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국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회는 22대 국회 후반기 첫 회의를 열고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심사했습니다.
법안심사소위는 발의된 법안의 취지와 필요성, 세부 조항을 하나씩 살펴보고 전문위원과 주무부처의 의견을 듣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데 이날 66건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농림축산식품부 김종구 차관의 발언을 살펴보면, 과연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보호 정책의 주무부처가 맞는지 되묻게 됩니다.
동물의 고통과 반복되는 산업의 구조적 문제보다 생산·판매업자의 영업상 부담과 규제를 먼저 걱정하는 듯한 발언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투기 목적의 동물 거래 및 동물 경매·알선 금지>
김종구 차관: 경매·알선·중개 방식의 금지를 통해 동물의 복지를 향상시키려는 개정 취지는 공감하지만 경매장의 전면 금지 시 유통구조의 혼란 및 음성거래 증가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서 대량생산 유통구조를 개선할 대안 마련 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투기 목적 거래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판매 월령 상향 역시 생산비 증가 등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민간동물보호시설로 오인하게 하는 명칭 사용 금지>
김종구 차관: 동물생산판매업자(=번식장, 펫숍)라는 이유로 민간동물보호시설 운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가장 높은 수준의 직업의 자유 제한에 해당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동물생산업자의 자격요건 신설 및 명의대여 금지>
(=강아지 공장 대신 소규모 브리더)
김종구 차관: 동물생산업자의 자격 신설 및 명의대여 금지 부분에 대해서는 수용이 곤란하다. 동물생산업은 허가영업으로 시설·인력 기준 및 영업자의 준수사항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고 있다. 신규 자격제도 도입에 따른 과도한 규제와 행정비용 발생 등을 고려한 자격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동물생산업자·판매업자의 기부금품 모집 행위 금지>
김종구 차관: 동물생산·판매업자(=번식장, 펫숍)가 동물 보호를 위해 선의로 기부금을 모집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영업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침해적 규정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규제 필요성과 비례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신중한 검토’입니까?
법률은 현실과 맞닿아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규제가 현장에 미칠 영향과 부작용을 검토하는 것 역시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그 ‘신중함’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는 따져 물어야 합니다. 시민사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국회의원들이 이를 동물보호법 개정안으로 발의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동물생산·판매업의 구조적 문제와 제도의 허점이 오랜 시간 반복돼 왔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동물들에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물생산·판매업장에서 금지행위와 준수사항 위반이 계속 적발되고 있음에도 현행 관리·감독 체계만으로 이를 충분히 막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역시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무부처가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규제로 인해 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입니까.
영업활동의 자유입니까.
기존 유통구조가 받을 충격입니까.
아니면 그 구조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동물입니까.
김종구 차관의 발언에서는 유독 ‘과도한 규제’, ‘행정비용’, ‘영업활동의 자유’, ‘생산비 증가’, ‘유통구조의 혼란’, 그리고 ‘신중한 검토’라는 말이 반복됩니다.
물론 정책을 만드는 정부가 이러한 요소를 검토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러나 동물보호법을 논의하는 자리라면 적어도 그만큼, 아니 그보다 먼저 동물이 처한 현실
과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절박한 고민이 들려야 합니다.
그 목소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김종구 차관에게 묻습니다. 동물보호 정책의 주무부처가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대상은 누구입니까?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신중함’은 업자의 부담이 아니라 동물의 고통을 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