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4월 고돌북스: 동물보호법 판례평석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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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3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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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 사건은 많은 사람의 분노를 일으킵니다. 뉴스에 보도되고 SNS를 통해 사건이 전해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됩니다. 그렇다면, 화제가 되었던 동물 관련 사건은 어떤 판결을 받았을까요? 몇몇 사건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더 분노했을지도 모릅니다. 동물을 향한 범죄는 때로 '동물보호법'으로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합니다.

"동물보호법이 있음에도 왜 강력한 처벌을 받기 힘들까?"

동물권리 향상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동물보호법은 앞으로 강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이 적절하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동물보호법 개정'뿐만 아니라 '사법기관에서 동물보호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카라의 이러한 고민을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이 함께 해주었습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두 단체가 함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 판례들을 수집하고 검토하며 또한, 갖가지 쟁점을 토론하면서 <동물보호법 판례평석>을 발간하였습니다. 1년 가까이 걸린 작업이었습니다. 


지난 4월 26일 저녁 7시, 카라 더불어숨센터 3층에 위치한 생명공감 킁킁도서관에서 2018년 두 번째 고돌북스 생명토크 '동물보호법 판례평석'을 진행했습니다. 카라와 동변이 고민하고 만든 책자로 고돌북스를 진행했던 이번 시간은 이제까지 고돌북스에서 만나온 책들 모두 의미 있었지만, 조금 더 특별한 자리였습니다.



신청 가능 인원이었던 40명을 훌쩍 넘긴 77명이 짧은 시간 내에 고돌북스에 신청해주셨고, 모집을 시작한 후 불과 5일 만에 신청 마감이 되었습니다. 

<동물보호법 판례평석>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동물보호 활동가, 동물권 세미나 참여자 등 동물 학대 사건에서 각자의 역할을 고민하는 분들이 킁킁도서관의 좌석을 가득 채워주셨습니다.

판례평석을 집필한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변호사 다섯 분 중에 네 분(권유림, 김경은, 서지화, 채수지 변호사)이 강연자로 참여해서 동물 관련 사건의 판례를 살펴보고 쟁점, 적용법조를 검토하며 동물보호법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분석했습니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의 서지화 대표가 동변에 대한 소개와 <동물보호법 판례평석>을 카라와 함께 발간한 이유를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동물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적절한 처벌을 위해 동물보호단체가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합니다. 동변도 함께 대응해오면서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동물보호법에 대한 해석과 적용을 잘못하는 많은 판례를 지켜봐 왔습니다. 또한, 법관들의 생명 감수성 혹은 생명에 대한 가치관에 따라 판단이 크게 엇갈리는 경향도 있습니다."

서지화 대표는 <동물보호법 판례평석>이 동물보호법의 미비한 점과 그동안의 판결들에서 동물보호법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파악하고, 동물보호법의 적절한 해석 방향을 제시하며, 법관들의 생명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그리고 더 나아가 법 개정 방향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이야기로 판례평석집의 의의를 전했습니다.


16개의 판례 중 7개의 판례를 고돌북스에서 다루었습니다.


권유림 변호사는 로트와일러 기계톱 살해 사건, 길고양이 600마리 사건, 소유자의 부탁으로 개를 죽인 사건까지 총 세 가지의 사건을 분석해주셨습니다.

그 중 '로트와일러 기계톱 살해사건'은 사법기관의 법 해석이 적절했던 판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피고인(가해자)이 이웃집이던 피해자의 개 로트와일러 2마리가 피고인의 진돗개를 공격하였다는 이유로 소지하고 있던 기계톱으로 피해자의 개 한 마리를 내리쳐 등 부분을 절개하여 죽인 사건입니다. 두 가지 법조가 적용 가능했습니다.

-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호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 형법 제366조(재물손괴죄):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심은 무죄였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자신과 자신의 진돗개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으로 판단하였습니다. 피해자는 항소하였습니다. 

2심에선 또 다른 판결이 나왔습니다. 동물보호법 무죄, 재물손괴죄 유죄. 기계톱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로트와일러는 놀라서 도망갔을 텐데 피고인은 기계톱의 액셀을 누르며 등을 내리쳤습니다. 이는 긴급 피난, 즉 자신과 진돗개를 보호하려는 방법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재물손괴죄가 적용되었지만, 벌금은 30만 원이었습니다.

