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겨울 혹한 속에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은 개포 재개발 지역에서 밤샘 포획작업을 펼쳤습니다. 이미 건물이 다 무너져 내린 위험한 현장을 여전히 떠나지 못하는 고양이들을 구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올치즈 태비의 아담한 체구를 가진 솔이도 이때 구조되었습니다.
처음 솔이를 재개발 현장에서 돌볼 때 녀석의 조심성스러운 행동과 아담한 체구 때문에 여아인 것을 알아챌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솔이는 건강해 보였고 새 영역을 찾아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하여 중성화 후 방사한 뒤 안전 지역으로 이끌기 위해 녀석을 포획했습니다. 착한 녀석은 어찌나 놀랐던지 포획틀을 차로 옮기는 중 그만 다량의 오줌을 쌌고 그래서 ‘오줌싸개 솔이’라는 애칭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후 솔이는 용기를 내어 공사판에서 벗어나 외부로 영역을 이동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영역 이동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서인지 입주변이 더러워지기 시작하더니 콧물까지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유리 파편과 시멘트 가루로 가득한 공사판이지만 그곳은 솔이의 유일한 삶의 터전이고 고향이었던 가 봅니다...
가엾은 솔이를 그대로 둘 수 없어 구조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영역 외곽에 조용히 머물며 케어테이커가 오면 조심스럽게 나타나곤 하던 솔이는 참 귀여운 얼굴의 길고양이였습니다.
동그스름 납대대 너무나도 귀엽던 솔이의 얼굴이 지금 질병으로 많이 일그러져 있습니다. 솔이가 흘리던 콧물은 녀석의 비강에 생긴 암으로 인한 것이었고 검사결과 현재 너무 많이 퍼져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다행인 것은 솔이가 숨도 잘 쉬고 밥도 잘 먹으며 아직까지는 고통의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언젠가는 생명이 다하는 날이 올테지만 그때까지 안 아프게 춥지 않게 사랑으로 보호해 주고 싶습니다.
솔이의 얼굴은 여전이 너무나 예쁩니다. 생명의 나고 죽음의 시리도록 아프고 엄숙한 의미를 솔이를 바라보며 매 순간 느낍니다. 솔이는 가정 보호가 어려운 상태로 나날의 의료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후 통증 관리가 필요한 순간도 올 수 있습니다.
길에서 태어나 살다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모든 것을 내 줘야 했던 솔이. 외롭지만 의연하게 살아온 우리 솔이가 따뜻한 사랑 속에 생의 마지막을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