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심 백화점에 '동물원'이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 것도 애완동물 몇 마리를 갖다 놓고 시늉만 낸 게 아니라 아기 사자, 원숭이 등 수십 종의 동물들을 옮겨 놓은 진짜 동물원입니다. 사상 최장·최대 세일을 벌여도 불황 때문에 매출이 오르지 않자, 백화점들이 짜낸 고육지책입니다. 자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음으로써 고객들의 발길을 백화점으로 돌려보겠다는 심산이었는데, 의외로 고객들의 호응이 높다고 합니다.
백화점들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포유류 만져보기, 거북이에게 먹이주기 등 관람객들, 특히 어린이들이 동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며 "아이들에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등 교육적 효과도 적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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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백화점 동물원은 일반 동물원에 비해 전시 환경이 썩 좋지는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몰려든 백화점 인파들이 동물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거나 우리를 두드리는가 하면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합니다. 동물 마케팅을 했던 한 백화점 관계자는 "전시를 하고 나면 동물들의 상당수가 스트레스로 숨진다"며 "특히 민감한 파충류나 사람 손을 탄 토끼들이 많이 죽는다"고 말합니다.
과연 동물들을 보기 위해 다녀갔던 어린이나 고객들은 이 사실을 알까요. 전시된 동물들이 자신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나중에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좋아할 수 있을까요. 불황 타개를 위해 고심하는 백화점들의 처지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동물들까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반감이 커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고객몰이를 위한 임시 동물원 설치 보다는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 할 동물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 강연이나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백화점들에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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