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3월 고돌북스: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 동물을 대하는 나라의 품격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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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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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5일, 2018년 첫 고돌북스 생명토크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 동물을 대하는 나라의 품격>이 진행되었습니다. 킁킁도서관은 고돌북스의 첫 번째 주제로 '반려견, 맹견, 펫티켓, 관리정책'을 다루었습니다. 이는 연이은 개 물림 사고와 자극적인 보도, 그리고 '체고(몸높이) 40cm 이상 반려견 입마개 의무화'가 불러온 논란을 걱정스럽게 지켜봐 왔던 분과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든 문제의 원인을 '개'에 집중하며 반려견의 문제행동의 대책으로 안락사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서 동물행동학을 기반으로 합리적인 대응방법을 함께 고민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셀리나 델 아모의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를 고돌북스의 첫 번째 책으로 선정하였고,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의 역자이자 독일 동물보호소에서 임상 수의사로 역임했던 이혜원 수의사를 게스트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행사 당일의 일기예보는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해서 신청자 분들이 발걸음을 돌리실까봐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른 오후에 비는 멈췄습니다. 신청자 분들이 제시간에 카라 더불어숨센터 3층에 위치한 생명공감 킁킁도서관으로 도착하셨습니다.

캣워커에서 심드렁해보이는 사서냥이 알식이와 오랜만에 고돌북스를 진행하여 설렌듯한 무쇠는 참여자들에게 인사하러 다니느라 바쁜 듯 보입니다. 저녁 7시가 되자 북토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혜원 수의사는 개의 기원을 살펴보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인간이 가장 먼저 가축화한 동물, 개. 1만 5천 년 전에 인간과 함께 살게 되었다고 알려졌지만, 최근에 3만 년 전이라는 연구 결과도 등장했습니다. 인간은 개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간이 사냥하던 시절, 개에게 필요한 임무는 '공격성'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인간이 키워 낸 개의 공격성은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반려동물은 언제나 인간에 의해 선택적, 인위적 교배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것을 반복합니다. 소위 '맹견'이라 일컫는 체형이 큰 개의 품종 역시 인간이 인간의 요구로 만들어졌습니다.

이혜원 수의사는 반려견의 DNA에는 '개는 인간보다 약하다'라고 프로그램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된 사실입니다. 개가 마음먹고 문다면 사람은 크게 다칠 수밖에 없지만, 대부분의 개는 사회화 교육을 통해 인간과 조화롭게 살고자 노력합니다. 천만 인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것은 개들의 이러한 유전적 기질 덕분입니다.


이혜원 수의사는 고돌북스에서 반려견 행동을 분석할 때 살펴봐야 하는 4가지를 설명했습니다. 

- 유전적 요소

- 환경적 요소: 반려견이 살고 있는 환경, 반려인과의 관계, 산책 빈도, 놀이 빈도, 사료 급여 횟수 등

- 경험: 반려견 겪은 좋은 경험, 나쁜 경험 등

- 건강상태: 병력, 호르몬, 디스크 혹은 관절 통증 등

특히 이혜원 수의사는 반려견이 이상 상태를 보였을 때 제일 먼저 질병을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현재 아픈 데는 없는지 체크가 필요하며, 병이 다 나았다고 해도 연관된 상황에서 이상행동이 발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상태에 문제가 없다면 그다음 행동교정을 고려해야 합니다.


행동교정을 위해선 개의 감정을 파악해야 합니다. 개는 귀, 콧등, 입, 꼬리, 자세 등으로 감정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고돌북스에서는 몇 가지 사진들을 보면서 참여자들과 함께 개의 행동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앞으로 엎드린 개의 자세는 어떤 언어인지, 얼굴을 핥는 행동 등을 다뤘습니다. 특히 개가 모든 다리의 관절을 쫙 편 상태로 있는 자세는 개가 자신을 크게 보이려 하는 것으로, 공격하기 직전의 행동이기 때문에 낯선 사람이 다가와서는 안 된다고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반려견이 무서울 때 나오는 대표적 행동 '4F(Freeze / Flirt / Fight / Flight)'에 대해서도 다루었습니다.


반려동물 행동 교육법에는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이혜원 수의사는 3가지 방법으로 순화, 조작적 조건화, 처벌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어떤 자극에 무디게 만드는 '순화', 부정적으로 여기던 것을 간식을 주면서 좋은 것을 바꾸는 작업 '조작적 조건화'. 이 두 가지가 대표적인 행동 교육법입니다. 그리고 '처벌'은 물리적 처벌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혜원 수의사는 물리적 처벌은 행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무시하거나 좌절감을 느끼도록 하는 처벌의 방법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개가 하고 싶은 대로 모든 것을 하게 두는 것도 문제이며 행동 통제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이혜원 수의사는 덧붙입니다. 


