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돌북스 생명토크] 후기: 인간이 만들어내고 비인간동물에게만 벌어지는 비극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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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4-1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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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가득했던 날씨에 쏟아지는 비는 반갑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4월의 고돌북스 생명토크 행사 당일에 유독 많이 쏟아지는 비 때문에 신청자분들이 발걸음을 돌리실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동물권 운동에서 '농장동물'은 더 많은 이야기를 설득해야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서로의 고민을 나누게 되길 바랐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많은 분들이 킁킁도서관으로 찾아와주셨습니다.


4월 고돌복스 생명토크는 '구제역, AI, 공장삭축산 : 인간이 만들어내고 비인간동물에게만 벌어지는 비극'이란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니콜렛 한 니먼의 <돼지가 사는 공장>(수이북스)와 아비가일 우즈의 <인간이 만든 질병 구제역>(삶과지식) 이 두 가지 책 내용을 바탕으로 가축전염병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공장식축산을 둘러싼 논쟁점, 문제점을 다루고자 했는데요.

참여자들이 신청하면서 보내주신 사전질문을 서울대 수의대학장 우희종 교수님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고돌북스 생명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우희종 교수님은 작년 10월에도 고돌북스 생명토크 <생명>에도 과학과 종교, 철학 등 경계를 넘나드며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4월의 고돌북스에도 우희종 교수님은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생명이란 무엇일까요?"

휴머니즘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지만, 근대적 휴머니즘이 갖는 폭력성에 대해서 생각해봐야하며, 모든 것은 인간중심적 시선으로 인간만이 판단하는 것은 오만한 태도라고 우희종 교수님은 말합니다. 이러한 폭력적인 시각을 기반으로 한 공장식축산과 살처분에 대한 문제의식과 끊임없는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인간에게 '삶'이 중요하듯 비인간동물에게도 '삶'은 중요합니다.


본격적으로 참여자분들의 질문에 대한 우희종 교수님의 답변이 진행되었습니다. 질의응답 중 몇 가지만 살펴볼까요?

1. AI,구제역과 같은 가축 전염병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려면 정부는 어떤 방향성으로, 어떤 정책을 만들어가야 할까요?

이미 현 시점에 필요한 정책들은 나와있습니다. 카라와 같은 동물보호단체들에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변화가 어렵습니다. 소비자가 요구할 때 공장식 축산과 고민없는 살처분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희종 교수는 말합니다..

"방향성과 정책에 대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정부는 '경제를 살려야한다'에 집착하며 경제를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우리가 끊임없이 요구해야합니다. '소비자 운동'이 필요하지요."


2. 구제역, AI도 예방주사가 있지만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어요. 청정국 지위 유지를 위해서 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생산농가가 협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하던데요. 백신의 효과는 어느 정도이고, 백신 접종이 잘 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초기 정부가 꺼린 것은 맞습니다.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고 세계 무역을 유리하게 하고자했던 이유를 들었지요. 하지만 구제역 청정국 지위는 당장 없어지더라도 다시 회복이 가능합니다. 공무원들의 자기책임 회피가 어느정도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농가가 협조하지않는다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농가는 생업이기때문에 백신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백신이 개발되고 허가되는 과정에 대한 조사와 감시가 백신을 보급을 원활히 하는 것에 가장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3. 살처분 후 과거에는 매장을 했고, 현재는 매장 혹은 특수 저장장치에 보관하고 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사체 처리를 어떻게 되는지, 매장된 땅은 오염이 심각하다고 하던데 '정상화' 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수치는 나와있지만 이 연구를 현실에 대입한다고 효과가 있을까요? 한국과 같이 대규모의 살처분이 없습니다. 실험실에서의 연구가 현실에 맞기는 어렵겠지요. 그래서 현재로선 답은 없다고 말씀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생매장 이후의 자연을 복원하기위해선, 모니터링이 반드시 제대로 이루어져야합니다. 뜻이 있는 연구자와 민간단체가 계속 팔로업을 하면서 깊이 있고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동물복지형 농장이 전염병 예방에 어느정도 실효성이 있는건지 궁금합니다.

"동물복지형 농장이 가축전염병을 예방하며 100%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전염병은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고, 현재로선 복지농장 수가 많지않고, 수치화한 연구도 없기때문인데요. 인간사회에서 '독감'과 같은 질병이 유행했을 때 사람들에게 극장 등 사람이 많은 곳에는 가지말라고 하지요. 공장식 축산의 대규모 밀집사육 조건은 질병의 유행을 유발하는데 가장 위험한 곳입니다.  전염병 예방이라는 것이 '유행'의 관점에서 본다면, 동물복지농장이 전염병에 내성이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5. 생명존중에 대한 사고방식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약자가 겪는 고통에 대해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울 때 자연스레 동물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 존중하는 마음이 생기지않을까요. 공감능력을 키워나갈때 우리는 인간이자 동물로서 생명을 사랑할 수 있는 생명존중 감수성을 회복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6. 만일 교수님께서 닭이라면, 인간에게 어떤 말을 하시고 싶으십니까? 딱 한 마디.

"야 너무 잔인하다"

7. 비윤리적인 축산이 문제라하면, 윤리적 축산 농장의 고기로 육식을 하는 것은 과연 괜찮은 것일까요? 선별적으로 생명을 섭취하는게 정당한 것인지 아니면 결과적으로 모두가 채식을 해야만 논리가 맞는것인지 궁금합니다. (매번 채식에 도전하지만 실패하는 1인입니다)

"생명이란 것이 삶으로 이어지고, 삶으로 표현되고, 생명은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에서 고통에 대한 공감과 그것에 대한 해결이나 개선을 생각한다면, 채식으로 나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옳고 그른 잣대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의 선택으로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강요할 순 없겠지요."

"동물에게 기본적인 환경도 주어지지않는 지금 신자유주의의 가축 사육은 바로잡아야할 문제임은 확실하나, 동물을 존중하고 윤리적 고민을 지속하는 사람과 농장의 육식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논의는 앞으로 계속되어야할 것입니다."


우희종 교수님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참여자 분들도 많은 고민을 함께 나눠주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생활 속에서 이미 채식을 실천하시거나 윤리적 육식을 고민하고 계셨는데요. 육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에서 '지금에 육식이 정당한가?' 혹은 '가축전염병을 막기위해 동물을 살처분할 수 밖에 없는건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더라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500만마리 살처분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운 한국사회에서 4월의 고돌북스 생명토크에 참여해주신분들이 해주신 이야기, 고민 하나하나가 우희종 교수님의 강연만큼 소중했습니다. 참여자분들의 고민과 실천이 이번 자리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힘이 되는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좋은 말씀 나눠주신 우희종 교수님과 참여자분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농장동물'을 비롯한 생명을 위해 생명존중 감수성을 회복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해나가겠습니다.


전북 익산에 있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의 건강한 닭들에게 살처분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농장주는 이를 거부하고 있는데요. 닭 5,000마리를 지키기 위한 카라와 환경운동연합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에도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생명달걀] 모금 캠페인 풀스토리 보러가기 : https://ekara.org/activity/farm/read/8495

[생명달걀] 모금 캠페인 동참하기! : https://ekara.org/activity/farm/read/8496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아카이브팀-



댓글 1

강석민 2017-04-20 16:28

앗. 붉은 색 자켓이 뭔가 강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