3심, 동물보호법 유죄, 재물손괴죄 유죄. 대법원은 피고인이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인 행위라고 판단하며 2심에서 내린 동물보호법 무죄 판결을 파기합니다.

환송심(최종 판결), 동물보호법 유죄, 재물손괴죄 유죄 / 벌금 70만 원  

 

3년에 걸쳐 왔다 갔다 했던 이 사건은 동물보호법과 재물손괴죄 모두 유죄 판결이 났습니다. 나의 반려동물이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 벌금 70만 원에 그친다는 것은 너무나도 미약하지만, 상급심으로 갈수록 처벌수위가 높아진 것은 매우 드문 판결이라는 점, 그리고 재물손괴죄에서 그치지 않고 동물보호법 처벌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판결이라고 권유림 변호사는 말합니다.


권유림 변호사는 동물보호법이 검사에게 과한 입증책임을 지우고 있다고 말합니다.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을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였는지, 공개된 장소에서 죽였는지, 같은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였는지 등과 같이 금지행위가 법에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검사가 입증해야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살인죄나 재물손괴죄는 사람을 죽였거나 손괴했다는 행위의 결과만 입증하면 처벌할 수 있습니다.

권유림 변호사는 동물을 죽였다는 결과 자체에 초점을 두어 수사를 하여야 하며, 동물을 죽이는 행위 모든 것을 금지하고, 죽일 수밖에 없었던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는 피고인이 입증하도록 동물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채수지 변호사는 보호소 직원에 의한 안락사 사건, 이웃집 개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 사건, 동물 불법 판매 등을 분석해주셨습니다.

'이웃집 개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 사건'은 피고인(가해자)이 자신의 집 앞마당을 드나드는 고양이 등의 동물을 퇴치하기 위해 닭 뼈와 생선 뼈에 살충제를 섞어 두었고, 원고(피해자)의 개가 산책을 나왔다가 닭 뼈를 먹고 사망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재산상 손해 500만 원, 위자료 2000만 원을 청구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아래의 법조가 적용 가능했습니다.

-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1심 판결: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하여 손해 180만 원 인정. 독극물 음식을 집 안에 두었음에도 별다른 안내문이나 이웃에게 알리지 않은 점을 들어 피고는 배상할 책임은 있으나, 원고 역시 개를 산책시킬 때 목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40%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2심 판결: 손해액 180만 원, 위자료 300만 원 인정. 고양이의 배설물을 이유로 고양이를 독극물로 죽이려고 한 점 자체가 동물을 죽이는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없다는 점으로 보며 동물보호법 위반이라 판단합니다. 또한, 민법상으로 동물이 물건에 해당하지만, 반려견을 생명이라는 사실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위자료까지 인정하는 판결을 내립니다.


채수지 변호사는 민법에서 반려견이 물건에 해당하지만, 감정을 지니고 인간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생명체로서 물건과는 구분되는 성질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판례라고 설명합니다. 스위스 민법과 오스트리아, 독일의 민법을 예시로 들며 동물보호법의 적절한 처벌을 위해서는 동물의 지위를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하였습니다.


판례분석이 끝나고 네 분의 변호사와 참여자가 함께 하는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몇 가지 질문만 선정하여 여러분에게도 공유 드립니다.


