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우리는 군산 개도살 현장에 있었습니다. 전기 쇠꼬챙이에 감전되어 죽임당한 뒤 냉동고에 방치된 개들 앞에서, 많은 시민과 단체들이 개식용 종식의 완결을 위해 함께해 주셨습니다.
“미안해, 너희를 기억할게.”
그 한 문장은 우리가 생명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사회가 다시 확인한 약속이었습니다.
카라는 지난 25년 동안 시민과 함께 동물학대 현장에 대응하고, 제도와 정책의 변화를 만들며, 우리 사회의 생명존중 기준을 넓혀 왔습니다.
그 과정은 결코 카라 혼자 만든 길이 아니었습니다. 루시법에 함께 서명해 주신 시민들, 식용 개 산업 종식을 위한 입법에 힘을 모아 주신 분들, 그리고 오랜 시간 활동을 지지하고 협력해 주신 수많은 단체와 회원 여러분이 함께 만들어 온 시간이었습니다.
카라의 활동은 특정 조직의 성과가 아니라 시민의 연대와 신뢰 위에서 우리 사회가 동물권을 공적 의제로 세워 온 변화의 과정이었습니다.
최근의 혼란 속에서 시민과 회원 여러분께 큰 피로와 우려를 드린 데 대해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사과드립니다.
특히 오랜 시간 카라를 지지하고 함께 활동해 온 시민과 협업단체들이 느끼셨을 혼란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동시에 시민의 신뢰 위에서 공적 역할을 수행해 온 단체로서, 어떤 상황에서도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 역시 절감하고 있습니다.
카라를 향한 비판과 우려 또한 단체가 본래의 역할과 책임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민 여러분의 지적과 요구를 무겁게 새기겠습니다.
카라의 사회적 역할은 단지 개별 구조 활동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동물학대를 막기 위한 입법과 정책 변화, 현장 대응, 시민 캠페인과 공론 형성까지 우리 사회의 생명존중 기준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 역시 중요한 책임입니다.
지금도 구조를 기다리는 동물들이 있고, 멈춰 세워야 할 학대가 있으며, 끝까지 실현해야 할 변화가 남아 있습니다. 개식용 종식 국면에서 국가의 책임을 점검하는 일, 반복되는 개도살장 구조 현장에 대응하는 일, 번식·유기 문제 해결을 위한 루시법 추진 역시 계속되어야 할 사회적 과제입니다.
카라는 이러한 공적 책임의 무게를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시민의 신뢰 위에서 다시 단단히 설 수 있도록 조직회복위원회를 가동하고, 조직 운영과 의사결정 구조를 더욱 건강하게 쇄신해 나가겠습니다.
회원 보고와 소통 체계를 더욱 책임 있게 정비하고, 보호 및 돌봄 체계 역시 다시 점검하고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시민사회와 함께 쌓아 온 신뢰를 회복하고, 동물권 운동이 다시 공공성과 연대의 힘 위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카라도 책임 있게 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카라의 25년은 수많은 시민의 연대와 신뢰로 만들어진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카라도 시민과 회원 여러분의 목소리를 더욱 깊이 경청하며, 가장 약한 동물의 곁에서 다시 신뢰로 답하겠습니다.
2026년 5월 26일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 전진경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