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 호더 집에서 구조된 39마리의 고양이들 중 하나였던 후추 (아로)
집에서 일을 하고, 딸은 이제 제법 자랐고, 집에 공간도 많고, 첫째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한마리의 반려동물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오다가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여러 유기묘 계정과, 보호소와 포인핸즈와 카라의 계정등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준비를 해오다가 카라에서 입양 파티를 한는 소식을 들었어요. 6월에 참가하게된 입양파티에서 아로를 처음만났고, 입양 신청서를 낸후에 설레임으로 기다리던 2주가 다되가던 7월 7일에 아로의 입양확정 소식을 받았어요. 그날은 저희 딸의 생일이었어요. 딸이 생일 선물로 아로가 오게 된것 같다고 좋아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네요 ㅎㅎ 그리고 우리 냥첫째(두부)의 생일날 우리집에 오게된, 그야말로 우리의 운명 후추!
온첫날부터 지금까지, 하악질이나 경계심같은 것은 1도 없는, 자기보고 싫다고 혼내고 때리는 누나에게도 마냥 들이대고 놀자고 조르는 최강 해맑은 캐릭터예요. 사람도 아무나 다 좋아하고, 강아지도 좋아하고 사고치는 것도 좋아하고 ㅋ 제가 처음으로 반려한 강아지 토토로도, 우리집 첫째냥이 두부도 모두 파양당한 아픔이 있는 아이들이었어요. 품종이고 뭐고 다 중요하지 않아요. 과거도 중요하지 않구요. 그냥 내 식구가 되고 정이 들고 사랑을 주고 받기 시작하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는거예요. 어떻게 생겼는지도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여전히 팻샵에서 돈을 주고 동물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저 아이들이 다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아냐고 알리고 싶어요. 자기가 원하는 생김새의 아이를 데리고 오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그 뒷편에서 동물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아냐고도 물어보고 싶구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후기를 올려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비록 글을 올리다가 오류로 두번이나 글이 날아갔지만요 흑)
(이제 제법 고양이 다워진 후추)
두달여동안 합사하고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다가, 이제서야 여유가 생겨서 뒤돌아보니, 우리 후추가 우리집에 오기까지 애써주신 많은 분들의 손길이 새삼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우리집에 이렇게 귀여운 사랑둥이가 오게 되었어요. 덕분에 우리 모두 생명의 소중함과 그것을 위해 애쓰는 손길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배워갑니다
안타깝게도, 후추의 엄마 딸기는 아직 입양을 못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딸기 뿐만 아니라 그 39마리중에서 21마리가 아직 가족을 못찾았다는 소식에 용기를 내어 후기를 올립니다. 입양파티에서 한마리한마리 쓰다듬어보고 들여다봤는데, 정말 다들 너무 예쁘고 착하고 애교가 많아요. 묘연이 느껴지시는데 망설여지신다면 꼭 직접 만나보시길 바래요. 제가 그랬거든요...사진만 들여다보는 것과 직접 만나보는 것은 정말 달랐어요. 직접 만나보면 묘연을 훨씬 더 잘 느끼실 수 있을거에요. 우리 후추도...사실 제가 여아를 데리고 오고 싶은 생각에 후추는 생각에도 없었는데 그날 만나보고 바로 느낌이 왔어요! ㅎㅎ
아직 첫째와의 합사가 완벽하게 이뤄진것은 아니지만, 후추의 해맑음으로 언젠가 누나의 마음을 활짝 열게 할것이라고 믿어요. 우리 첫째가 겁이 많고 소심한데, 후추가 누나의 소심한 까탈스러움과 혼냄에도 개의치않고 얼마나 해맑게 들이대고 또 들이대는지, 그 모습이 너무 고마워요. 게다가 좀 자랑을 해보자면, 후추는... 화장실 변기물이 내려가는것이 너무 재밌어서 변기 레버를 내리는 방법을 터득한 천재냥이기도 합니다 ㅎㅎㅎㅎ게다가 피아노는 또 얼마나 잘 치는지! 늦은 밤에 꽝꽝 피아노를 치곤해서 저희의 깜짝 놀라게 하는 피아니스트입니다. 우리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집에 이토록 천진난만한 사고뭉치라니..가끔 너무 신기하고 이상해서 놀라곤해요. 후추야..조금만 먹는 욕심 덜 부리고..조금만 덜 깨물고 ㅎㅎ 한달뒤에 있을 중성화 수술도 무사히 잘 넘기고. 누나의 마음 열심히 열어보자. 그래서 누나의 사랑도 우리의 사랑도 듬뿍 받으면서 그렇게 행복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