먼 세계입니다. 저는 한 달에 한번 신문에 칼럼을 쓰는데요. ‘이번 달엔 동물권에 대해 써야지’ 하고 굳게 다짐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자주 인간들에 대해 씁니다. 어쩔 수 없이 저를 더 강력하게 끌어당기는 것은 제가 얼굴과 이름을 아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평등한 소중함에 대해 쓰는 동안 어떤 현장에선 수만 명의 동물들이 합법적이고 체계적으로 죽어갑니다. 두 세계의 온도차를 감당할 수 없다고 느낄 때마다 동물문제에 눈을 감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 글쓰기 수업이 저에게도 아주 기쁜 제안이었습니다. 저처럼 눈감는 것이 괴로운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4. 비인간동물에 대한 인식의 수준을 근본적으로 질문하는 글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겨레칼럼 <동물의 눈>에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축산업을 통과해 나온 동물들의 사체가 바로 고기다. 어떤 렌즈를 통해 보느냐에 따라 문제는 완전히 달라진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음식’이고 동물의 눈으로 보면 ‘폭력’이다. 햄버거 패티처럼 ‘사소한 취향’이 되기도 하고 ‘역사상 일어난 모든 전쟁이 만들어낸 비극을 다 합한 것보다 더 큰 폭력’이 되기도 한다.” 이런 작가님의 태도가 함께 글을 쓰는 일에 길잡이가 되어 주길 바라게 된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한데, 그에 앞서 자기 인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부담이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함께할 시민에게 당부의 말 부탁합니다.

 

신문 지면에 동물에 관해 글을 쓸 때마다 ‘너무 사소한 것을 썼다고 비난당하지 않을까? 철딱서니 없다고 비웃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누가 뭐라고 하기 전에 이미 제 안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글을 쓰는 내내 내 안의 편견과 차별(종차별주의)과 씨름합니다. 동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인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동물에 대해 마음껏 쓰고 싶은 분,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우리들로 하여금 세상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게 만든 강력한 존재들에 대해 자유롭게 쓰고 싶은 분, 누구나 환영합니다. 물론 그 동물에는 인간도 포함됩니다.

일시 ㅣ 5월2일(화) - 7월11일(화) / 총 10회 시간 ㅣ 매주 화요일 저녁 7시30분 (2시간 진행) 장소 ㅣ 동물권행동 카라 3층 킁킁도서관 (마포구 잔다리로 122) 모집 ㅣ 20명 (선착순) 참가비 ㅣ 20만원 입금계좌 ㅣ 우리은행 1006-501-336403 (사)동물권행동 카라 신청방법 ㅣ구글폼 신청 https://forms.gle/o9Qm4XZKsDE5NA5H9 문의 ㅣ 02-3482-0999 / edu@ekara.org #카라_더배움 #카라동물권교육 #킁킁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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