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 C2022050301


  • 고양이

  • 성별(중성화)

    수컷 / 중성화 X

  • 추정나이

    2019년생 추정

  • 몸무게

    5.0kg

  • 털색

    치즈


친화도
활발함

히스토리






에버는 지난 3월 파주에 소재한 카라 더봄센터 인근 마을에서 구조된, 숨집 안에서 죽어가던 길고양이로 카라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으나 극심한 고통 속에 의식을 잃고 회복이 어려운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밥자리가 있던 마을의 터줏대감으로서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여줬던 에버는 늘 대장 고양이의 한결 같은 풍채로 자리를 지켰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동안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온 에버는 이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져 있었습니다. 카라 활동가들은 곡기를 끊고 숨집에 들어간 지 만 3일째 되던 날 누운 자리에서 움직임 없이 겨우 숨만 쉬고 있던 에버를 발견, 즉시 카라병원으로 이동시켰습니다.

검진 결과, 에버는 중성화 안된 3세 추정의 수컷 고양이로 몸 구석구석이 성치 않았고 고양이에게 치명적이라는 ‘건식 복막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아픈 몸으로 힘들게 살아왔을 녀석의 지난 날들이 그려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카라병원의 긴급 치료가 시작된 후, 에버는 대장 고양이의 위엄을 보여주겠다는 것처럼 아주 조금씩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밥도 먹고, 처치가 필요할 때는 병원 의료진에 솜방망이도 날리며 다 나아서 얼른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처음 만났던 순간보다는 훨씬 기운 넘치는 녀석을 보면서 활동가들은 물론 의료진까지 모두 에버가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잠깐 기력을 회복하는듯 보였던 에버는 식욕 저하 증세와 함께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배변을 하는 등 다시 활력을 잃어갔습니다. 긴급 구조가 이뤄지고나서 이틀 뒤 에버는 또다시 자발식욕을 잃고 입원하여 수액을 맞아야 했고 의료진의 세세한 보살핌 속에 활동가들은 간절히 에버가 기운을 되찾아주길 기다렸습니다.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입원 중이던 에버가 구조된 지 8일째 오후, 첫번째 응급 상황이 찾아왔습니다. 그 뒤로 에버는 의식을 찾지 못하는 상태로 간헐적 발작 증세를 이어갔습니다. 다리부터 시작되었던 미세한 발작 증세는 다음날까지 하루를 꼬박 이어서 점차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녀석은 작디 작은 몸으로 큰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습니다.

산소 공급과 발작 증세를 억제시키는 주사 처치에도 에버의 증세는 도무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 의식 없이 몸을 떨고 있는 녀석의 모습은 에버가 마치 홀로 힘든 시공 속에 갇혀 있음을 보여 주는 것 같았습니다. 발작을 하루 이상 지켜본 카라 의료진과 활동가들은 ‘존엄사’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상태로는 에버가 정상 의식을 회복하기 어렵고, 아무런 의식 없이 발작 증세만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의 의미 없는 처치는 무의미한 고통의 연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여 전날부터 발작이 계속되고 있던 구조 9일째 되던 날 오후 5시 30분. 카라 의료진과 여러 활동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에버에 대한 경건한 존엄사가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습니다. 진심 어린 눈물로 에버를 보내주는 활동가도 있었고, 마지막으로 녀석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는 활동가도 있었습니다. 생의 마지막 배웅을 받으며 에버는 영원히 잠들었습니다.

평온하게 눈을 감고 있는 마지막 에버의 모습이었지만 퉁퉁 부어버린 얼굴과 뼈가 다 만져질 정도로 앙상하게 마른 몸은 그동안 녀석이 얼마나 치열하고 힘들게 길 생활을 유지해 왔을지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에버는 우리의 곁을 떠났지만 지금도 적절한 보살핌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고군분투하고 있는 시골의 많은 길고양이들이 있습니다. 카라는 에버와 같은 마을 길고양이들의 안녕과 복지를 살피고자 다시 한번 나아가려고 합니다. 더봄센터를 중심으로 ‘마을 동물복지 사업’을 통해 마을의 길 동물들이 조금이라도 더 평온하고,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파주의 추운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지난 겨울을 이겨냈을 에버가 사랑한다는 인사로 배웅 받으며 가는 마지막 길이 부디 춥지 않았길 바랍니다. 사람의 생명과 동일하게 존엄하고 소중한 생명이었던 대장 고양이 ‘에버’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