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말은 동물책으로 가득합니다. 킁킁도서관이 추천하는 9~11월 신간은 15권입니다. 동물의 삶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는 성인/일반 도서가 9권, 어린이 도서 6권이 선정되었습니다.
숫자로 뭉뚱그려진 것이 아닌, 동물의 삶 하나하나를 헤아리며 동물과 인간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신간들을 소개합니다.
<안 신비한 동물사전> 13만 마리의 반려동물은 지난 2년간 가족에게 버림받거나 가족을 잃어버렸고, 10억 7천만 마리의 농장동물은 국내 식탁 위에 오르기 위해 도축되었습니다. 이는 2020년 한해에 도축된 숫자입니다. 2018년 해외 야생동물 국내 유입 통계를 살펴보면, 약 150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해외에서 수입되어 동물원에 전시되거나, 야생동물카페 혹은 누군가의 희귀반려동물로 판매되었습니다. 두 명의 동물권 활동가가 공동 집필한 <안 신비한 동물사전>은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동물이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합니다. 압도적인 숫자 앞에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낄 틈이 없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숫자들은 인간이 우리가 만들었습니다. 인간은 동물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대신, 동물의 기능에만 집중했던 것은 아닐까요? 암담한 현실이지만, 변화는 있습니다. 두 저자는 한 번이라도 동물에게 공감했거나 안타깝게 여겼다면, 동물과 동물, 생명과 생명으로서의 연결은 회복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2019년, 동물권 활동가들이 돼지 농장에서 아기 돼지 한 마리를 구조했습니다. 구조된 돼지는 '새벽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자신의 삶을 자신의 시간으로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돼지를 구조한 직접행동DxE 활동가들에게 농장주와 사회는 '절도'라고 말합니다. 동물이 물건이라면, 절도라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절도'와 '구조', 논쟁 속에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수천 마리의 돼지 농장에서 오직 활동가들이 구조한/훔친 '새벽이'만 살아남았다는 것입니다. 돼지농장의 돼지들이 생후 6개월에 도축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한국 최초로 축산업에서 공개 구조된 돼지 새벽이와 활동가들의 기록이자, 축산업 전체에 대한 고발입니다.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는 스웨덴 수의사 '리나 구스타브손'이 하루에도 수천 마리의 살아있는 동물이 고기로 만들어지는 도살장의 생생한 일상을 기록한 책입니다. 돼지가 도살장에 도착해 도축되기 전까지는 짧은 시간이지만, 리나는 돼지가 받을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40년 넘게 도축장에서 일해온 동료들에게 몰이채를 쓰지 않도록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참담한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 리나의 외침은 늘 벽에 부딪히고 무시되기 일쑤입니다. 거대한 공장식 축산 시스템의 일원이기도 한 '리나'가 동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요? 어쩌면 이 책이 그 대답일지도 모릅니다. 85일간의 일기는 참혹한 죽음의 현장인 도축장을 있는 그대로 담은 기록이자, 한 개인의 고민과 갈등, 죄책감과 수치심,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정직한 기록이기에 독자인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전합니다.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관해 철학적으로 탐구하고, 과학적으로 대답하며, 실천적으로 행동하도록 돕는 신간들을 소개합니다.
<왜 비건인가?> <동물 해방>의 저자이자 동물 해방운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싱어의 신간이 출간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1973년 에세이부터 코로나 이후 2020년 최신 에세이까지 총 10편의 글이 실린 비거니즘 철학 입문서입니다. 최근 비건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어 편의점이나 광고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왜 비건인가?> 이 책의 제목처럼 사람들은 그 이유를 궁금해합니다. 그 질문에 피터 싱어가 답합니다. 비건이 되어야 할 이유는 70년대부터 꾸준히 고민해온 싱어의 글에서 설득력을 얻습니다. 공장식 축산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동물학대 외에도 육식이 일으키는 환경 파괴, 기후위기, 생태위기, 멸종위기까지 그 근거들을 분명하게 제시합니다. 더는 피할 수 없는 이 질문에 우리도 외면하지 말고 함께 대답을 찾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애니멀카인드> "당신은 동물을 ‘누구’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함께 사는 반려동물 혹은 TV 속 야생동물이 떠오르는 분들도 있는 한편, '동물이 '누구'라니? 동물은 동물이지.'라며 질문 자체를 낯설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질문 속에 한 단어를 바꿔보면 어떨까요? "당신은 '인간'을 누구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말입니다. 두 가지 질문 모두에게 해당하는 대답도 가능합니다. '동물/인간은 생각하고, 상대와 소통하고, 혼자의 시간도 즐기고, 사랑하는 존재이다.' 이 대답의 단단한 근거가 되어 줄 신간이 출간되었습니다. <애니멀카인드>는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동물이 '누구'인지 답합니다. 1부에서 동물의 다양한 언어들을 비롯하여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스노보드를 타는 까마귀나 공놀이를 즐기는 악어의 이야기 등 동물의 능력을 살피고, 2부에서는 인간에게 착취당하는 동물의 현실을 낱낱이 드러냅니다. 현실을 고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까지 다루며 '동물을 위한 작은 혁명'을 제안합니다. 세계 최대 동물보호단체 ‘PETA’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잉그리드 뉴커크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진 스톤이 공동 집필하였습니다.
