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해방물결, 새벽이 생추어리 등 4개 시민사회단체는 10월 4일 오전 11시,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보금자리(Sanctuary) 선언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진행했다.
보금자리(Sanctuary)는 원래 피난처 혹은 안식처라는 뜻으로 갈 곳 없는 동물을 보호하는 공간이나 시설을 의미하며, 세계 생츄어리 연합(The Global Federation of Animal Sanctuaries)에 따르면 그 수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최소 200개소가 넘는다.
국내에는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되던 사육곰들을 구조해 돌보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의 보호시설, 개 농장과 도살장 등에서 구조된 염소와 닭 등을 보호하는 동물권행동 카라의 팜 생츄어리, 도살 위기에서 구조된 홀스타인 얼룩소들을 돌보는 동물해방물결의 달뜨는 보금자리, 축산업의 돼지농장에서 구조된 돼지 새벽과 실험실에서 살아남은 미니돼지 잔디를 보살피는 새벽이 생추어리 등이 있다.
보금자리를 운영하는 4개 단체들은 2024년 초부터 주기적인 모임을 이어오며 각자가 겪는 고민과 어려움, 막막함을 나누고 현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였다. 또한, 아직 국내 생소한 보금자리의 개념을 소개하고 보금자리 거주동물을 포함한 산업 피해 동물들과 연대하는 인간들로서 다짐하는 바를 널리 알리고자 선언문을 준비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크게 삶의 주체, 자율성, 욕구와 선호, 건강과 안전, 용어 사용, 사회적 상호작용의 6가지 내용이 담겼다. 거주동물은 고유한 삶의 주체이자 개별적 존재이며 이들의 욕구와 선호는 어떠한 경우에도 존중받아 마땅함을 분명히 하며, 동시에 보금자리가 본질적으로 인간이 구획한 인위적이고 제한된 공간이라는 한계점 역시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는 발언을 맡은 김도희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소장은 “세계 동물의 날은 단순한 인식을 넘어 행동을 촉구하는 날이며, 동물들의 보금자리는 그러한 행동의 상징”이라고 세계 동물의 날 의미를 알렸다. 또한 “보금자리는 우리가 동물착취산업의 잔인함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구조된 개개의 동물들이 존엄한 존재임을 알려주며, 동물이 식량 시스템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사는 주민으로서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유지우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농장동물 역시 고기가 아닌 생명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 가능성을 상상이 아닌 현실로 실현하기 위해” 보금자리를 운영하고, “이러한 움직임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단순히 동물 몇 마리를 착취에서 구조하는 것보다도 훨씬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원 새벽이생추어리 활동가는 “새벽이생추어리는 국가 정책에 의해 주변에서 전염병이 발병하면 언제든 살처분 당할 수 있다. 당장의 죽음에서는 벗어났지만 구조적으로는 언제나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보금자리 활동의 어려움을 알리고, “생추어리 운동은 동물을 소유물이나 퇴치 대상으로 대하는 사회에서 생살여탈권을 내려놓고 새로운 관계를 일구자는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재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는 “(보금자리가) 인간이 동물의 자리를 빼앗고 동물을 착취했던 과거, 착취하고 있는 지금, 여전히 착취하고 있을 미래를 되돌아보는 공간이며 성찰과 사유, 반성의 기회를 통해 마땅히 '인간'다운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발언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추현욱 달뜨는보금자리 활동가는 “인간이 동물임을 인식하지 못하면 보금자리는 분리되고, 인간이 동물이 되면 보금자리가 연결되고 확장”된다며, “지금은 울타리 안의 보금자리지만, 보금자리는 확장되고, 연결되고, 보금자리는 모두의 것이 되고, 모든 곳이 보금자리가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보금자리 선언은 관계의 연결이자 자연, 즉 우리의 회복”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국내 운영 중인 보금자리 내에서 인간의 일방적인 착취와 학대에서 벗어난 동물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들 참가자는 거주동물을 책임감 있게 돌보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앞으로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의 착취 관계를 전환하는 보금자리를 사회적으로 확산하고 동물을 착취하는 산업을 종식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을 밝혔다.
[붙임] 1. 기자회견문
보금자리(Sanctuary) 선언
올 봄날, 국내에서 비인간동물 보금자리를 꿈꾸고 만들어나가고 있는 단체들-동물해방물결, 동물권행동 카라, 새벽이생추어리, 곰보금자리 프로젝트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보금자리를 운영하면서 들었던 고민과 어려움, 막막함을 나누고 함께하자는 것에 뜻을 모았습니다.