반려문화의 선진국인 유럽의 맹견법도 살펴보았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반려견 물림 사고와 입마개 정책으로 논란이 많았던 만큼 참여자들의 관심도 높았습니다.

유럽 역시 개에 의해 어린이가 죽는 사고가 발생하면, 여론이 뜨겁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스위스에서 세 마리의 핏불테리어가 아이를 물어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핏불테리어 종을 금지해야 한다는 보도들이 이어졌습니다. 

영국의 맹견법은 1991년 제정되어 관리와 허가가 필요한 품종을 정했습니다. '외형'에 의해서 판단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품종에 따라 맹견으로 구분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덴마크의 경우는 더 충격적입니다. 2010년 제정된 맹견법에 따르면 맹견으로 지정된 품종은 더는 기를 수 없습니다. 2010년 이전에 등록한 동물이 아니라면, 설사 해외에서 여행을 온 동물이라고 해도 안락사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독일은 맹견 관리법이 주마다 다릅니다. 주마다 금지된 품종이 다르며 금지된 품종이 아예 없는 곳도 두 곳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에서도 소개된 반려견 자격증 제도를 도입한 '니더작센'입니다. 독일의 니더작센에서는 반려견의 품종이나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반려인에게 반려견 자격증을 요구합니다. 이는 반려견 훈련을 통해 일반인의 안전과 질서를 위협할 가능성을 방지하는 것으로 문제의 원인을 개가 아닌 '인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금지된 품종이 없는 또 다른 주는 브리더가 헌법 소원을 내어 승소한 경우입니다. 물림 사고의 통계를 분석하니 맹견으로 분류된 품종보다 다른 품종들이 무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에 재판에서 승소할 수 있었습니다.

선진 문화를 기대했던 유럽의 몇몇 국가들이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실망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맹견법'을 놓고 효과적인 논쟁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품종으로 맹견을 구분해서 관리하고 심지어 안락사까지 시키기까지 하지만, 물림 사고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 통계를 통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맹견으로 구분된 품종들도 사람을 무는 사건이 발생하지만,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 아닙니다. 물림 사고는 품종별로 고르게 나타납니다. 어느 품종이든 교육이 안 되면 사람을 물 수 있습니다. 반려견 사고는 동물이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동물을 대하고 교육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고돌북스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사서냥이로서 맡은 역할의 최선을 다하는 무쇠와 알식. 다들 제대로 듣고 있는지 열심히 관리중입니다. (하지만 두 사서냥이가 열심히 활동하면 할수록 참여자분들의 시선이 고양이에게로 향하는 것은 기분탓이겠지요?)



이혜원 수의사의 강연이 끝나고 참여자의 현장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행동치료를 공부하려는 참여자의 고민, 반려견의 영양을 생각하는 반려인, 중성화 수술에 대한 질문에는 이혜원 수의사의 답변에 다른 참여자들의 경험들도 보태어졌습니다. 질문 중 기억에 남는 4가지 질문과 답변을 여러분에게도 공유합니다.


Q: 반려견 물림 사고 일어나자 사회화 교육이 아니라, 개를 안락사 시켜야한다고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독일의 상황은 어떠한가요? 

A: 개가 한 번 물었다고 안락사시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개를 마구 때린다고 해도 개는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모든 행동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요소가 '생존'입니다. 자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은 아니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또한, 반려견의 공격성은 반려인의 몫입니다. 개를 안락사해도 똑같은 반려인에게는 사람을 무는 개가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반려인의 잘못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개에게 뇌종양이 있거나 호르몬에 이상이 있으면 공격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갑작스러운 개의 이상행동은 개의 질병 상태를 살펴봐야 합니다.

