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행동 카라(이하 카라)는 전국의 교육감 후보에게 동물권 교육 정책질의서를 발송하고, 지난 5월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각 교육감 후보의 답변을 공개했다. 카라에 따르면 정책질의서를 수신한 53명의 후보 중 25명이 질의에 응답해 47%의 응답률을 보였다. 이번 정책질의에는 카라의 10대 동물권 활동가 교육 프로그램인 ‘틴카라(TeenKara)’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직접 고안한 주제와 질의가 반영되었다. 청소년들은 4일간 동물권 교육을 수강하면서 길고양이, 실험동물, 전시동물, 농장동물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을 듣거나 자기주도적인 활동에 참여했으며, 한국 사회에 필요한 동물권 교육 정책에 대해 토론했다. 청소년들이 직접 선정한 여섯 가지의 정책질의 주제는 △동물권 교육 의무화, △동물권 교사연수 진행, △주1회 채식급식의 정착, △교내 동물 사육 금지, △동물을 존중하는 현장학습, △교내 야생동물 보호이다. 카라가 각 교육감 후보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 가장 다수의 후보가 실현 의지를 드러낸 정책은 ‘학생, 학부모, 영양사를 대상으로 한 채식 교육’(96%)이었다. 그 다음으로 지지율이 높은 정책으로는 ‘교육청 차원의 동물권 교사연수’(92%), ‘동물권 위배 교과서 실태조사’(92%)가 있었다. 한편, 실현 의지가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난 정책은 ‘동물원 및 수족관 견학 자제 권고’(52%)로 절반의 후보만이 질의 취지에 공감했다. 그 다음으로 지지율이 낮은 정책으로는 ‘교내 동물 사육 금지’(60%), ‘주 1회 채식급식 실현’(72%)이 있었다. 동물원이나 수족관, 교내 사육장에 동물을 가두어 기르는 행위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문제의식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추가 서술형 응답을 남긴 후보들 중에서 동물권 교육 정책 실현에 특히 강한 의지를 드러낸 후보로는 서울 조희연, 경기 성기선, 충북 김병우, 강원 문태호, 전북 천호성, 전남 김동환, 경북 마숙자 후보 등이 있었다. 서울 조희연 후보는 지난 임기 동안의 성과를 강조하며 동물권 정책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교육청이 자체 제작한 동물권 교육자료, 전국 교육청 최초로 실시한 ‘생명존중 동물사랑 교육’, 동물복지 교사연수 사례 등을 언급하며,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서울교육청이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주목할 만한 공약으로는 ‘채식급식 선택제’가 있다. 조 후보는 “5無(GMO, 방사능, 농약, 첨가물, 항생제 없는)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를 우선 추진하는 것을 급식 정책의 주요 공약”으로 두고 있다며, “환경과 채식을 지향하고 실천하는 청소년을 위한 채식 선택제 도입”을 공약했다. 경기 성기선 후보는 정책질의 전반에서 높은 동물권 감수성을 보였다. 동물권 위배 교과서에 대해서는 “동물을 학대하는 기존의 관행에 대해 고민하도록 교과서 내용 수정을 출판사에 요구”하겠다고 밝혔으며, 동물권 교사연수 정책에 대해서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인 연수 프로그램을 기획, 실시"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외에 “공장식 축산업의 폐해”에 대해 그 심각성을 공감하며 “육식을 줄이고 채식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동물권만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삶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충북 김병우 후보는 모든 정책질의 항목에 실현 의지가 있다고 응답했다. “동물권 문제에 깊이 공감”하기에 “동물권 교육 의무화 및 교과서 내용 실태조사 정책을 임기 동안 성실히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지난 임기에 실현했던 “채식급식의 날”의 의미를 조명하며 “주1회 채식급식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관련 교육 또한 성실히 시행”하겠다는 응답을 남겼다. 강원 문태호 후보는 채식급식이나 동물원 현장학습 등의 주제와 관련하여 높은 현장 이해도를 보였다.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채식급식을 실현함에 있어 “균형잡힌 급식을 이유로 지침 등으로 규율하는 경우가 많아 급식노동자들의 급식편성권과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또한, 동물원 견학에 대해서는 “학생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적 측면을 우선 고려”해야 하며 그래야 “무분별하게 동물을 관람하는 활동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 김동환 후보는 채식급식 정책에 적극적인 실현 의지를 나타냈다.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그린 급식의 날”을 운영해 채식급식을 제공하고, “지나친 육식 위주 식습관이 기후 위기의 주요한 원인인 만큼 육식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을 실천하도록 급식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외에도 교내 야생동물 보호 정책에 대해서는 “동물복지뿐 아니라 생태계 보전 차원”에서 중요하게 접근하겠다는 답변을 남겼다. 경북 마숙자 후보는 “품성교육”, “인성교육”, “소외되지 않는 공교육”, “다양성 존중”, “틀림이 아닌 공존” 등의 가치를 적극 표방하며, 이러한 가치들의 연장선에서 동물권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마 후보는 “올바른 인성, 배려, 존중뿐 아니라 친환경, 생명존중 등의 보편적인 가치”를 교육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며, “채식을 좋아하는 학생도, 그렇지 않은 학생도 서로 다름을 인식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교실”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또한, “가둬져 있는 동물을 보는 것에 신기함을 느끼지만 정작 마음 속에 남는 것은 불쌍함”이라고 말하며 “인간은 상위의 존재가 아닌, 공존하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체험학습이며 교육”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카라는 초·중·고등학교에서 공식적인 교육과정에 따라 동물권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며 ‘동물권 교육의 공교육화’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그 일환으로 2020년부터 교사를 위한 동물권 학습지도안을 개발하여 배포하고, 교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동물권 시범교육을 실시 중이다. 카라 교육아카이브팀 평화 활동가는 “더 많은 청소년이 생명 존중과 동물 권리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동물권 교육 정책에 강한 실현 의지를 가진 후보에게 투표권 행사를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