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감 킁킁도서관은 지난 5월 23일부터 5월 25일까지 야생동물 스페셜로 고돌북스 생명토크 '야생동물과 공존하는 지혜로운 인간이 되기 위한 지침서'를 3일 동안 연속하여 진행했습니다. 이번 고돌북스에서는 국립생태원, 녹색연합,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연구원 및 활동가가 참여하여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야생'이라는 단어는 '도시'나 '인간'과 연결 짓는 것이 낯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야생동물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또한, 야생동물은 때로는 인간 때문에 삶을 위협받고 고통 속에 놓이기도 합니다.
야생동물을 인간의 삶과 멀리 떨어진 존재로 여기지 않고, 공존하는 생명을 위한 인간의 역할과 책임을 고민할 수 있도록 5월 고돌북스 생명토크의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공유합니다. 함께 현장의 분위기를 살펴볼까요?
야생동물 스페셜로 진행한 5월 고돌북스의 첫 번째 강좌는 녹색연합의 <천년만년 살 것 같지?>였습니다.
녹색연합은 1991년부터 백두대간 숲과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생태현장부터 소소한 일상까지, 우리의 삶과 삶터를 녹색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환경단체입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운동, 평창올림픽으로 무참히 베어진 가리왕산 복원 운동, 산양 보호, 로드킬 조사 등을 펼쳐왔습니다.
이번 고돌북스에는 녹색연합 상상공작소 팀장이자 <천년만년 살 것 같지?>의 대표작가인 박효경 활동가와 로드킬 활동을 담당하는 황일수 활동가가 강연자로 참여하여, 인간과 자연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녹색연합 활동 전반과 인간으로 인한 야생동물의 죽음 로드킬을 중심으로 다루었습니다.
박효경 활동가는 야생동물의 존재를 잊어버린 인간의 모습을 짚어보았습니다. 박효경 활동가가 보여준 한 장의 사진에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새해 일출을 보러 산을 오르려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사람마다 큰 짐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산 위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기 위해 불판과 버너를 챙긴 사람들도 모습까지 보이며, 야생동식물을 위해 출입금지된 구역도 인간들의 차지입니다.
박효경 활동가는 묻습니다. "지금의 이러한 현실에서 산을 더 쉽게 오르기 위한 케이블카가 정말 필요할까요? 산에 더 많은 사람이 꼭 올라야 할까요?"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활동과 같이 인간의 개발로 사라지는 자연환경을 위한 녹색연합의 활동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박효경 활동가는 꾸준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며 경험과 자료를 쌓아가며 그 자료를 토대로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활동가의 역할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시민의 일상적 실천방안으로 산에 오르는 일은 인간이 손님으로 야생동물의 집을 잠시 들렀다 간다는 생각으로 전환하고, A4 용지 한 장이 숲에서 왔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며, 일회용품 대신에 텀블러나 에코백, 손수건을 사용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황일수 활동가는 로드킬 활동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주었습니다. 녹색연합의 로드킬 주요 활동으로 로드킬 제로 캠페인, 굿로드, 그리고 로드킬 통합관리 시스템까지 세 가지 활동을 다루었습니다.
'로드킬 제로 캠페인'은 로드킬 없는 남한산성 만들기 활동입니다. 남한산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사람들의 방문이 더 잦아지면서 도로 위에서 죽는 동물의 수 역시 꾸준하게 발생하자, 녹색연합은 시민들에게 로드킬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015년부터 남한산성을 통과하는 43번과 45번 국도를 모니터링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색연합 활동가는 지속적으로 현장에 나가서 동물의 사체를 수거하고 조사하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동물의 사체는 이전에 그 동물이 살아있던 형태는 전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종이처럼 납작해지고 찢긴 동물의 사체를 심한 악취와 함께 바라보면, 공허함이 밀려오고 트라우마도 남는다고 황일수 활동가는 말합니다. 또한, 로드킬을 조사하는 활동가 옆으로 덤프트럭과 같이 큰 차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갈 때면 인간도 똑같이 로드킬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덧붙입니다.
길 위에서는 동물과 사람 모두 위험합니다. 빠른 속도로 운전하는 차 앞에 갑작스레 동물이 나타나고 이를 피하려다 보면 인명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며, 또 로드킬 사고에 도움을 주려던 사람들이 차에 치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로드킬은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이어가며 일차적으로 운전 속도를 줄이기 위해 녹색연합은 민관협력 최초로 '로드킬 위험 주의 표지판'을 설치합니다.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 운전자에게 감속을 요청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로드킬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하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녹색연합은 로드킬 신고 애플리케이션 '굿로드'를 개발합니다. 먼저 환경미화원을 중심으로 앱과 웹을 통해 로드킬을 신고하는 것으로 이후에는 시민들 참여까지 확장되었습니다. 굿로드를 통해 쌓인 자료를 통해 어떤 동물이 많이 죽는지 파악이 가능해졌습니다.
