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 E2019122803


  • 기타

  • 성별(중성화)

    암컷 / 중성화 X

  • 추정나이

    2018년생 추정

  • 몸무게

    3.0kg

  • 털색

    화이트


친화도
활발함

히스토리


이웃에서 개를 나무에 목매달아 죽인다는 주민 녹취와 현장을 찍은 제보가 카라로 왔습니다.


배설물 위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살아가는 개들

활동가들이 현장에 나가보니 개들은 좁은 뜬장이나 오물로 질퍽거리는 땅 위에 발을 딛고 있습니다. 먹을 것은 상한 김치와 말라붙은 떡볶이 따위와 같은 음식물 쓰레기뿐입니다. 개들은 이곳에서 숱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렇게 개를 키우면 안 된다는 이야기에 도살자는 되려 호통을 쳤습니다. "저건 식용견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도살자는 인근 주민의 개를 훔쳐 가기도 했고 개를 나무에 매달아 도살해 왔다고 합니다. 카라는 경기도 특사경에 해당 도살장을 신고했으나 특사경은 현장조사에서 상해와 도살 증거를 찾지 못해 고발이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카라가 둘러본 현장은 명징한 도살 증거만 없을 뿐, 처참했습니다. 개들의 지내는 공간이 비위생적이고 좁은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나무에는 밧줄이 얼기설기 묶여 있고 대형 솥단지와 아궁이가 있었습니다. 개들이 그저 눈앞에서 동료가 목 매달려 죽고, 솥에 던져지는 모습을 보지 않았기만 바랄 뿐입니다.



도살장에서 죽음을 대기하던 개들은 우리를 보고 경계심에 몸을 숨기거나 애써 짖었습니다. 어린 개들은 배설물이 쌓인 바닥 위에서 어쩔 줄 몰라합니다. 바로 옆 닭장 역시 바닥에는 배설물이 가득 쌓여 있고 닭들의 다리와 몸은 오물투성이였습니다. 현장에 있는 동물은 총 개 9마리와 닭 10마리. 개 도살의 증거 확보는 불가능하지만, 이들을 어찌 외면할 수 있을까요.


카라 활동가들, 개와 닭의 구조를 시작하다

카라는 이곳의 개들을 모두 안전하게 구조하기 위해 해당 지자체와 긴밀히 소통을 이어왔습니다. 마침내 12월 28일을 구조일로 정하고 카라 활동가들은 구조 물품을 싣고 현장으로 나섰습니다. 개도살장에 있는 9마리 개들 중, 구조 당일까지 도살자는 두 마리는 못 준다고 버텼습니다. "두 마리는 못 줘. 어디 보내기로 했어. 멧돼지 나오는 데 있어서... 거기 지킨다고."


우리는 '멧돼지로부터 밭을 지키는' 개들의 삶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산속이나 밭 한가운데 외롭게 묶이고, 밥이라고는 죽지 않을 만큼 주는 음식물쓰레기가 전부인 삶. 추위와 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도 목숨을 걸고서 멧돼지를 마주해야 하는 일상. 멧돼지는 무슨 죄이고, 개는 또 무슨 죄인가요. 도살장에서 나무에 목 매달려 죽는 개들을 봐온 개들입니다. 뜬장에서 나가면 그 길로 죽는다는 것을 알지만, 뜬장에서 자신을 꺼내려는 활동가를 제대로 공격하지도 못하는 겁쟁이들입니다. 미치지 않은 게 그저 기특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카라의 활동가들은 도살자를 설득해 결국 모든 동물을 다 구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장은 얼기설기 용접해 놓은 낮고 좁은 뜬장과 음식물쓰레기, 오물더미로 여전히 난잡하고 더러웠습니다. 사람에게 붙잡히는 것이 곧 죽음을 뜻한다는 것을 아는 동물들은 구조의 손길에도 뜬장을 나가지 않으려 힘껏 버텼습니다. 몇몇 어린 개들은 몸에 손만 대도 세상이 떠나가라 울부짖고요. 아직 어린 개들은 활동가가 옆에 앉아 한참을 놀아주다가 한 마리씩 품에 안았습니다. 성견들은 괜찮다고 어르고 달래고요. 끔찍한 사육환경, 처참한 도살장에서 벗어난 개들은 당황해하면서도 곧 깨끗한 이동장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개들은 구조 후 병원으로 가는 길에 코까지 골며 잠을 잤습니다. 많이 노곤했던 모양입니다.