<살고 싶다, 사는 동안 더 행복하길 바라고> 킁킁도서관의 글에도 인간과 동물이라고 대부분 표현하지만, 더 정확한 표현은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입니다. 인간도 당연하게 동물에 속하고 속해야 하지만, 사회에서 인간과 동물을 철저하게 구분됩니다. 인간은 동물과는 다른 존재라는 특권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요? <살고 싶다, 사는 동안 더 행복하길 바라고>는 가수이자, 동물의 권리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해온 전범선 작가의 에세이로, 작가는 동물이 받는 차별은 인간 사회 안의 차별과 닮았다고 말하며, 동물권, 페미니즘, 기후위기까지 확장하고, 비거니즘을 제안합니다.
"외면하고 있던 약자를 돌아 볼수록, 나의 편의를 위해 묵인했던 폭력을 인정할수록 우리의 세상은 계속해서 넓어진다."
동물 전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 두 권이 연이어 출간되었습니다.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 오랜 기간 로드킬 저감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온 현장 과학자의 야생동물 로드킬 기록이자 생명을 죽이는 길이 아닌, 살리는 길로 만들기 위한 조언이 담긴 책입니다. 매년 길에서 로드킬로 죽는 야생동물 200만 마리. 어마어마한 숫자로 느껴지지만, 사실 여러분도 길에서 차에 치어서 죽은 동물을 본 적이 있지 않나요? 200만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죽음의 숫자입니다. 이 안타깝고 헛된 죽음을 줄이기 위해 저자는 야생동물 13마리를 무선 추적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13마리의 동물 중 6마리가 로드킬로 죽음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개성 넘치고 각자 고유의 성격을 가진 동물이 안전하고 당연한 삶을 가질 수 있도록 인간인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으로 연결시켜야 할까요?
<동물에 대한 예의가 필요해> SNS뿐만 아니라, 2017년 킁킁도서관 전시회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받았던 '두부의 동물화실' 작품들을 드디어 책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냅킨 드로잉’으로 잘 알려진 ‘두부의 동물화실’은 동물의 시선에서 동물이 겪는 일상을 그려냅니다. 작품 속 동물의 삶은 모두 인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동물은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에게 기대면서도, 인간을 두려워하며 인간을 기다립니다. 가로세로 11cm 남짓의 냅킨에 담긴 동물들의 삶을 마주하면, 때로는 깊은 공감을 자아내기도 하고,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현실을 깨닫고 마음이 쿵 내려앉기도 합니다. 우리는 쉽게 사용하고 쉽게 버리는 냅킨처럼 동물을 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문소리 배우의 반려견 달마 이야기 <세 발로 하는 산책>
<세 발로 하는 산책>의 제목처럼 반려견 '달마'는 네 발이 아니라 세 발로 살아갑니다. 다리가 하나 없는 삶은 조금 불편할 수 있겠지만, 가족들은 달마의 장애를 특별한 문제로 여기지 않습니다. 책을 펼치면 가족이 직접 그린 따듯한 그림과 함께 달마를 만나게 된 사연부터 함께 지내며 생긴 사건사고들, 웃음과 슬픔, 감동의 순간들이 잔잔하면서도 울림 있게 담겨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달마와 닮은 흰 진돗개들이 참 많습니다. 불법 개식용 농장에서 도살 직전에 발견된 대형견들, 다친 상태로 인근 산을 떠돌아다니는 유기견 무리들, 각종 학대와 방치의 현장에서 그들을 접할 때마다 공포와 희망 사이의 간절한 눈빛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는 동물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대하고 있을까요? "달마는 우리에게 깨달음입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처럼 살아있는 모든 동물이 우리에게 깨달음으로, 더욱 소중한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길 바랍니다.
어린이 도서 6권의 이야기도 풍성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거나, 현재의 시간을 보여주는 두 가지 그림책을 먼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소개합니다.
