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사항
산책 안 나가봄, 타견에 대해 공격성은 없는데 사회성이 떨어짐
히스토리
아무나 동물을 키울 수 있는 세상에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반려동물을 기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보호자는 개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제대로 살펴주지 않고 동물들은 준비되지 않은 보호자에 맞춰 자신의 견생을 살아갑니다. 고의이든 무지이든 결과적으로 불편을 참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건 순전히 ‘동물들’의 몫입니다. 때로는 그것이 단순히 불편의 정도를 넘어서서 심각한 방치와 학대가 되기도 합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목줄을 맨 개를 허공에 높이 들어올린 채 남은 한 손으로 수차례 개를 가격하는 학대 영상을 제보 받았습니다. 의심의 여지 없는 명백한 동물학대 행위였습니다. 시급히 긴급격리 조치가 이뤄져야 했기에 카라는 이 사실을 해당 지자체인 화성시에 알리고 지난 11일 공무원들과 함께 사건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고발장 접수도 준비된 상태였습니다.
동물을 때리는 화면 속 학대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개의 안위를 걱정하며 활동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뜻밖이었습니다. 쭈뼛쭈뼛 머리를 긁적이며 나오는 개의 보호자라는 사람은 외관상 우리가 상상했던 흉악하고 가차없는 사람이 아니라 수줍은 얼굴에 드문 말수로 저희와의 의사소통도 간신히 가능한, 그래서 왠지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분이었습니다.
“개 때리셨죠? 개한테 그러시면 안됩니다”
공무원의 말에 보호자는 머뭇머뭇 “예..”라고 대답하며 변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영상에서 맞고 있었던 개는 마당 한켠에 묶여 쉬고 있었습니다. 개의 몸은 겉보기에 별 문제가 없어보였습니다. 마당에는 다른 개들도 있었습니다. 개집 앞에 묶여 있는 성견 백구 1마리가 우리에게 경계심을 드러내며 짖고 있었고 그 옆에 놓인 크롬장 안에는 왕성한 성장기에 있는 백구 2마리가 비좁게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몹시 활달하여 훨씬 더 큰 공간을 필요로 하는 성장기의 개들은 좁은 크롬장 안에 불편하게 있는데, 크롬장 위로는 내리쬐는 볕을 막기 위한 판이 다소곳이 올려져 있었고 안에는 밥그릇도 있었습니다. 성견 백구 집 옆에도 저희의 방문시에 비어있긴 했지만 깨끗한 밥그릇, 물그릇이 놓여 있었습니다. 얼핏 보면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선해야 하는 점들이 눈에 띄는, 마당에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집의 모습이었습니다.
건물 내부 방 안의 상황은 좀더 심각했습니다. 보호자는 마당에서 기르는 4마리 뿐만 아니라 내부에 2마리 개를 더 키우고 있었는데 미용과 목욕이 안되어 꾀죄죄하게 털이 뒤엉킨 말티즈 품종견들이었습니다. 방 안의 공간은 널찍했지만 널브러진 가구들에 몹시 어지러운 환경이었고 배변이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보호자 지인에 따르면 보호자의 자제분이 약 1년 전 펫샵에서 비싼 돈을 주고 사왔다고 합니다. 아울러 지인은 보호자가 개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말씀도 남기셨습니다.
누구나 쉽게 동물을 사고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 어떻게 동물을 돌봐야 하는지 몰랐던 무지가 낳은 일이었습니다. 그 무지는 때로는 개들이 자신이 바라던 대로 움직여 주지 않을 때 우리가 영상 속에서 확인한 폭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카라가 확인한 바로는 이러한 폭력이 빈번하게 이뤄졌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개를 사랑하는 방식을 몰랐던 보호자가 저지른 한 두번의 폭력은 우리가 범죄라고 부르는 동물학대였습니다.
고발은 둘째치고 이렇듯 준비되지 않은 보호자가 6마리 개를, 그것도 스스로는 옳다고 생각하며 기를 수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동물의 복지가 현저히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개들에게 나름의 신경을 써준 사소한 흔적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와 활동가들의 마음은 되레 무거웠습니다. 아마도 그건 아무나 개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누군가에겐 방치와 학대라는 범죄까지 저지르도록 만들고 있다는 모순 때문이었을 겁니다.
화성시와 활동가의 설득에 보호자는 마당에 묶여 있던 성견 백구 1마리만 남겨두고 나머지 5마리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 개들을 인계했습니다. 보호자는 이별이 슬펐는지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계속 울었습니다. 그렇게 ‘아델’ ‘누리’ ‘끼리’ ‘말랑’ ‘몰랑’ 5마리 개들은 카라에 입소하게 되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더 힘들고 더디더라도 장기적으로 완전 교화를 위한 노력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비록 죄는 미웠지만 무지에 의해 우발적으로 학대를 저지는 남자는 충분히 교화가 가능해 보였고, 고발로 인해 마음이 돌아서면 후속 교육과 교화 활동이 불가능했습니다. 학대의 제어는 법률로만 아니라 ‘사람’ 그리고 ‘사회’ 자체가 변해야 완결됩니다. 이번 사례를 우리 사회 동물권 향상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하여 꼭 완결성 있는 결과를 도출하겠습니다.
개들은 모두 현재 카라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습니다. 번식장에서 65만원에 구입해 키우다 지인이 남자에게 맡긴 소위 ‘순종’말티스중 한 마리는 선천적 심장 문제로 큰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모두 중성화와 접종을 진행하며 건강하게 새 가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입양을 많은 홍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