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동물실험 금지를 외치는 화장품 기업들의 속마음

  • 카라
  • |
  • 2013-06-20 15:37
  • |
  • 5856

동물실험 금지를 외치는 화장품 기업들의 속마음

-윤리가 아닌 소비자의 윤리적 잣대를 수익에 이용하는 행태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올해 3월 11일부터 EU(유럽연합)에서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에 대한 생산과 유통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됐다. 화장품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유럽의 이런 선언은 화장품 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 브랜드들도 이런 추세에 맞추기 위해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에 더욱 적극적인 참여를 하고 있고, 선언 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동물실험에 대한 시민 조사 결과 70.2%가 화장품 동물실험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EU의 선언으로 화장품 업계는 발 빠르게 동물실험에서 멀어지고 있는 듯 하지만 이것이 어느 정도 기업의 눈속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뷰티 업계의 기업들은 마치 누가 더 착한지, 더 동물을 사랑하는지 경쟁하듯 앞다퉈 ‘동물실험 반대!’를 외친다. 기업 철학, 기업 이념, 기업 윤리로써 이를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소비자들의 구매에 영향을 미치고 트렌드가 되기 이전에 기업들이 이토록 강조해 내세우는 가치였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어야 한다. 그들이 이것을 진짜 기업을 지탱하는 가치로써가 아닌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면, 실상은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척'만 하면서 빠져나갈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인증마크로 여겨지는 ‘'Cruelty-Free’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 완제품에 대한 실험은 하지 않았지만 원료에 대한 실험이 행해진 경우, 브랜드 자체에서 직접 실험하지 않았지만 제 3업체가 실험을 대행했을 경우,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실험이 이뤄진 경우에는 이 마크를 제품에 표기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기업에서 임의로 정한 5년, 10년, 20년 등의 기간동안만 실험이 실행되지 않고 그 전에 이뤄졌거나 앞으로 이뤄지더라도 마크를 표기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의 가장 큰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위와 같은 문제로 논란이 됐다. 동물보호 반대와 금지를 하겠다고 선언한 아모레퍼시픽에서 동물실험을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실험을 거친 원료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고 있었던 것. 이에 아모레퍼시픽 측은 올해 5월 1일부터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를 할 것을 선언했다. 하지만 자연과 사람, 기업의 아름다운 공존을 추구하고 다양한 생명을 존중한다며 동물실험 금지를 외쳤던 이 기업의 진실성에 찝찝함을 지울 수 없다. 이로 인해 그동안 개념 이벤트로 호응을 얻었던 ‘공병 이벤트’, ‘핑크 리본 이벤트’ 등의 진실성에도 의구심을 품게 된다. 더 중요한 논점은 아모레퍼시픽이 대표 기업으로써 이런 논란에 중심이 됐을뿐 수많은 브랜드들이 비슷한 예를 되풀이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소비자들이 동물 보호에 참여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브랜드들의 눈속임은 중국 시장에서 벌어진다. 중국은 법적으로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에 대해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이 중국에서 판매되려면 중국 정부에 비용을 지불하고 화장품 동물 위탁 실험을 실행해야 한다.

이에 중국 진출을 위해 대부분의 화장품 기업들이 동물 위탁 실험을 의뢰하고 있다. 헤라,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 아모레퍼시픽 그룹, 후, 오휘, 수려한, 더페이스샵 등 LG생활건강 그룹 등 국내 브랜드와 에스티로더, 바비브라운, 크리니크, 오리진스 등 에스티로더 그룹, 로레알, 랑콤, 비오템, 키엘 등 로레알 그룹, 디올, 겔랑, 베네피트 등 LVMH 그룹, SK2, 돌체앤가바나 향수 등 P&G 그룹, 아비노, 클린앤클리어, 존슨즈베이비 등 존슨&존슨 그룹, 시세이도, 샤넬, 클라란스, 꼬달리 등 시세이도 그룹 등등. 대부분의 대기업이 대부분 이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한 마디로 중국에 진출해 있는 브랜드는 모두 이에 속한다. 이중에는 자연주의 콘셉트로 해 이를 믿고 있던 대중들에게 충격을 안겨 줄 브랜드도 포함돼 있으며, 클리니크, 오리진스, 디올, 샤넬, 클라란스, 록시땅 등은 동물실험 금지를 선언했다가 중국 시장을 의식한 것인지 다시 말을 바꾼 케이스이기도 하다. 반대로 모 그룹은 동물실험에 응하고 있지만, 브랜드 자체적으로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버츠비, 더바디샵, 아베다, 비욘드, 빌리프 등도 있다.

이에 대해 브랜드 측에서는 ‘중국 시장의 규모를 생각했을 때 이윤이 앞서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한류의 중심지인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 ‘다른 것은 모두 지키고 중국 법률에 의한 것밖에 없다’고 말한다.

.
.
.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이탈리아 동물보호단체 'ENPA' 포스터]

기사 본문 보기: http://fashion.mk.co.kr/view.php?no=480876&year=2013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