Q: 암소 생식기 안에 팔을 넣어 상해를 입힌 사건에서도 '수간'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얼마 전 수간을 모집하는 글이 올라왔다는 내용이 제보되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강화된 동물보호법으로 처벌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A: 최근에 문제 된 사건은 옛날 사건이 다시 회자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상으로는 단순히 모집한다는 내용 정도로는 처벌이 어렵다고 해석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수간 사건이 일어난다면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구제역으로 동물을 살처분할 때, 정부의 긴급행동지침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방법을 제안하면서도 현재는 구덩이에 밀어 넣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고 작은 새끼 돼지는 압사당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동물보호법 위반이 적용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A: 규정이 논란이 될 소지가 있습니다. 동물이 의식을 소실할 때까지 CO2로 주입해야 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CO2만 사용하면 지침을 따른 것으로 인정이 되는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입법적으로 보완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동물보호법은 잔인한 방법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으면 우선한다는 부분이 명시되어 있어서 축산물위생관리법이나 가축전염병예방에 따라서 살처분이나 도축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가능하다고는 판단됩니다. 하지만, 관련법이 규정하는 방식을 철저하게 따르지 않았을 때는 동물보호법 8조로 돌아와서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로 해석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고돌북스가 진행되는 내내 <동물보호법 판례평석>을 꼼꼼하게 읽고 필기하는 참여자의 모습은 여느 교육기관의 전공수업과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동물의 권리를 위한 동물보호법에 대한 참여자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고, 변호사님들도 열정적으로 답변해주신 시간이었습니다. 



김경은 변호사는 동물 권리 향상을 위한 시민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시민으로서 참여할 방법들을 설명해주셨습니다.

"동물 학대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간편한 방법으로는 국민 신문고나 지자체(시청, 구청)에 민원을 넣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니면, 사안에 따라 경찰서에 바로 고발을 하셔도 됩니다.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 어려움이 있으시면 동물보호단체에 조언을 받으셔서 너무 두려워하시지 마시고 시민분들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서지화 변호사는 시민들이 반려동물만이 아니라 농장 동물이나 실험 동물에게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길 요청하였습니다. 동물 사이에 차별을 두지 않고 인간 아닌 동물들이 본성에 맞게 살아갈 수 있도록 시민과 함께 고민하길 바란다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Q: 최근 국내 단체에서 원고를 '산양'으로 해서 소송을 한 적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전략적인 소송을 기획하시거나 외국의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현재 단계에서는 없습니다만, 동물의 권리가 인정되고 실현이 되려면, 동물에 대해 소송을 할 수 있는 대리권이 인정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저희는 그 부분에 대해서 소송법의 개정이라던가, 동물의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 동물 단체나 대변인에게 소송 대리권을 부여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산양 소송 그 자체는 굉장히 유의미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예전 국내에서 '도롱뇽'을 했다가 원고로 소송을 냈던 사례가 있습니다만, 당시에도 법원은 도롱뇽이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본에서도 동물을 소송 적격으로 인정하진 않지만, 동물의 대리인으로는 인정한 판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 시간이 넘는 질의응답 시간도 끝나고, 변호사님들의 고돌북스에 참여하신 소감을 끝인사로 나누었습니다.

김경은 변호사, "판례를 찾아보면 어이없는 판례도 많습니다. 미리 알았다면 적절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나마 동물보호법이 강화되어 동물 관련 범죄가 '2년 이하 징역,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도 재물손괴죄에도 미치지 못하는 처벌입니다. 동물 학대는 범죄 행위라고 인식하려면 시민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권유림 변호사, "이렇게 많은 분이 긴 시간 경청해주신 것 자체가 신기합니다. 법은 아무리 재밌게 얘기하더라도 어렵고 헷갈리는 부분이 많은데 이렇게 열심히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본업이 아니라 좋아서 하는 일이라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여기 오신 분들도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같은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채수지 변호사, "저 역시 놀랍습니다. 함께 공부한다는 느낌으로 해주셔서 감동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을 입증하고, 어떤 증거를 확보해야 동물 사건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같이 공감하고 고민하는 이 시간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시간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지화 변호사,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다시 의욕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잘 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2011년 구제역 파동 때 소송을 준비하고 좌절했던 시간도 생각납니다. 동물권리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동물보호법 판례평석>은 카라의 법정책 시리즈 첫 번째 작업입니다. 앞으로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동물보호법의 강력한 개정과 적절한 시행을 위해 법 정책 작업을 지속해나갈 것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지지, 참여 부탁드립니다. 4월 고돌북스 생명토크 <동물보호법 판례평석>에 함께 해주신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과 참여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5월 고돌북스는 '야생동물 스페셜'로 3일 동안 진행됩니다. (5/23, 5/24, 5/25) 5월 초 카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오니 야생동물의 이야기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교육아카이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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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김유진 2018-05-31 17:46

혹시 이 책 구입 가능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