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걸음 더 가까이, 사람과 친해지고픈 베리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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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0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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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



약 10년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장모 치와와 한 마리가 등장했습니다. 방송이 나간 후부터 전국의 펫샵에는 당시만 해도 흔치 않던 장모 치와와를 찾는 문의가 빗발쳤습니다. 그리고 이런 소비자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펫샵은 강아지 도매상에, 도매상은 다시 번식장에 장모 치와와를 요구했고, 이 무분별한 유행은 결국 수많은 생명에게 깊은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이 잔혹한 유행의 끝에서 카라는 번식장 구석, 녹슨 철창에 위태롭게 서 있던 작고 여린 장모 치와와 베리를 만났습니다. 작은 몸으로 세상의 무관심과 외로움을 온전히 견뎌내던 베리의 눈빛은 우리가 외면했던 유행의 그림자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구조 이후 견사에서 지내면서도 베리는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을 때 좋은 기억은 없다는 듯 늘 도망치기 바빴고, 결국엔 견사 구석에 몸을 바짝 붙인 채 얼어붙었습니다.


구조 당시 추정 나이 겨우 3살. 함께 구조된 비슷한 또래의 개들이 하나둘 따뜻한 입양길에 오를 때에도 베리에게는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베리의 기다림은 길어지고 길어져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다행히도 그 시간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베리는 더봄센터에서 지내며 몸과 마음, 그리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조금씩 회복했습니다. 이제는 사람의 손이 따뜻하다는 것을, 함께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굳게 닫혀있던 베리의 마음은 이제 겨우 반쯤 열렸습니다. 하지만 남은 반쪽의 마음을 활짝 여는 데에 또 3년이 걸릴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입양 이후 꾸준한 사랑의 힘으로 더봄센터에서 노력했던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던 다른 겁쟁이 개들처럼 베리 역시 분명 그럴 것입니다.


지금보다 더 사람과 가까워질 베리의 모습을 상상해 주세요.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실 소중한 입양 가족이 어서 빨리 나타나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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