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실 C2019111401


  • 고양이

  • 성별(중성화)

    암컷 / 중성화 X

  • 추정나이

    2013년생 추정

  • 몸무게

    2.9kg

  • 털색

    치즈


친화도
활발함

히스토리

봉천동 재개발 지역에서 살던 나이 많은 고양이, 터전을 빼앗기고 갈 곳이 없어 카라에서 보호하던 봉실이가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처를 얻게 되었습니다.

 

작년 11, 봉천동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 이주를 위해 케어테이커분들과 포획을 진행하다 봉실이를 구조하게 되었습니다. 봉실이는 당시, 구내염이 심해 그루밍을 하지 못한 채, 곳곳에 털이 뭉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아이는 매우 깡마른 몸을 하고 눈곱이 낀 채 세상을 포기한 듯 앉아 있었습니다.

 

케어테이커분들과 활동가는 봉실이를 구조해서 필요한 치료를 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봉실이는 구내염 뿐 아니라 치명적인 만성 신부전까지 앓고 있었습니다. 많은 나이, 여윈 몸에 구내염과 신부전...용케 거리에서의 삶을 이어왔지만 재개발이라는 큰 산을 넘어 새 삶을 찾아 나가는 건 너무 가혹했습니다. 방사 대신 녀석을 카라가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반년동안 병원 입원장에서 지내며 신부전 수치를 조절하고 있었고 올해 4월 수치가 낮아져 컨디션이 좋을 때 구내염치료를 위해 발치도 진행했습니다. 발치 후, 식욕도 좋아진 봉실이에게 좁은 병원장보다 좀 더 넓고 좋은 환경에서 지내게 해주고자 더봄센터로 이동했습니다.



더봄센터에서 헌팅캠으로 확인해보니 기존에 먹던 사료도 먹고 적응하는 듯 했지만더봄센터에서 헌팅캠으로 확인해보니 기존에 먹던 사료도 먹고 적응하는 듯 했지만.. 식욕과 컨디션이 떨어지는 게 관찰되어 카라 병원으로 다시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번의 고비를 넘긴 아이라 이번에도 다시 일어나 주기만을 바랐는데....봉실이는 8개월여 간 보살핌 받던 병원에서 떠나고 말았습니다.




길고양이...재개발지역...구내염에 신부전 길고양이로서 살아온 7~8년의 세월..매 순간 어려웠을 봉실이의 삶을 생각해 보니 가슴이 아려옵니다. 그래도 아픈 녀석을 노심초사 보살피며 카라의 구조를 요청해 주셨던 케어테이커, 그리고 봉실이와 결연해 주셨던 여러분들이 끝까지 녀석을 지켜 주셨기에 녀석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불안한 거리의 삶, 재개발로 터전을 잃었던 봉실이가 가장 빛나는 별이 되기를, 하늘에서는 절대 흔들리거나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안식처를 얻기를 여러분들과 함께 기원합니다. 녀석을 잊지 않겠습니다.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사랑해, 봉실아!



봉천동 재개발 지역에서 마주쳤던 봉실이의 눈빛은 공허했습니다. 녀석은 대파를 심어 놓은 스티로폼 박스 안에 작고 마른 몸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봉실이가 살던 곳은 재개발 지역으로 곧 큰 공사를 앞두고 있었는데 그걸 알 리 없는 고양이들은 사람들이 떠난 곳에서 여전히 삶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케어테이커분들은 폐허 속에서 기다리고 있을 고양이들을 위해 가파른 언덕과 계단을 마다 않고 무거운 물과 사료를 들고 오르내리며 보살핌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봉실이는 이곳에서 새까만 코딱지를 양쪽 콧구멍에 가득 붙이고 자신의 영역에 침범해 온 활동가들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어디가 아픈지 몸은 말라있고 털을 푸석했으며 사람에 대한 경계도 매우 심했습니다. 만사가 귀찮은 얼굴을 한 봉실이와 카라는 이렇게 처음 만났습니다.




녀석을 좀 더 잘 살펴보기 위해 조금 다가가자 봉실이는 두려워하며 도망갈 태세를 취했습니다. 



사실 재개발지역에서 사람들이 길고양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더 이상 새 생명이 태어나 고통 받는 일이 없도록 중성화를 해 주고, 고양이들이 케어테이커가 이끄는 데로 스스로이주 하도록 밥자리를 옮겨 주는 것 외엔 말입니다. 이런 재개발 지역에서 제일 힘든 순간은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를 만나게 되었을 때 그리고 봉실이처럼 아픈 고양이를 만났을 때입니다. 이런 녀석들은 거친 이주 과정을 잘 견뎌내지 못할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참 가슴 아픈 일이지만 우리나라 전역에서 매일같이 이런 비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동료 고양이들이 TNR후 방사되어 케어테이커를 따라 이주해 나가는 동안 봉실이는 병원에 남아 갖가지 치료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길고양이로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신부전 진단까지 내려졌습니다. 왜 불길한 느낌은 틀리지 않는지...



 

세상 얼마나 많은 길고양이들이 봉실이와 같은 처지에서 외롭게 죽어갈까요. 그래서 어쩌면 봉실이 하나를 구조해 보호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물으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자신을 도우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섭게 하악질을 해 대던 봉실이가, 2Kg 깡마른 몸에 코딱지가 가득했던 봉실이가, 이제는 많이 편안해지고 체중도 50%가 늘었으며 털에서 윤기가 나기 시작한 걸요. 이러다 어느 순간 사람들의 손길을 받아들이지 말라는 법도 없을 정도로 나날이 나아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공허하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한 걸요. 

