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례]길고양이가 납치됐다면…출동!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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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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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이 길고양이다. 길고양이 학대 범죄로부터 길고양이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동물보호명예감시원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올해 인천에서 길고양이 가족의 머리를 밟아 죽인 사건, 서울 동대문구에서 길고양이의 목을 매달아 죽인 사건 모두 동물 학대 행위로 동물보호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토요판/생명] 동물보호명예감시원

▶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인간중심적이던 세상도 조금씩 동물친화적으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지금보다 늘어난다면 더 많은 동물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 텐데요. 여기 우리 동네 작은 생명을 보살피기 위해 직접 행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랑한다면 동물보호명예감시원 활동에 도전해보세요. 참고하실 내용은 동물보호법 제15조에 쓰여 있습니다.
당신이 동물복지에 관심있는 시민이라면 밤의 길고양이처럼 눈을 크게 뜨시라. 평범한 시민도 동물보호 현장에 직접 나설 기회가 마련돼 있다. 동물을 좋아하는데 동물들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면, 물가의 수달처럼 부지런히 이 제도를 활용하면 좋다. 당신의 ‘너무나 인간적인’ 삶이 달라지는 길, 동물보호명예감시원(이하 명예감시원)에 도전하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의 신윤숙(55)씨는 2011년부터 송파구 명예감시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부인 신씨는 동물을 위한 일이라면 주저 없이 달려간다. 동물 학대 행위와 관련한 민원이 접수되면 현장으로 출동한다. 지역에서 버려진 유기동물이 모이는 보호시설에 가서 동물의 건강을 살피고 유기동물의 입양처가 믿을 만한 곳인지 꼼꼼히 살핀다.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포획 현장에 동행하고 수술 병원과 수술 시간, 후처치 과정을 점검한다. 동물을 싫어하는 주민들의 민원을 처리할 때도 많다. 내가 동물을 사랑하는 만큼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동물을 사랑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성난 주민들을 설득하는 역할도 명예감시원의 일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신당동의 호연재교육문화원 2층에서 열린 ‘2013년 동물보호명예감시원 교육’ 현장에서 120여명의 사람들이 신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동물보호 활동에 뜻이 있거나, 동물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거나, 동물보호법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실제로 유기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자발적 활동을 해온 사람들의 눈이 빛났다. 신씨가 말했다.
“지난여름 장마철에 인근 학교에서 고양이가 학대받고 있다는 학부모의 제보가 있었어요. 호두나무에 나타나는 청설모를 쫓기 위해 철창에 어미 고양이랑 새끼 고양이를 가둬놓고 나뭇가지 위에 걸어뒀다는 거예요. 비 오는 날 고양이들이 나무 위에서 계속 운다고…. 동물보호감시원인 공무원과 함께 가서 시정조치하고 학대 방지 약속을 받고 왔어요. 적극적으로 활동할수록 명예감시원이 동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요.”
명예감시원의 지위는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동물보호법 제15조 1항을 보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정하는 관련 교육 과정을 마친 사람을 명예감시원으로 위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명예감시원은 소속 공무원이자 적발권이 있는 감시원을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 적발권은 없지만 감시원과 동행할 경우 함께 행동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동물복지에 대한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시민이 동물 관련 행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2008년 동물보호법을 개정한 결과였다. 민관 협력이라는 바람직한 제도 개선으로 꼽혔다.
 