녹색연합의 로드킬 활동은 정부와 함께 로드킬을 줄이도록 '로드킬 통합관리 시스템'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환경부와 국토부가 녹색연합의 굿로드를 전국의 도로조사원에게 배포하여 정부에서 로드킬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강연이 끝나고 참여자들의 현장 질문을 받아보았습니다. 참여자들은 로드킬을 경험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로드킬 감소를 위해 어떤 활동이 더 필요한지 등 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녹색연합의 <천년만년 살 것 같지?>는 야생동물보호 활동 전반을 살펴보고 특히 로드킬 운동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상상해볼 수 있는 야생동물 스페셜 첫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5월 24일 목요일에 진행된 5월의 두 번째 고돌북스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우리 만난 적 있나요?>입니다. 김봉균 재활관리사가 강연자로 참여해주셔서 인간으로 인한 야생동물 수난사를 공유해주셨습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야생동물을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은 사람이다." 김봉균 재활관리사는 사람이 하는 행위로 인한 야생동물의 피해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하는 행위, 특히 '개발'은 야생동식물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친다고 말합니다. 개발로 인해 사라진 갯벌이나 무분별한 벌목은 단순히 지형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던 수많은 야생동식물의 생명을 죽이는 행위라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의 힘으로 개발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김봉균 재활관리사는 우리에게 그만큼의 힘과 방법이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환경과 동물을 지키고자 활동하는 단체를 후원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지역을 바꿀 결정권이 있는 사람들, 즉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등을 뽑는 선거에서 후보들이 동물권과 환경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 투표로 선택하는 것 역시 생명을 죽이는 개발을 막을 방법입니다.
김봉균 재활관리사는 야생동물 합법적인 포획과 불법적인 밀렵은 우리나라에서 줄어들고는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이유만을 놓고 봤을 때는 더 빈번했던 과거보다 현재가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현재의 우리는 야생동물을 반드시 잡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 수난은 무엇이 있을까요?
근거 없고 위험한 보신 문화로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일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해동물 포획이나 개체 수 조절 역시 인간 중심적인 사고로 인간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생각에서 벌어집니다. 인간의 '취미활동'인 사냥, 탐조, 사진촬영 등으로 야생동물은 위협받고 있으며, 특히 오늘날에는 혐오로 동물을 죽이는 범죄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길고양이 혐오로 위험한 덫을 불법적으로 설치하는 사람들. 이로 인해 길고양이, 야생동물, 그리고 인간까지 위험에 놓였습니다.
또한, 야생동물을 반려동물로 기르는 모습을 독특한 사례로 다루는 방송 역시 문제가 있다는 점을 김봉균 재활관리사는 이야기했습니다.
한 마디도 놓칠 것이 없는 강연에서 참여자들과 함께 킁킁도서관의 사서냥이 무쇠도 열심히 듣고 있는 듯 합니다. :)
김봉균 재활관리사가 한 장의 사진을 참여자와 공유했습니다. 백로가 새끼를 따뜻하게 돌보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모성이 느껴지는 사진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비윤리적인 사진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그 사진은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인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로는 새끼를 지키기위해 목숨을 걸고 둥지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디지털 카메라 보급과 함께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그 중 야생동물을 찍으려는 사람들도 더불어 많아졌습니다. 야생동물의 생태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행이지만, 멋진 사진을 찍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야생동물에게 큰 위협이 됩니다. 야생동물에게 너무 가깝게 다가가서 플래시를 터뜨리거나 인위적으로 조류의 둥지를 이동시키기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모르는 사이에 인간으로 인해 야생동물은 고통받고 있습니다.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노력의 시작은 야생동물이 우리 곁에서 살고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것부터라는 김봉균 재활관리사의 이야기를 우리 모두 꼭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5월 25일 금요일, 5월 고돌북스 마지막 시간은 국립생태원의 <야생조류와 유리창 충돌>이었습니다. 김영준 수의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리창 충돌로 조류가 얼마나 죽을까요?" 하나의 질문으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3만, 10만, 50만 마리까지 참여자들이 다양하게 추측해보았습니다. 과연 몇 마리였을까요? 현재 이를 연구하고 있는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매해 무려 3천만 마리의 새들이 유리창에 충돌하여 죽는다고 합니다.