독일은 개가 사람이나 다른 개를 물면, 경찰이나 지자체마다 있는 수의국 중 한 곳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경찰은 문제견이 얼마나 공격성이 있는지 전문가에게 의뢰합니다. 개는 기질 검사 자격증이 있는 행동 치료 수의사나 훈련사에게 보내지고, 검사비용은 반려인이 당연히 내야 합니다. 기질 검사는 두 시간 정도 진행되며 간식을 주다가 멈췄을 때의 개의 반응을 살펴보는 기초적인 검사를 비롯해 40가지의 상황을 재현해봅니다. 대부분 개는 간식을 갑자기 주지 않아도 기다리지만, 공격성이 있는 경우엔 잠시도 못 기다리고 뛰어들려고 합니다. 조금의 좌절감도 참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지팡이를 짚고 가는 사람, 술 취한 듯 비틀비틀 걷는 사람 옆을 지나갈 때의 개의 모습도 관찰하며, 훈련사마다 조금씩 달라도 기본적인 틀은 같습니다. 독일에서 10년 이상 행동 치료 수의사로서 일해온 사람은 최소 한 번은 안락사 판정 경험이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Q: 동물 치료 전공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 '동물복지'에 대해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요?

A:  고돌북스가 진행되는 이곳, 생명공감 킁킁도서관에 자주 놀러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


Q:  티어하임과 같은 좋은 시스템이 갖춰진 동물보호소가 어떻게 후원금으로만 가능할까요? 국민 인식 차이인지 정부의 지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독일은 동물 보호 운동이 200년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동물 단체 후원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 단체인 영국의 RSPCA의 2012년 일 년의 후원금만 2천억 원이었습니다. 독일 뮌헨의 티어하임 1년 운영비는 50억 원입니다. 정부의 지원보다는 후원금이 탄탄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Q: 반려견 자격증이 독일에서는 가능하겠지만, 우리나라 현실에 적용 가능할까요? 제도적으로 정착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A: 독일 모든 주가 반려견 자격증을 도입하진 않았듯이 독일 역시 제도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동물을 기르려면 시험을 봐야 한다니?'라는 반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운전면허증과 같이 쉽게 패스가 가능한 선에서 아니면 필기시험 없이 개를 공공장소에서 어떻게 핸들링하는지 정도만이라도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반려인구가 천만 명이나 되지만, 그 숫자만큼 개가 낯설거나 무서운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반려견 입마개 의무화 대책이 반려인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이지만, 개가 두려운 사람에게는 반가운 대책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개에 대한 공포, 두려움, 혐오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반려인이 개를 잘 키우고 그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줄 필요도 있습니다. 비 반려인과 반려인이 갈등 구조가 극과 극으로 가서는 안 되고 함께 공존해야 합니다.



질의응답 시간까지 모두 지나고 3월의 고돌북스 생명토크가 끝났습니다. 참여자분들에게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출연하여 국민 댕댕이로 인기를 얻고 있는 '오구'의 엽서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리플렛과 함께 나눠드렸습니다. 책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를 읽고 챙겨오신 분들은 역자이신 이혜원 수의사의 사인을 받으셨습니다. :) 


이혜원 수의사의 강연은 현장의 경험담에 기반을 둔 이야기들이어서 더 집중할 수 있었고, 현실적인 고민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고돌북스 참여자들도 이후 설문조사에서 유럽의 맹견법에 대한 설명, 동물행동치료 중 동물복지에 어긋나는 부분을 짚어주신 점, 반려견 사회화 교육의 4가지 포인트, 동물 행동분석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이셨으며 많은 사람이 고돌북스의 강연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겨주셨습니다.


요즘 TV에서도 동물 행동 교정은 자주 등장합니다. 이혜원 수의사는 동물 행동 교정은 간단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꼭 기억해달라고 조언합니다. TV 프로그램에는 많은 과정이 편집되고 기승전결로 나타나지만, 사실 무수한 과정이 있습니다.

이혜원 수의사는 반려인은 인내심을 갖고 반려견과 함께 교육에 임해야 하며, 그 밑바탕엔 생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반려인이 알려주는 방법에 따라 반려견은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을 배운다"

입마개 의무화, 문제견 안락사, 개파라치까지 거론되었던 한국 사회가 반려동물 문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인간의 역할을 반드시 기억해야합니다.

반려인이 더 멋지고 안정적으로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도록, 비 반려인도 안심하고 반려동물과 공존할 수 있도록, 그리고 무엇보다 반려동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보낼 수 있도록! 고돌북스 생명토크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찾아뵙겠습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교육아카이브팀- 


댓글 2

카라 2018-04-03 11:19

안녕하세요. 오한나님, 3월 고돌북스의 후기는 페이스북으로 한 번 게시되었습니다. 한나님께서 읽으신 홈페이지의 게시글을 공유한 형식이었습니다. 아래의 URL을 참고해주세요. 고돌북스에 관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https://www.facebook.com/kara.animal/posts/1653556164731898


오한나 2018-04-01 23:13

SNS에 올릴 수 있게 글 올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