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로트의 우울> 읽고

  • 김애진
  • |
  • 2017-07-20 14:23
  • |
  • 575

"그 때는 샤를로트가 외로워하면 함께 자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외로운 것은 인간이다. 체온이 높고 멋진 털을 가진 동물과 함께 자는 건 너무도 기분 좋은 일이라 그 유혹을 뿌리치는 데는 엄청난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걸."


불임으로 마음고생하던 주인공 부부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개를 맞아들였다. 샤를로트라는 이름의 은퇴한 경찰견 셰퍼트다. 


그들은 아이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지 못했다. 장차 태어날 지 모를 아이를 위해 침실에 샤를로트를 들어오지 못하게 했었다. 


불면증에 잠 못 이루던 주인공은 한동안 고민한다. 드디어 샤를로트를 침실로 맞이하고 함께 침대를 쓴 밤. 오랜만에 단잠에 든다.


그렇다. 외로운 것은 언제나 인간이다. 위로가 필요하고 온기가 필요하다. 


지금껏 금지된 구역이었던 침실로 샤를로트가 조심스레 발을 들여 놓는 장면에서 눈물이 날 뻔했다. 

나는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된 걸까, 샤를로트의 감정에 이입된 걸까. 


개와 침대를 나눠쓰고, 베개를 내어주는 일은 행복하다. 엉덩이로 내 얼굴을 밀어내도 괜찮다. 자고 일어나보면 강아지는 어느새 베개 한 가운데를 차지해 있다. 나는 베개 끝에 위태롭게 고개를 걸치며 잘 지언정 풍성한 행복감이 있다.


남편은 이 감정을 뒤늦게 알아버렸다.  친정집에 가서 잘때면 밤마다 나에게 지령을 내린다. 


"장인어른 방에서 보리 좀 빼내와."


이미 아빠는 9시 반에 보리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누운지 오래다. 아빠와 보리에겐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아빠는 사위가 보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안다. 그런데도 사위에게 보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아빠도 위로가 필요한걸까. 


아빠와 사위는 막내딸로 인해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막내아들 보리때문에 신경전을 벌인다. 


서운해도 어쩔 수 없다. 

나 또한 두 사람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만큼 개를 사랑하니까.


<샤를로트의 우울>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다. 물론 중간에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지나치게 애견상식을 설명하려는 자세가 보여서 거슬렸지만.

작가가 그려낸 샤를로트의 동작과 표정 하나하나가 내 머릿속에도 선명히 그려졌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냥 개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이에겐 아들, 딸이요, 동생인 그들. 

우리 가족의 성씨도 붙여 부르고, 베개도 나눠쓰는. 

그러다 가끔 실연이라도 당한 날에 집에 들어와 엉엉 울면, "울지마"라며 눈물을 핥아주는.


신이 선물한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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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때 받은 책 읽고 블로그에 쓴글 이곳에도 나눕니다.

좋은 책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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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카라 2017-07-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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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진님 후기 감사합니다~ 일본의 반려문화가 우리나라 보다는 더 성숙했다는 생각을 했고, 대형견에 대한 편견이 적은 것이 너무 부러웠던것 같아요, 책을 읽지 않은 분들도 본 문 내용을 올려주셔서 감동이 전해지네요~ 자주 회원공간에서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