현장의 사육환경은 닭들에게도 가혹했습니다. 온통 음식물쓰레기와 오물로 질퍽한 사육장에서 10마리의 닭들이 지내고 있습니다. 밥그릇 위에 있는 물건을 치우니 배가 고픈 듯 허겁지겁 음식물을 쪼아먹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청결하고 호기심 많은 동물에게 이곳은 또 얼마나 끔찍했을까요. 닭들은 구조하려는 활동가를 쪼려고 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나름대로 순순히 잡혀주었습니다. 어둠 속에서는 침침하게 보이던 두 눈이 환한 햇볕 아래에서는 반짝거렸어요. 닭들에게는 얼마만의 따사로운 빛이었을까요? 활동가들이 급하게 찾아놓은 보호처로 가는 내내 닭들은 얌전했습니다. 그러다가 조용히 꾸룩꾸룩거리는 소리를 내기도 했어요. 이따금 활동가들과 눈을 마주쳐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9마리 개와 10마리 닭의 안녕한 삶을 위하여
"어떻게 닭들을 이렇게 할 수가 있어!" 닭들의 보호자가 되어주시기로 한 가족분은 닭들의 몰골을 보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는 말을 반복하셨습니다. 그러게요, 정말로 어떻게 닭들을 이렇게 대할 수가 있는 것일까요. 보호처는 이미 반려닭들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도살장에서 구조한 열 마리 닭들이 즐기기 충분한 모래와 횟대가 있었습니다. 보호처에 도착한 닭들은 케이지 안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하기도 하고, 스스로 케이지 밖으로 성큼 나오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경이롭게도, 닭들은 모래에 몸을 뉘이고 날개짓을 했습니다. 태어나 한 번을 닿아보지 못한 깨끗한 모래에서 닭들은 힘차게 날개를 펼쳤습니다. 잠시간의 모래목욕으로 오물로 범벅이었던 발은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해졌고, 꼬질꼬질했던 털도 조금씩 제 빛을 찾았습니다. 모래목욕을 하는 닭들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꼭꼭- 하는 소리를 냈어요. 천지가 개벽한다면 바로 이런 것이지 않을까요. 닭들을 구조하며 우스갯소리로 '얘들아, 새해 복 많이 받아야지' 라고 했는데, 그 말은 닭들 앞에서 너무나 한없이 부족하고 초라한 듯 합니다.



닭들은 나중에 살도 좀 찌고, 늠름해지고, 털에도 윤기가 흐를 것입니다. 깨끗한 모래와 식사, 물과 횟대가 일상이 된 닭들의 삶을 함께 축하해 주세요. 오물더미 위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먹으며 간신히 연명하는 동물들, 그들은 살아오며 햇볕도 제대로 쬐지 못했습니다. 이제 이들은 나무에 개가 매달려 죽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청결한 곳에서 살아가고 깨끗한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푹신한 방석이나 간식을 사랑하게 될 테고, 사람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개 도살장 완전 폐쇄와 도살자의 약속
카라는 해당 도살장의 영구폐쇄까지 추진해 도살자로부터 더 이상 도살장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각서를 받아냈습니다. 연휴 동안에 부지런히 도살장 철거 계획을 세워, 1월 3일 오전 미니포크레인과 폐기물처리업체와 함께 다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현장에는 비워진 뜬장과 닭장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지난번 방문 때 활동가가 망치로 내려쳐 보고 위로 올라가 뛰어보아도 무너지지 않고 너무나 단단했던 뜬장. 그 뜬장을 포크레인 집게가 탕-하고 내려치자 삽시간에 찌그러들고 무너져 내렸습니다.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활동가들은 그제서야 웃을 수 있었습니다. 포크레인은 뜬장과 닭장을 순서대로 찍어서 들어내었고 운반 차량으로 이동시켰습니다.



도살장에는 생각지도 못한 잡동사니가 많았습니다. 여기저기 널부러진 고철 더미부터 낡아 삭고 있는 개집까지 고물상이 따로 없었습니다. 심지어 뒤에 숨겨져있던 오래된 뜬장 여러개도 발견되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개들이 감옥과 같은 이곳에 갇혀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가 숨을 거두어야만 했을까요. 남은 흔적을 모두 지워내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습니다. 폐기물은 무려 트럭 2대를 빼곡이 채웠습니다. 부단히 땀 흘린 끝에 깨끗하게 비워진 공간이 가슴 시원한 후련함을 안겨주었습니다. 내내 불편한 기색이었던 도살자도 빈 공간을 보자 “이제 동물 쪽으론 절대 손 안 대겠다. 여기에는 밭을 일구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동물들에게 이 때까지의 삶은 고단하고 처참했지만, 남은 삶은 기쁘고 행복한 일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들 동물들을 위해서 카라의 활동을 후원으로 지지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모든 생명의 안녕한 삶을 위하여 함께해 주세요. 카라는 아직 많이 남아있는 대한민국 곳곳의 개농장과 개도살장 폐쇄를 위해서 2020년에도 다각도의 활동을 펼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