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많고 시끄러운데… 밥 주면 더 늘어날 것"
"급식소 만들어야 통제 가능… 中性化도 쉬워져"
서울 강동구가 '길고양이 급식소'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길고양이 먹이 주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강동구가 처음이다.
강동구는 길고양이가 많이 다니는 길목 20여곳에 밥그릇 100개를 설치하고 '이곳은 배고픈 길고양이들이 밥을 먹는 곳입니다'라는 팻말을 꽂는다고 한다.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이른바 '캣맘'들은 앞으로 이 밥그릇에 밥을 주면 된다. 유명 만화가 강풀이 밥그릇 제작 비용 1000만원을 기부했고, 강동구는 주민들을 상대로 이 밥그릇을 홍보할 계획이다.
캣맘들은 크게 반기고 있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에 대한 주민들 시선이 곱지 않아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 활동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작년 7월에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던 50대 '캣맘'이 같은 아파트 주민에게 폭행당하는 이른바 '인천 캣맘 폭행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강동구에는 길고양이가 1500~2000마리 정도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캣맘은 50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 20년간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먹여온 김미자(60)씨는 "고양이는 배가 고프지 않으면 절대 쓰레기봉투를 뒤지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고양이에게 밥을 줄 때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민들은 "안 그래도 많은 고양이가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은 쓰레기봉투를 뒤져 주변을 더럽게 만들고, 짝짓기할 때 내는 울음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길고양이를 기피한다. 작년 강동구에 접수된 길고양이 관련 민원 500여건 중 90% 이상이 '우리 집 앞 고양이를 없애달라'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24일엔 서울 도봉구 창동에서 철조망에 목이 매달려 피투성이가 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는 등 길고양이 학대 사건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 사는 길고양이는 20만 마리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길고양이를 포획한 뒤 생식기능을 제거하고 풀어주는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서울시는 중성화 사업을 통해 안락사 없이도 고양이 개체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강동구는 급식소를 만들면 고양이를 포획하기도 쉬워지고 생활 반경도 통제할 수 있어 중성화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정경화 기자
입력 : 2013.05.03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