 


작고 예쁘고 사나운 독특한 베이지색 털을 가진 신부전에 구내염 길고양이 봉실이가 고통 없이 밥을 먹고 잠을 청합니다봉실이는 오랫동안 아팠던 아이입니다그녀에게 이런 평온한 시간은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에서조차 사라졌을지 모릅니다이거면 충분하지 않을까요봉실이 하나만이 아닌 봉실이 하나의 세상이라도 바뀌었으니까요봉실이를 통해 재개발지역의 길고양이를 위해 더 많이 연구하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될테니까요그리고 이 선택을 지지해 주실 많은 분들이 계실 거라 믿으니까요.







 봉실이가 사는 동네는 서울 관악구의 한 재개발지역입니다. 언덕이 굽이굽이 이어진 좁은 골목. 그 사이에는 오래된 다세대주택이 마주보고 있습니다. 이곳의 집들은 저녁에도 등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저녁거리에는 가로등 불만 깜빡입니다. 가로등 빛이 닿는 곳엔 사람들이 떠나며 버리고 간 짐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밥 짓는 냄새도, 찌개 끓이는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 어느새 사람 사는 집보다 빈 집이 많아졌고, 몇 달 뒤면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도 모두 떠납니다.




 봉실이와 카라의 첫 만남은 현장답사 때였습니다. 2019년 동물권행동 카라와 서울시가 진행한 재개발‧재건축 지구 길고양이의 중성화 수술 지원 사업으로 봉실이가 사는 동네를 지원하게 되었고, 카라의 활동가와 케어테이커가 만나 재개발지역을 같이 돌아봤습니다. 케어테이커 들은 살 곳을 잃을 길고양이 걱정에 속이 까맣게 타고 있었습니다. 이주를 앞두고도 길고양이를 돌보느라 이사 계획을 늦추기도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길고양이들은 편안해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이주를 시작하면서 길고양이에게는 여기가 천국 같았을 겁니다. 오래된 아파트의 보일러실에 들어가도 쫓아내는 이가 없으니 들어가 바람도 피하고 비도 피합니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박스와 바구니는 널려있습니다. 좁은 바구니 안에 몸을 욱여넣고 가족끼리 그루밍도 해줍니다. 이 날 마주친 길고양이들은 대부분 여러 마리가 함께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봉실이는 달랐어요. 길 생활을 오래한 암컷고양이였는데 혼자였습니다. 그리고 구내염을 앓는 듯 입가가 지저분했습니다.


 중성화 수술을 위해 포획을 진행하는 날, 재개발지역 안쪽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의 중성화가 시급해 골목 깊숙한 곳에 중점적으로 포획틀을 놓기로 했습니다. 봉실이가 주로 생활하는 지역은 재개발지역의 가장자리였고, 봉실이가 포획되는 일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봉실이를 다시 마주쳤습니다. 영역보다 더 아래로 내려와 포획틀 안에 들어가 있는 봉실이. 구내염 때문인지 전보다 훨씬 말라보였습니다. 앙상한 다리와 허리를 보면, 중성화 수술도 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봉실이에게 더 필요한 건, 중성화 수술이 아니라 구내염 치료였습니다. 급히 봉실이의 치료에 대해 논의했고 중성화 수술뿐 아니라 구내염 치료까지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적처럼 병원에 가게 된 봉실이의 상태는 역시나 좋지 않았습니다. 구내염에, 심한 탈수 증상. 성묘인데도 몸무게는 2kg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탈수 치료가 최우선, 구내염 치료는 그 다음이었고 중성화 수술은 먼 얘기였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수술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길에서 2kg밖에 되지 않는 몸을 이끌고 어떻게 버텼을까요? 체중은 2kg이지만, 아마 봉실이는 그 2kg의 몸이 너무 무거웠을 것입니다.


 봉실이는 입원 후 매일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체중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원인 파악에 들어갔고 정밀한 혈액검사 결과 봉실이에게 내려진 병명은 신부전이었습니다.


 이미 길에서 오랫동안 아픈 신장으로 살아왔기에 완치를 기대하긴 어려웠습니다. 카라 활동가도 케어테이커도 고민에 빠졌습니다. 완치되어 방사해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봉실이가 사는 곳은 재개발지역이라 돌봐주던 케어테이커도 계속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봉실이가 지낼 수 있는 임시보호처와 입양처를 수소문해도 아픈데다 사람까지 경계하는 봉실이의 여생을 책임져줄 수 있는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없었고요. 봉실이를 위해 여러 차례 회의가 열렸고 봉실이는 결국 카라가 품기로 결정했습니다.




 전국의 도시정비구역은 2,000개가 넘습니다. 얼마나 많은 동물이 사는 곳을 잃게 될지, 얼마나 많은 폐기물이 발생하여 환경에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는 이는 아주 소수에 불과합니다. 수익이 우선시되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의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동물이나 환경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도시정비에 대한 정보는 곧 ‘돈’이고 아는 사람들끼리만 압니다. 그러는 사이, 길고양이들은 안전하게 다른 서식지로 이사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잃게 되고요.


 국토교통부는 올해 상반기 재개발・재건축 관련 정보를 관리할 목적으로 “도시정비사업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 서울시 재개발 길고양이 보호 조례가 서울시 동물보호조례 24조 3항으로 1월에 공포되어 시행중에 있습니다.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이러한 제도를 기반으로 도시 속에 살아가는 길고양이와의 아름다운 공존이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카라는 2015년부터 재개발지역의 길고양이에 대한 고민과 활동을 이어왔고, 2019년에는 관악구, 성북구, 동대문구 5개 재개발지역 케어테이커와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2020년에도 도시재정비구역 길고양이를 위한 활동은 계속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