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동물학대범에게 끊임없이 집행유예 처분을 내리는 사법부, 언제까지 대한민국 동물학대를 방관할 것인가!
고양이들을 고의적으로 유인하여 인적이 드문 폐양어장에 가두고 가학적 방법으로 고문하고 연쇄 살해한 뒤 온라인에 사체 사진을 게시하였으며 신고자를 살해 협박한 피고인 정 씨에게 대구고등법원 제1형사부 진성철 부장판사는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깨뜨리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정 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심에서 1년 4월, 벌금 200만 원 형을 선고받았다. 반성한다던 피고인은 선고 직후 곧바로 항소장을 제출하였다.
정 씨 측은 대구법원 판사 출신인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였다. 변호인은 심신미약을 핑계로 들었고 피고인의 행위가 비난가능성이 낮다며 집행유예를 주장했다. 검찰 역시 원심 형량이 낮다며 항소하였다. 담당 검사는 1심 때처럼 징역 4년, 벌금 300만 원을 구형하였다. 대구고등법원 제1형사부 진성철 부장판사는 결국 학대범의 손을 들어 주었다. 선고 직전 공판에서 변호사가 주장한 의견들을 수용하여 판결문에 인용하였다.
재판부는 “심신미약, 정신질환, 초범, 과거 형사처벌 전력이 없으며, 특수재물손괴에 대해서는 합의하였고, 보복 살해 협박 피해자와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으나 그에 상당하는 금액의 공탁금을 지급하였다”며 “반성하고 있으며 가족들도 정신과 치료를 약속하고 있다”는 점을 양형이유로 밝혔다. 동물 학대의 잔혹성과 그 심각성에 관한 내용은 물론 피고인의 동물 학대 범죄를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살해 협박당한 피해자의 고통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실형 선고 1심을 파기하고 ‘집행유예’를 내린 이번 진성철 부장판사의 판결은 동물보호와 시민사회 안전에 역행하는 치욕스러운 선고다. 최근 개정된 공탁금 제도의 문제점 또한 고발한다. 그것은 피해자의 마음과 안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가해자의 감형만을 위한 일방적이고 잘못된 제도이다. 제도가 범죄를 예방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가해자의 형량을 낮추는 수단으로 쓰인다면 과연 올바른 제도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정 씨의 범행은 매우 계획적이고 치밀하였다. 타인 소유 양어장을 자신만의 은밀한 범행 장소로 삼았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심야 시간에 차량을 이용해 고양이를 잡은 포획틀을 옮겼다. 그렇게 그는 3미터 가량의 벽으로 둘러싸인 양어장 안에 고양이들을 감금하였다. 고양이들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양어장 파이프까지 잘라 훼손하였다. 그곳은 고양이들에게 감옥 그 자체였다. 계획적이고 치밀한 범행 특징으로 볼 때 결코 심신미약 혹은 우발적 범행으로 볼 수 없다.
피고인의 범행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학적이었다. 정 씨는 고양이를 산 채로 불태우거나 세탁망에 가두고 세탁기에 넣어 돌렸다. 고양이를 잡아 바닥에 내리쳤고, 고양이를 줄에 묶은 뒤 양어장 사다리에 거꾸로 매달아 가죽을 벗기기도 하였다. 벗긴 가죽은 버리지 않고 집에 보관하였다. 살해한 고양이들의 다리를 잘라 휴대용 버너를 이용해 냄비에 끓여 갇혀 있는 다른 동족 고양이에게 먹이로 제공하였다. 고양이를 포획틀에 가둔 채 토치로 불태워 학대하였다. 임신한 만삭의 고양이로부터 태아를 강제로 꺼낸 뒤 알콜이 담긴 병에 태아를 담가 보관하였다. 직접 살해하여 벗긴 어미 고양이의 가죽을 드라이기를 이용한 바람으로 부풀린 뒤 젖꼭지를 만지며 희롱하였다. 두개골도 버리지 않고 보관하였다. 살아있는 고양이의 송곳니를 강제로 절단하였다.
끔찍한 사실은 이러한 행위 대부분을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하여 남겼고, 그 일부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그의 개인 SNS 계정에 공개적으로 게시하였다는 점이다. 정 씨의 가학성은 비단 고양이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범행을 경찰에 신고한 시민에게 “니 살이랑 가죽도 고양이처럼 벗겨줄까? 좀 씻고 옷다벗으면 니 뼈와 살 전부 분리해줄게” 라는 잔혹한 살해 방법이 담긴 협박 메시지를 보냈다.
이러한 범행을 일삼던 정 씨는 항소심 집행유예 선고로 바로 석방되어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정 씨에게 무고하게 학대당하고 살해된 동물들의 원통함은 풀 수 없게 되었다. 정 씨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살해 협박까지 당한 피해자의 안전 역시 사법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모든 것에 고개를 돌렸다.
이번 선고로 웃게 된 자들은 동물학대범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그들이 선임한 전관 변호사뿐이다.
시민들이 온라인에서 자행된 정 씨의 범행을 추적하고 폐양어장에 있던 그를 특정하였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범행 현장에 있던 고양이들을 시민과 함께 구조하고 사체를 확보하여 경찰에 증거자료로 제출하였다. 카라는 정 씨를 고발하고 정 씨 측 주장의 모든 오류를 분석하여 카라 동물범죄 전문위원회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였다. 해당 사건에 대한 강력처벌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서명에 2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카라는 시민들과 함께 모든 공판에 참여하며 강력처벌을 위한 피케팅과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경찰 역시 피고인 범행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구속 수사하였다. 검찰은 동물보호법 최고형을 넘는 4년형을 선고하였다. 시민들과 수사기관이 이처럼 움직인 것은 우리 사회 끊이질 않는 동물범죄를 처벌하고 예방하기 위한 당연한 모습들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모든 사회적 노력을 짓밟고 피고인과 전관 변호사의 뜻을 받아주었다.
이번 선고는 재판부가 대한민국 동물보호법의 숭고한 토대를 무너뜨린 대표적인 악례(惡例)로 자리 잡았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대구고등법원 제1형사부 진성철 부장판사의 선고를 동물보호법 역사상 최악의 판례로 규정한다.
카라는 이 황량한 대한민국 동물보호 흐름 속에서도 결코 그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동물학대를 대응하며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이 좁은 길을 걸어갈 것이다.
2023년 1월 19일
동물권행동 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