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행동 카라의 〈우유 대신 두유〉 캠페인은 간헐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꽤 오래 지속되어 온 캠페인 중 하나입니다. 파주의 카라 더봄센터는 아직 없고, 마포의 더불어숨센터 아름품에는 카페가 있던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두유로 라떼를 제공하며 카페 한 켠에 '우유 대신 두유'라는 문구를 써두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식물성 라떼를 낯설어 하는 분은 아직도 많이 계시겠지만, 몇 년 사이에 긍정적인 변화가 꽤나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숨센터와 가장 가까운 역인 망원역 주변에도 비건 식당이 여러 곳 생겨났고, 이제는 "고기, 달걀 빼고 주세요!"라고 말하면 찰떡 같이 알아듣고 도움주시는 식당 노동자 분들도 만나게 됩니다. 모든 음료를 두유로 변경할 수 있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오트밀유까지 도입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할 수 있는 비건 유제품과 베이커리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유 및 유제품의 국내 소비량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2020)의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에 따르면 1975년 4.6kg에 불과했던 국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19년 81.8kg까지 늘었습니다. 40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약 18배 증가한 것이지요. 특히 2013년 이래로는 우유 소비량 그래프가 아래쪽을 향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습니다. 1인당 소비량이기에 대한민국 인구 증감과는 상관없는 수치인데, 개개인이 각자의 일상에서 점점 더 많은 양의 우유를 소비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동물 이용에 따른 인간 사회의 풍요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 마련입니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다량의 우유와 유제품을 섭취할 수 있으려면, 그만큼 많은 소가 착취적인 산업 구조 안에서 억압을 당하게 되겠지요. 국내에서만 40만 마리가 넘는 소들이 인간을 위해 임신출산을 반복하며, 갓 태어난 송아지와 분리되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알려주는 사람도, 미디어도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그리고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불편한 진실이니까요.
카라의 〈우유 대신 두유〉 캠페인은 우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물학대에 반대하며 식물성 대체유 소비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시민 여러분께서 우유와 두유를 어떻게 소비하며 인식하고 계시는지 파악하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무려 1,099명이 조사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이 조사 보고서는 우유를 비롯한 축산물 소비를 점차 줄여나가기 위해 우리에게 어떤 인식의 전환과 캠페인 전략이 필요한지 알려주는 자료로서, 카라 및 동료 개인/단체들의 활동에 영감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조사 보고서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맛, 성분, 알레르기 등으로 인해 '두유'가 아닌 다른 식물성 대체유를 선호하는 분이 꽤나 많다는 것이었습니다(일부 참여자는 다른 대체유에 대한 선호뿐 아니라 두유에 대한 강한 비선호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우유 대신 두유〉는 입에 착 달라붙는 캠페인명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몬드유나 오트밀유가 많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만큼 다양성을 반영하고 확산하는 캠페인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카라는 시민 여러분께서 제공해 주신 귀한 자료를 바탕으로 농장동물에 대한 학대를 막고 비거니즘을 확산시키는 일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온라인 설문과 대면 인터뷰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리며, 이 보고서가 각자의 일상과 우리의 사회/문화를 돌아보는 데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우유/두유 소비 실태 및 인식에 관한 조사 보고서》 PDF 다운로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