"일상 속에서 유리창 충돌로 죽은 새를 본 적 있으신가요?" 이 질문에 참여자들은 선뜻 대답하지 못합니다. 사실 우리 눈에 많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새는 언제 어디에서 충돌하여 어떻게 죽은 걸까요?
구조센터에서 유리창에 부딪힌 새들에 대한 데이터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물만 구조됩니다. 이미 죽은 동물은 구조센터로 신고되지 않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조류 중에도 몸집이 큰 야생조류의 숫자만 데이터에 들어갑니다. 참새나 제비와 같이 작은 새들은 유리창 충돌로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면서 데이터가 파악되기 어렵습니다. 데이터는 전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종류가 편향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새는 왜 유리창에 부딪힐까요? 현대 건축의 형태가 변화하고, 강화유리가 발명되면서 국내에도 유리창을 사용하는 건축물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김영준 수의사는 묻습니다. "인간은 유리를 볼 수 있나요?" 사실 인간도 유리를 확실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 유리가 있다는 것을 학습을 통해 인지하기 때문에 부딪히지 않을 수 있지만, 인간도 방심하면 부딪힐 수 있습니다. 유리는 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새가 유리창을 보지 못하고 부딪히는 것은 새가 인간보다 지능이 떨어져서라고 볼 수 없습니다.
조류의 시력은 인간과는 다릅니다. 정면을 향하는 인간의 눈 위치와는 달리 새는 양옆에 눈이 있습니다. 포식자가 주변 360도 어디에서 나타날지 감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하여 새가 정면에서 볼 수 있는 영역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보다 유리창 충돌에 취약합니다.
유리창에 충돌했을 뿐인데 새는 왜 죽을까요? 우선 속도의 차이를 들 수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새의 비행 속도는 시속 36~72km입니다. 반면의 걸어 다니는 인간의 속도는 시속 4km입니다. 충돌로 느끼는 힘의 크기 자체가 다릅니다. 또한, 새는 비행을 하기 위해 해부학적 구조가 단순화되어 있고 가볍습니다. 무거우면 오래 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리창 충돌은 새를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위험한 사고입니다.
많은 수의 새가 죽고 있다면 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로드킬이나 다른 어떤 죽음보다도 큰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연구도 미비하고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지 않습니다. 김영준 수의사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대중 캠페인을 진행하기 어려우며, 야생조류의 유리창 충돌은 인간에게 전혀 손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연구할 예산을 마련하기도 어렵다고 말합니다. 새가 유리창에 부딪혀서 유리창이 깨지거나 아니면 피가 난무할 정도로 잔인하게 죽는다면 아마 지금과 같이 사람들이 무관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야생조류의 유리창 충돌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김영준 수의사는 다양한 방법을 공유해주었습니다.
우선 전문가들의 조류 충돌피해 정밀 연구조사가 필요합니다. 시민들에게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자발적으로 참여가능한 방법을 알려야 할 것입니다. 유리창을 청소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조류 충돌을 막을 수 있습니다만,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창문에 필름이나 시트지를 붙이는 방법도 있고, 그림을 그려도 됩니다. 버드세이버 하나만으로는 어렵지만, 작은 스티커를 10cm 간격으로 붙이는 것만으로 조류 충돌을 방지합니다. 아니면 유리창에 아크릴 물감을 조금씩 찍어 놓는 것만으로도 가능합니다. 아크릴 물감은 다이소와 같은 상점에서 쉽게 구매 가능합니다.
또한,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는 설계 단계부터 조류 친화적인 건물로 짓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공공건물과 고속도로 옆 투명 방음벽부터 조류 친화적인 장치로 설계하도록 정책적으로 의무화해야 합니다.
인간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죽음이라도 인간으로 인해 죽는 생명이 있다면, 우리는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그리고 야생조류를 비롯한 야생동물의 죽음이 우리와 분명 연관이 있습니다. 야생동물이 모두 죽고 나면, 아니면 그들이 다 죽기 전에 이미 인간은 큰 위험을 마주하고 있을 것입니다.
공존 없이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기에 5월의 고돌북스 '야생동물과 공존하는 지혜로운 인간이 되기 위한 지침서'에 참여해주시고 후기를 읽어주신 분들과 함께 고민하고 주변에 알리면서 더 많은 논의를 끌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물권행동 카라 교육아카이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