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최대의 비극, 구내염 길고양이 19일간의 기록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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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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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919
 


길고양이 최대의 비극, 구내염 길고양이 19일간의 기록
 
 
한눈에도 많이 아파보이는 길고양이가 누군가 내 놓은 음식을 먹어보려 다가옵니다.

배가 고파 조금 먹어보려 애를 쓰지만, 한입 먹을때마다 너무 고통스러워 합니다.
입을 떨어내고 구역질을 하며 아파서 펄쩍펄쩍 뛰어오르기도 합니다.
 
배는 고프지만 고통을 이겨낼 수 없어 이내 포기하고 힘 없이 물러섭니다.
 
 
'홍대 푸르지오'는 그래도 살고싶었습니다.
기쁨 없는 삶이었지만 그래도 태어났으니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추레한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거나 심지어 돌을 던지며 쫓아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녀석은 가엾게 여기는 분들이 내 놓은 음식을 먹으며 이리저리 쫓기며 연명해 왔습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 이 녀석을 구조해 달라는 요청이 연이어 두분에게서 접수되었습니다.
이 녀석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이곳저곳 도움을 갈구하며 떠돌고 있었던 겁니다.
 
구내염이 걸린 길고양이의 눈은 삶의 기쁨 대신 슬픔과 고통으로 가득합니다.
만성적인 고통은 녀석들의 눈빛마저 공허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만성적이며 극심한 고통의 이유는 모르지만, 분명 녀석의 고통은 실존합니다.
이런 녀석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가슴에도 시린 바람이 불어옵니다.

구내염이 걸린 길고양이...
대체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

 
 
지난 2월 3일,
카라에서는 녀석의 구조를 결정했습니다.

한참을 포획틀에 들어가지 않아 애태우던 녀석을 다행히 한참만에 포획할 수 있었습니다.
녀석의 이름을 '홍대 푸르지오'라고 지었습니다.

 

 
녀석의 상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했습니다.
입안의 염증으로 이빨 상태도 엉망이었고, 장기간 먹지 못해 몸도 앙상했습니다.  
 
 
 
 심각하게 뭉친 털은 그동안 녀석이 겪은 고통이 얼마만한 것이었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고양이에게 있어 몸과 털 가꾸기는 생명처럼 소중한 것이자, 자존심이고 명예입니다..
 
구내염을 앓는 모든 길고양이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죽음에 이릅니다...
심각한 상태로 1년 이상 버티는 길고양이들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홍대푸르지오의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녀석은 고양이답게 푹신한 방석, 따뜻한 곳, 맛있는 음식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깔고 앉아 숨이 죽은 방석대신 두툼한 새 방석을 넣어주면,
기다렸다는 듯 냉큼 새 방석에 올라가 몸을 뉘었습니다.
 
하지만, 녀석의 몸 상태는 너무나 심각했습니다.
녀석은 카라에 구조된지 19일만인 2월 21일,
조용히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제 녀석의 모진 고통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거리에서 홀로 쓸쓸히 죽지 않고, 따뜻한 곳에서 슬퍼하는 사람들 품에서 죽어 다행입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녀석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의미에 대해 도무지 알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카라는 어떻게든 이런 고통을 줄여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노력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대신 울지 않기로 했습니다.
 
홍대푸르지오를 홍대인근에서 혹시 보신 분 있으신가요?

녀석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하실 분도 혹시 있으실까요?

이제는 고통없는 세상으로 떠난 홍대 포르지오의 안부를 전해드립니다.

 
한국 도시 길고양이들은 극히 열악한 삶을 살아갑니다.
 
음식쓰레기나 연민하는 분들이 내 놓은 음식으로 먹이는 어떻게든 조달한다고 해도,
급격한 도시화로 안전하게 은신할 곳이 거의 없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고양이가 편하고 안전하게 몸을 숨기고 쉴 곳이 없을 때 받는 스트레스는 막대합니다.
왜냐하면 고양이는 조용히 몸을 숨기고 견디며 스트레스를 이겨 내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양이들이 면역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면역이 떨어진 고양이들이 앓게 되는 질병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구내염 문제가 심각합니다.
 
우리가 작은 혓바늘이 돋았을때 얼마나 아픈지 한번 생각해 봅니다.
이런 혓바늘이 입안 전체에 퍼져있다면 정말 얼마나 아플까요..
 
구내염이 걸린 길고양이의 입안은, 혓바닥 잇몸은 물론 목구멍까지 헐고 짓물러 피가 흐릅니다.
 
사람처럼 며칠 아프고 낫는 게 아니고, 죽을때까지 계속 아픕니다.
얼마나 아플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고통이 전해져 옵니다.
 
고양이 구내염은 다시 면역이 약한 다른 고양이에게 옮아가서 매우 중요한 길 고양이 복지저하의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구내염이 걸린 고양이는 질병을 앓고 있는 고양이 자신도 매우 괴롭지만,
다른 고양이들에게 물이나 사료 그리고 분비물을 통해 몸이 약한 다른 고양이에게 옮을 수 있어 더욱 문제입니다.
 
그래서 주변에 구내염을 앓고있는 길고양이가 있을 경우, 이 녀석에게 약을 먹여 고통을 경감해주고,
음식을 따로주어 다른 고양이들의 감염 위험을 줄여주는 등의 활동이 반드시 꼭 필요합니다.
 
  

댓글 3

김수진 2015-08-04 20:01

공원에도 이정도까진 아직아니지만 놔두면 이렇게될 애들이 2마리 있어요..도움요청할 길이 없네요 전혀...


구경모 2015-03-26 17:38

눈물이많이나네요


길냥이 2015-03-11 15:49

이제는 아프지 않는 곳에서 편히 쉬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