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카라 더불어숨센터 4층 사무국은 활동가들의 캠페인 기지입니다. 활동가들이 담당하고 있는 분야의 업무를 처리하는데, 오피스캣 네 마리와 참새 한 마리가 있어서 일 하는 데 방해받기도 하고 이따금 한 숨 돌릴 때 큰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지난 여름에는 유독 사무실이 더 북적거렸습니다.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 ‘꼬마’와 그 여섯 마리 새끼들을 사무실에서 돌봤고, 박스에 담겨 버려진 아기고양이 4남매를 활동가들이 데리고 출퇴근하며 육아했기 때문입니다.
아기고양이들은 박스에 담겨 버려졌습니다. 코에 때가 좀 묻어 있지만 포동포동하고 모질도 나쁘지 않은 것이 어미가 정말 정성껏 돌보고 잘 먹인 애들 같았습니다. 아기고양이들의 상태가 괜찮은데도 이렇게 담겨 버려진 것을 보니 납치당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하루만에 새끼들을 모두 잃은 어미 고양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어미가 너무 걱정되면서도 어미를 찾아 새끼 고양이를 그 곁에 데려다 주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활동가들은 당장 눈 앞의 새끼들만이라도 잘 키워서 입양 보낼 것을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아기고양이 돌봄 TF’가 결성되었습니다.
태어난 지 일 주일쯤 된 새끼들이라 인공수유를 해야 했습니다. 활동가들은 아기고양이들을 한 마리씩 맡아 집으로 데려가 두세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고양이들에게 젖병을 물려야 했습니다. 고양이들은 젖병을 거부했습니다. 한 활동가는 결국 젖병을 포기하고 손바닥에 데운 초유를 부어 고양이에게 먹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고양이가 결국 목만 축일 뿐이었으므로 한 시간에 한 번씩 초유를 먹여야 했습니다.
첫날, 활동가들은 우렁차게 배고픔과 불만을 표현하며 우는 새끼 고양이들과 거의 밤을 샜고… 고양이를 데려간 활동가들의 다음 날 출근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젖병을 물리는 것이 반복되자 곧 아기고양이들이 젖병에 익숙해지며 활동가들의 피로도도 떨어졌어요. 아기 고양이들은 어미고양이로부터 분리되어 인간동물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적응을 시작했고, 활동가들도 24시간 아기고양이를 끼는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 아기고양이 또자를 지켜보는 활동가의 반려묘. 또자는 지금 활동가의 어머님의 반려묘로 입양되었습니다. 풀네임 박또자.
| 하늘나라로 간 짹짹이와 난생 처음 참새를 보는 뮤트.
| 아기고양이의 밥을 탐내는 강아지 옐로우와 활동가의 신발에 집착하는 쪼꼬미들.
약 한 달 반 정도의 기간동안 활동가들이 고양이들을 데리고 출퇴근을 했고, 업무를 하면서도 시간이 되면 고양이들의 대소변을 뉘어주고 우유를 데워 먹이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외근을 가거나 출장을 가면 다른 활동가들이 아기고양이들을 대신 봐주었고요. 한 생명을 책임지고 돌보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지만 활동가들의 반려묘들도 아기고양이를 신기하게 여기거나 경계하거나, 혹은 놀아주거나 그루밍해주며 육아를 거들어 주었습니다.
수유가 끝나고 이유식을 시작할 때는 사무실에 더 활기가 돌았습니다. 아기고양이들은 책상 위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녔고, 서류더미를 무너뜨리거나 커피를 엎지르기도 했습니다. 사무실의 강아지들도 고양이들의 좋은 사회화과정 친구가 되어줬습니다. 활동가들은 혹시 아기고양이를 밟을까봐 조심하며 다녔고요.
아기고양이들은 곰팡이도 서로와 활동가에게 전염시키는 등 소소한 걱정을 안겨주었지만, 활동가들의 집단지성과 공동육아로 건강을 되찾았어요. 그리고 얼마 전 입양가족을 찾으면서 더불어숨센터 출퇴근을 종료했습니다.
| 입양을 간 테인이.
| 뮤트는 따로 구조된 롤로와 함께 동반입양을 갔어요!
| 또자는 겨드랑이를 사랑한다는 후문.
사남매는 이제 평생가족의 곁에서 행복하지만, 사실 활동가들은 여전히 고양이 육아와 책임의 무게를 짊어매고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 앞에는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이 난데없이 나타나기도 하고 손 쓸 새도 없이 작은 생명을 떠나보내는 일도 너무 많아요. 기쁜 이별이 아니라 마음 아프고 속상한 이별을 우리는 너무나 일상적으로 견뎌내야 합니다. 그래도 2019년 여름에 잠시 동고동락했던 아기고양이들은 활동가들이 동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 때까지 그러했듯요.
고동이, 뮤트, 테인이, 또자 모두 가족의 곁에서 행복하기를 함께 응원해 주세요. 그리고 카라의 활동가들이 더 많은 동물에게 연대하고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정기후원을 부탁드립니다. 활동가들은 후원자님들께 한 치의 부끄러움 없이 떳떳하게, 오직 동물을 위해 정직하고 뜨겁게 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