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월이네입니다.
2012년 카라에서 입양한 월이와 그동안 너무 행복하게 사느라 소식이 적조했어요.
저희는 2013년 다른 곳에서 입양한 유기견 두리(선천성 관절염 앓고 있음), 그리고 원래 있던 냥이(앙리)와 오순도순 잘 살고 있어요.
오늘은 좀 놀라운 소식을 전해드리려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지난 4월 30일, 정기 예방 접종 차, 동네 병원(바우미우 동물병원)을 방문했고, 별다른 증상 없었으나 월이가 체중이 다소 빠져서 혈액 검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8.7키로->8.2키로.
그 결과 간수치 이상으로(측정이 되지 않을 만큼 폭발적인 수치..), 초음파를 하게 되었고, 월이의 간암 소견을 듣게 되었어요. 비장까지 전이된 것 같다고...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확실한 얘기를 들으려면 CT 촬영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건강한 아이가 하루아침에 날벼락이라니... 우선 급한 대로 바로 추천받은 압구정 영상센터에 예약을 잡고 여러 검사와 함께 CT 촬영을 하였어요.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는데, 어린이날 연휴가 끼어서 연휴가 지난 5월 둘째 주에 결과가 넘어왔습니다.
일단 간의 암 크기가 너무 크고(15cm 이상) 비장에 전이된 상태라, 수술이 불투명한 상태라 하더군요.
무엇보다 가장 큰 비중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이의 고통. 지금은 괜찮지만 곧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면 아프다가...6개월가량..ㅠㅠ
저는 혼자 외쳤습니다. “아닙니다. 방법이 있을 거예요.”
이후의 시간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수술이 가능하다 해도 해야 하는지, 하지 않는 게 좋은지, 판단이 서지를 않았어요.
그렇게 물어물어...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시다 나와서 하시는 대치동 서울동물의료센터 양정환 원장님과 미팅을 잡게 되었고, 월이의 데이터를 면밀 분석하신 끝에 내린 결론은 “수술을 해볼 만하다”였습니다. (선생님은 그동안 월이의 혈관 공부 무지 하셨다 하심) 물론 수술 중에 잘못된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수술이 상공해서 새생명을 갖게 된다면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반드시 해야지요. 안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어요.
지난해에는 언니의 유방암 수술 및 항암 치료로 정신줄 놓은 채 지냈던 1년이었는데, 이제 좀 괜찮아지니 월이의 간암이라니...게다가 보험도 적용 안 되어 사람보다 훨씬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5월 23일. 월이는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우선 배를 가르고, 비장을 전절제한 후, 간암 덩어리를 떼어내고, 혹시나 위로 갑상선 등에 전이가 있으면 갈비뼈를 갈라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8시간 예상을 하라고 하시더군요.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어서, 월이가 수술하는 바깥에서 온갖 ‘기’를 보내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오후 3시에 수술실에 들어갔던 월이는 예상보다 이른 시간인 7시반-8시경 나왔습니다.
수술은 잘 되었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비장 외에 다른 곳으로의 전이는 없어 빨리 끝났지요.
비장은 전체 절제했고, 간도 반가량 떼어냈는데 암덩어리가 어른 손바닥보다 컸어요. 다행히 수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월이는 7박 8일을 입원하며 혹시나 모를 후폭풍(췌장염에 잘 걸린다 하더라고요..)에 대비해 온갖 집중 케어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장충동에서 대치동까지 매일 병원에가서 2-3분만의 짧은 면회를 마치고 오곤 했었습니다.
약간의 빈혈 증상이 있었지만 열흘 후 스태플러를 떼어냈고, 매주 가던 진료도 한달 만에 받다가 모든 수치가 정상화되어 다음 진료는 10월 초랍니다^^;;
월이는 지금 간 보조제와 간 사료, 그리고 제가 매일 만들어주는 보양식?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8살이지만, 아무래도 힘든 수술하면 평균 2-3년 더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이 사진은 어제 제 품을 먼저 차지하려 침대 위에 올라온 아이들...저 위의 아가 중 고양이는 17살인데 건강합니다. 쟤의 엄마도 2년 전 천수를 누리고 장수하다 더운 여름 날 마당에서 조용히 무지개다리를 건넜지요.
바라건대, 월이도 이제 아프지 말고 건강한 노년을 가족과 함께 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보란 듯이 잘 늙어갈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픈 가족 있으면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시라는 말씀 꼭 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또 아가 꼬마와 디오...둘을 보니 입양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