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쓰레기와 분뇨로 가득한 곳에서 구조되어 더봄센터에서 평온한 일상을 누리던 솔레의 부고를 전합니다.
2021년 5월, 쓰레기와 분뇨로 가득한 서울 한 가정집에서 방치되어있던 솔레는 고양이 38마리와 함께 구조되었습니다.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이 집에서 구조된 고양이의 대부분이 장모종의 품종묘였는데, 털 관리가 되어있지 않은 것은 물론 위생상태도 엉망이었습니다.
발톱을 다듬을 스크래처도 없어 날카로워진 발톱이 패드를 파고들어 있기까지 했었습니다. 구조 후 솔레는 치료해 준다는 걸 안다는 듯, 그동안 너무나 아팠을 텐데도 하악질 한 번 없이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만큼 착하고 순한 고양이었습니다.
솔레와 함께 구조된 많은 고양이들은 영양실조와 만성 허피스, 구내염 등 크고 작은 질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솔레 역시 추후 이어진 기본 검진에서 심장병 초기 진단을 받았는데요, 이후 많은 고양이가 가족을 찾았지만, 심장병 초기 진단을 받은 10살 추정의 고양이 솔레에게는 단 한 건의 입양신청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더봄센터가 설립되고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서 솔레와 함께 구조되었던 고양이들은 묘사로 입소하게 되었습니다. 더봄 활동가들이 기억하는 솔레는 의젓하고 조용하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고양이었습니다.
더봄 활동가들이 출근을 하면 가장 먼저 묘사 문 앞에 앉아 야옹, 울며 활동가들을 반기는 것이 솔레의 일상 루틴 중 하나였습니다. 겁이 많아 큰 소리가 나는 건 무서워 숨기도 했지만, 아침 청소처럼 부산한 일이 끝나면 어느새 다가와 사람 근처에 가만히 맴돌던 고양이었습니다.
솔레가 지내던 조용한 묘사 공간을 기억합니다. 늘 따뜻하고, 포근하고 사람을 반기던 고양이들 속에서 솔레는 조용히 차례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묘사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이 따뜻하게 데워준 쿠션에 누워 배를 대자로 보여주며 자기도 했습니다. 솔레가 있던 묘사의 풍경은 참 평화롭기만 했습니다.
언제나 갑자기 갈 수 있는 솔레의 병을 알면서도 이렇게 갈 고양이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늘 묘사 앞에 나와 있었던 솔레가 보이지 않던 날, 묘사 활동가는 그저 ‘솔레가 평소보다 깊게 잠들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솔레는 묘사 활동가의 생각처럼 정말 잠들 듯 조용히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아프다고 티 한 번 내지 않고, 투정 한 번 없었던 솔레에게 그저 한없이 미안하다고만 말하고 싶습니다. 가족을 찾아주지 못해서, 늘 조용하고 착한 고양이라 다른 고양이들보다 많이 들여다보지 못한 것만 같아 미안하다고요. 햇살같이 따뜻했던 고양이, 솔레의 명복을 함께 빌어주세요.
🙏 솔레가 살던 더봄센터의 묘사에는 함께 구조된 7마리의 고양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까망, 레미, 케이, 삼색, 부앙, 페르, 네네가 세심한 돌봄 끝에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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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게 딩굴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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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장난감 놀이를 한 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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