학대 민원 접수되면 현장 출동 
유기동물 보호시설 점검에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포획 동행 
서울 송파구의 신윤숙씨는 
동물보호명예감시원이다
2008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시민 참여 가능해졌지만 
관련 예산은 한해 3천만원 
전국 57명에 불과하다
최근 동물 학대 행위가 늘어나면서 명예감시원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명예감시원은 동물보호법에서 인정하는 학대 행위에 대한 신고와 정보 제공, 학대 동물의 구조와 보호, 동물복지에 대한 교육·상담·홍보 및 지도를 할 수 있다. 동물판매업, 동물생산업, 동물장례업 등 동물 관련 산업에 대한 검증도 가능하다.
지난 8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테마동물원 쥬쥬의 타조 학대 사실이 드러나는 데에도 명예감시원의 역할이 컸다. 고양시 명예감시원 신순영씨는 타조가 털이 숭숭 다 빠진 채 방치되고 있다는 학대 제보를 받았다. 신씨는 시 공무원과 함께 동물원을 방문해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해 경고하고 시정조치할 것을 요청했다. 신씨에게 타조 학대 행위를 제보한 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이자 서울시 명예감시원 전경옥씨는 시민들이 명예감시원 제도를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명예감시원이 없는 지역도 많아요. 일부 지자체에서는 명예감시원이 시정 홍보 활동만 참여하는 수준이에요.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제도인 만큼 시민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명예감시원 위촉을 많이 해야 해요. 그래서 일반 시민들도 명예감시원을 활용해 동물 학대 행위를 신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에서 동물 관련 업무를 해온 공무원은 명예감시원 제도가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고 했다. 그의 말은 명예감시원으로 활동하는 시민들이 알아야 할 ‘업무 지침’과도 같았다.
“수의직, 축산직 공무원을 두고 있는 지자체도 있지만 보통 행정직 공무원이 감시원 역할을 하는 지역이 많아요. 담당 공무원이 감시원 업무만 전담하는 게 아니다 보니 감시원 역할을 ‘업무 외 추가활동’으로 보는 경우도 많은 게 사실이에요. 동물복지 감수성이 높은 명예감시원에게서 공무원들이 배워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봐야죠.”
명예감시원 제도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 법적으로 명예감시원은 감시원과 함께 활동해야 하는 만큼 감시원의 유무, 감시원의 동물보호 인식 수준, 지자체가 느끼는 동물보호 책임 등이 명예감시원 활동에 영향을 준다. 2012년 말 기준 전국의 감시원 수는 137명, 명예감시원으로 위촉된 사람은 57명에 불과하다. 동물보호단체 회원이거나 지역의 캣맘들이 명예감시원으로 주로 활동중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앞으로 감시원과 명예감시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루 동안의 교육 수료만 마치면 누구나 명예감시원이 될 수 있어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물보호명예감시원 제도가 있는 폴란드는 시험을 통과해야만 명예감시원이 될 수 있고, 명예감시원 제도가 따로 없는 독일은 감시원 역할을 공무원 신분의 수의사가 전담하도록 했다. 국내 감시원들은 동물보호 외 다양한 업무를 함께 맡고 있다. 2010년부터 3년째 동물보호명예감시원 교육을 위탁받아 진행중인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이원창 국장이 말했다.
“국가에서 정해둔 명예감시원 교육 횟수가 1번뿐이에요. 앞으로는 교육 횟수도 늘리고 수업의 내용도 다양해져야 합니다. 현장 실무 교육도 보강하고 명예감시원끼리의 교류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 관리 주체인 지자체가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명예감시원 제도와 관련한 예산은 한해 약 3000만원이다. 명예감시원은 활동을 할 경우 1인당 5만원의 일당을 받는데 예산의 대부분은 이 수당이다. 담당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명예감시원 제도가 마련된 지 오래됐지만 제대로 운영이 안 돼 왔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명예감시원 제도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명예감시원을 둘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물보호조례를 제정한 서울시는 명예감시원의 수를 현재 6명에서 최대 448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서울시에 거주하고 명예감시원 교육을 이수한 19살 이상 시민이면 지원 가능하다. 만약 거주하는 지자체에서 명예감시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면 명예감시원을 위촉할 것을 시민이 직접 요청할 수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댓글 1

유지은 2014-01-17 11:05

저도 이걸 하라는 지인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혼자 모든 구조와 입양과 중성화까지 하려니..정말..제 생활은 사라지고 온몸이 제것이 아닌게 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