<짱과 야생곰 소리아> 어린 시절, '짱'은 사육곰 농장에서 쓸개즙을 빼앗기는 사육곰의 모습을 마주하고, 곰을 지키겠다고 다짐합니다. 야생동물보호 활동가 짜응 응우엔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으로, 야생동물 곰이 야생으로 돌아가기 위한 길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우리를 이끕니다. 인간의 보신을 위해 사육곰이 지금까지도 좁은 철장 속에서 고통을 겪는다는 소식은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야생동물이 야생에서 살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습니다. 그 길이 조금 멀게 느껴질 때가 있어도 우리가 앞으로 가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어른과 아이 모두 함께 읽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09:47> 지구환경이 파괴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집니다. 환경재단은 인류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매해 환경 위기 시계를 발표합니다. 지금, 환경 위기 시계가 가리킨 시간은 '09:47'. 12시는 인류 생존이 불가능한 마지막 시간으로, 이제 2시간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2010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던 이기훈 작가의 <09:47>은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인 그림으로 12시에 다다른 세상을 보여줍니다. 인간이 만든 쓰레기들로 가득한 바다, 육지의 세상을 모두 뒤엎는 고래들의 포효. 글이 없는 그림으로만 그려지는 12시의 세상은 놀라운 상상력으로 채워져 있지만,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함께 자리 잡습니다. 책장을 덮고, 12시에서 다시 9시 47분인 지금, 두 번째 기회, 아니 마지막 기회가 이제 우리에게 남았습니다.
<밤을 달리는 고양이> 이 세상을 살다가 떠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거나 전혀 감당할 수 없는 일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삶 전체를 휘청거리게 할 수도 있고, 길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 동물을 마주하고 이제까지의 삶을 돌아보게 되기도 합니다. 슬픔, 좌절, 분노 모두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필요한 감정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전하는 위로는 더 멀리 더 오래 살피는 힘이 되어줍니다. 지금의 반려동물을 더 사랑할 방법을 생각하고, 길 위의 동물을 살피는 분들에게 한 권의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따뜻한 위로의 그림책 <밤을 달리는 고양이>는 세 가지 이별이 전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다독입니다.
<폭풍이> 한 여자가 공원 벤치 밑에서 웅크린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합니다. 갈색 털의 개는 사람을 경계하며 멀리 도망쳐버리지만, 여자는 공원을 계속 찾아와 개와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고, 여자는 공원의 개가 걱정되어 서둘러 집을 나섭니다. 영원한 집을 찾는 여정을 담은 <폭풍이>. 익숙한 이야기 같지만, 날씨의 온도, 감정의 온도가 느껴질 만큼 몰입하게 만드는 궈징 작가의 그림은 단 하나뿐인 그림책으로 만듭니다. 마치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반려동물과 같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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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채식 이야기> 하루를 살아가는 에너지는 '음식'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이제 음식은 개개인의 지향하는 삶을 나타낼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채식, 비건, 베지테리안 등 다양한 이름 안에서 '육식'을 벗어나겠다고 선택한 사람들은 늘어나고, 사회도 사람들의 변화에 따라갑니다. 누군가에겐 이러한 변화가 갑작스럽게 느껴지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한없이 더디기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고민, 갈등, 시도가 쌓여서 지금의 변화들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각기 다르게 변화의 속도를 느끼는 사이, 채식에 대한 정보의 차이도 늘어났고, 차이만큼 오해도 쌓이기도 했습니다. 이유미 작가의 신간은 채식의 개념과 역사, 세계의 채식 문화, 채식의 종류와 목적 등 다양한 채식에 대한 주제와 인문학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에게 채식의 세계에 관해 쉽게 전달합니다.
<공장식 농장, 지구가 아파요!>는 공장식 농장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그림책입니다. 동물뿐만 아니라, 과일이나 채소 농장의 문제점까지 직관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문제점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기 농업, 도시 농장, 수경 재배 등 부족한 식량 문제를 해결할 방법들까지 살펴봅니다.
일반 성인도서 - 철학
애니멀카인드 | 잉그리드 뉴커크, 진 스톤 | 리리 퍼블리셔(Riri)
왜 비건인가? | 피터 싱어 | 두루미
일반 성인도서 - 자연과학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 | 우동걸 | 책공장더불어
안 신비한 동물사전 | 긴수염, 평화 | 카카포
일반 성인도서 - 기술과학
살고 싶다, 사는 동안 더 행복하길 바라고 | 전범선 | 한겨레출판사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 | 리나 구스타브손 | 갈매나무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 향기, 은영, 섬나리 | 호밀밭
일반 성인도서 - 문학
동물에 대한 예의가 필요해 | 박현주 | 책공장더불어
세 발로 하는 산책 | 문소리, 강숙 | 마음산책
어린이도서
09:47 | 이기훈 | 글로연
10대와 통하는 채식 이야기 | 이유미 | 철수와영희
공장식 농장, 지구가 아파요! | 데이비드 웨스트,올리버 웨스트 | 지구별어린이
밤을 달리는 고양이 | 고경원, 최경선 | 야옹서가
짱과 야생곰 소리아 | 짜응 응우엔, 찌뜨 주응 | 북드림아이
폭풍이 | 궈징 | 시공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