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행동 카라와 조정훈 의원실은 오늘(8일) 국회 제9간담회실에서 동물범죄 양형기준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중대한 동물학대 범죄가 날로 급증함에 따라 실효성 있는 동물범죄 예방을 위한 양형기준 마련이 절실하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2020년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 건수는 992건으로 2016년 303건 대비 3배 이상 증가하였다. 포항 길고양이 연쇄 살해 사건(포항 한동대 및 아기고양이 홍시 살해 사건), 디시인사이드 햄스터 학대와 같이 엽기 적인 연쇄 학대 범죄가 늘었을뿐 아니라 동물혐오 범죄의 방법도 더욱 다양해지고 잔혹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범죄행위로 고발 조치 되어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소수에 그친다. 어렵사리 피의자를 특정해도 동물범죄 양형 기준 미비로 인해 대부분의 사건이 관행적으로 벌금형과 집행유예 처분에 그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21년 고양이 학대범 강력 처벌 요구 및 고양이 학대 갤러리 폐쇄와 재발 방지 요구에 관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가 달성된 바 있다. 이렇듯 동물학대사건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反)정서는 날로 고조 됨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 및 사법부가 동물학대사건을 다루는 인식은 여전히 ‘동물과 관련된 단순 사건’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강화된 최근의 동물보호법 법령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언론에도 보도되며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야기시킨 대표적인 두 사건만 해도 그러하다.
계획적으로 고양이를 포획하여 학대한 ‘포항 폐양어장 사건’과 고양이 학대 행위를 온라인으로 유포하며 공유했던 ‘고어 전문방 사건’ 모두 자신의 학대 행위를 타인에게 드러내어 과시하고 나아가 사람에 대한 잠재된 폭력성까지 드러내는 등 기존의 동물대상 범죄의 양상과는 또 다른 심각성을 안고 있었다.
이 두 사건은 범행 수법의 잔혹성과 계획성, 잠재된 사람 대상 범죄 가능성 등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포항 폐양어장 학대 사건은 징역 1년 4개월 및 벌금 200만원이 선고된 반면, 고어 전문방 사건은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다.
현실적으로 동물범죄는 수사와 혐의 입증 난이도가 높아 기소 자체가 어려운 데다가 양형기준의 부재로 인해 비슷한 유형의 사건임에도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 따라 처벌 결과는 각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1992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하며 동물학대행위가 범죄행위임을 밝히고 이를 처벌할 것임을 천명하였다. 그리고 법 제정 후 동물대상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 법규정은 수 차례 강화되었다. 동물보호법 제정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동물대상 범죄행위 또한 날이 갈수록 더욱 그 수법과 행태가 잔인해졌지만 이러한 행위들을 실질적으로 판결하는 ‘처벌수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동물 대상 범죄를 대하는 시민들의 법 감정과 실제 판결 사이의 간극을 해소하고 사회적 수긍 가능한 처벌을 현실화하기 위해 동물범죄 양형기준 정립이 절실한 이유이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8일 개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현재 우리나라 동물대상범죄 처벌 사례를 되짚어 보는 동시에 동물범죄에 대한 처벌의 근간이 되는 양형기준 수립 방안을 다각적이고 심층적으로 논의하였다. 또한, 이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법령과 정책, 제도 부분의 개선점에 대한 세부 토론도 이어졌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양형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이 함께 자리했다. 발제자로는 동물권행동 카라 전진경 대표, 한남대 경찰학과 박미랑 교수가 참여하였고, 토론에는 울산지방법원 유정우 판사, 강남경찰서 김영준 수사관,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대표 서국화 변호사, 동물권행동 카라 윤성모 활동가 등이 참여하였다.
본 토론회에서 국내 동물범죄 판결 사례와 수사 현실에서부터 동물의 법적 지위에 따른 처벌 한계와 개선 방향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회에 들어가며 조정훈 국회의원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의 생명 존중 가치에 대한 국민 정서가 있으나, 제도적 미비 등으로 동물학대에 대해 부합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지 않다. 양형기준 마련과 함께 국회에서 엄격한 제재를 만들어 동물학대를 줄이고 징검다리로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국민적 기대에 맞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양형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은 “오늘의 논의 내용을 비롯해 국민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양형실무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등 동물학대 범죄의 양형 합리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발제자로 나선 동물권행동 카라 전진경 대표는 고어 전문방 사건, 포항 폐양어장 고양이 학대 사건과 같은 국내에서 발생한 동물범죄 현황과 해외 RSPCA(영국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의 동물학대 조사관들이 대응한 동물범죄와 판결 사례를 비교해 상세히 설명했다. 동물범죄 처벌이 미약한 현재 소중한 생명인 동물 보호의 관점에서 시민들의 요구는 무엇인지, 예방을 위해서도 엄벌 중요성에 대한 연구·조사가 필요함을 발표했다.
이어 카라 동물범죄 전문위원장이자 한남대 경찰학과 박미랑 교수는 국내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판결 사례를 통해 법관의 민감성에 따라 양형편차가 크고 양형기준이 필요한 점을 짚어주었다. 또한, 동물범죄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양형기준을 통해 우리나라 양형기준의 방향성을 톺아보았다. 동물학대는 피해자가 스스로 변호할 수 없는 취약성, 성적학대와 같은 구체적 유형추가, 가중요소, 동종범죄 및 범죄경력, 선고 처분 및 소유 및 양육 금지 제도와 같은 부수적 조건에 대한 고민이 요구됨을 강조했다.
토론자인 울산지방법원 유정우 판사는 동물학대 범죄의 경우 징역형이 선고되어 확정된 사례가 부족한 한계가 있으나, 해외 실제 사례들을 참고하는 등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겠으며, 사회 전반의 동물권 보호에 대한 인식 증진이 자연스럽게 법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강남경찰서 김영준 수사관은 피학대동물이 말을 할 수 없어 수사 개시와 피의자 특정 및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있고 동물 사체 부검도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공조로 의존하고 있어 전문 인력, 장비 등이 필요한 점을 짚었다. 또한, 양형기준이 마련된다면 일선 경찰관들의 동물범죄 수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국화 변호사는 동물학대 범죄의 중대성에 대한 일관된 인식이 부재한 이유 중 하나로 법체계의 영향도 있기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민법 개정안의 통과를 언급하며, 양형기준 마련이 처벌강화와 직결되지 않는 측면도 있어 세심한 연구와 의견 반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농장동물, 실험동물과 같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용되는 동물은 양형조차 적용되지 않는 현실이 있어 이에 대해서도 감안해야 함을 짚어주었다. 카라 윤성모 활동가는 동물범죄의 세 가지 특성으로 생명에 대한 존엄성 위배, 사람을 향한 폭력으로의 연결, 동물의 법적지위를 꼽고 시민사회 동물범죄 대응 현실 사례를 풀어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동물범죄 양형기준 수립을 위한 핵심 사항을 명확히 제시했고, 2,708명이 서명한 양형기준 수립 촉구 시민 서명부 또한 양형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에게 전달되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학대 범죄에 대한 시민 사회의 관심을 환기하고 시민이 수용 가능한 처벌로 현실화되기 위한 정책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본 토론회 자료집은 동물권행동 카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다운받아 볼 수 있다.(끝)
* 토론회 영상보기: 동물범죄 양형기준 수립을 위한 국회 토론회(22.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