보금자리(Sanctuary)는 동물들의 ‘피난처’입니다. 그 피난처에는 현재 돼지, 곰, 닭, 소, 칠면조, 염소 등 농장동물과 야생동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두 동물 착취산업으로부터 구조된 피해 동물들입니다. 인간의 이윤을 목적으로 감금, 전시, 수탈, 죽음의 폭력에 놓여 있었던 이들은 당장의 직접적인 폭력으로부터 벗어났습니다.
보금자리는 폭력에서 벗어난 동물들이 빼앗긴 삶을 회복하고,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는 평생의 안식처를 목표로 하는 공간입니다. 보금자리는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이 폭력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관계를 전환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당연하게 착취 대상으로 여겨져 온, 개개 동물들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이해하고 상상하게 합니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우리 인간종이 다른 동물 종에게서 어떤 것을 빼앗았는지 여실히 느낍니다.
보금자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당장의 폭력에서 벗어났지만 구조적인 폭력으로부터는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동물에게 폭력적인 사회 속에서 보금자리는 절대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없습니다. 보금자리의 거주동물에게는 여전히 위험이 도사립니다. 전염병으로부터 산업을 수호하기 위한 살처분 정책은 보금자리 동물이 전염병을 앓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죽음으로 내몹니다. 또한, 우리 사회는 대부분의 비인간동물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허용하지 않아 울타리 밖에서 그들은 포획, 처분의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거주동물들이 울타리 밖을 나가도 괜찮을 때까지 보금자리는 또다른 감금시설이라는 모순과 한계를 가집니다. 우리는 오늘 보금자리 동물들을 위해 이 자리에 섰지만, 보금자리는 우리의 종착지가 아닌 ‘여정’일 것입니다.
비인간동물에 대한 착취가 가득한 이 땅에 분명 보금자리는 존재합니다. 그 보금자리들이 보여주듯,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의 착취 관계를 전환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합니다. 관계 전환의 시작이 될 보금자리(sanctuary) 운동에서 지금 우리는 <보금자리 선언>을 통해 그 공간을 더욱 선명하게 하고자 합니다. 동시에 보금자리 거주동물들을 포함한 산업 피해 동물들과 연대하는 인간들로서 선언을 통해 다짐하고자 합니다.
보금자리(Sanctuary) 선언문 보금자리(Sanctuary)는 원래 '피난처' 혹은 '안식처'라는 뜻으로 갈 곳 없는 동물을 보호하는 공간이나 시설을 의미한다. 인간의 영향으로 가축화된 종이나 이미 인간의 사육에 익숙해진 야생동물은 인간의 돌봄이 필요하다. 보금자리는 공장식 축산, 동물원 등 인간의 착취 구조에서 벗어나 동물 그 자체로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는 동물의 권리와 복지를 고민하고, 더 나은 인간-동물 관계를 위해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삶의 주체 우리는 거주동물을 삶의 주체로서 존중한다. 착취적인 환경으로부터 그들의 여생을 보호하며, 나아가 거주동물이 생명이 다할 때까지 살만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하나, 자율성 우리는 거주동물이 가능한 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며, 이는 거주동물의 '자연스러운 삶'을 기준으로 한다. 하나, 욕구와 선호 우리는 거주동물에게 음식, 수면과 휴식, 배설 등 생활 전반에 관하여 개체별 욕구와 선호가 반영된 형태의 돌봄을 제공하도록 노력한다. 하나, 건강과 안전 우리는 거주동물을 예방적 살처분 등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며, 신체적, 정서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치료와 돌봄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건강 검진과 백신 접종, 자체 방역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하나, 용어 사용 우리는 거주동물에 대한 시혜적 언어를 지양하고, 인간의 언어에 서린 권리침해적 성격을 감추지 않는다. 우리의 용어 사용은 폭력적 인간-동물관계를 감추기보다 드러내는 쪽을 향한다. 하나, 사회적 상호작용 우리는 거주동물이 혼자 있거나 무리로 있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공간 분리 등의 적절한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거주동물 간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위해 노력한다. 거주동물은 고유한 삶의 주체로서 욕구와 선호를 지닌 개별적 존재이며 이들의 욕구와 선호는 어떠한 경우에도 존중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인간 역시 한 종의 동물임을 인지하며, 거주동물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데 기꺼이 동의한다. 동시에,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선언은 거주동물의 이상적 공간을 추구하지만, 보금자리는 본질적으로 인간이 구획한 인위적이고 제한된 공간이다. 동물을 감금하는 구조, 제한적 자원, 다양한 가치의 충돌 등 우리는 매일 현실에서 타협해야 하는 일과 마주한다. 그러나 우리는 무력해지지 않고, 계속 고민하며, 거주동물을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
2024년 10월 4일 세계 동물의 날
동물해방물결, 동물권행동 카라, 새벽이생추어리,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붙임] 2. 보금자리(Sanctuary) 선언문 발표 기자회견 현장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