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행동 카라의 공원급식소 중 한 곳인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7월 23일 아침 구조된 ‘라지’는 구조 당시 새끼를 낳던 중이었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출산을 시작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근처를 산책했던 분들의 말로는 구조 전날 저녁부터 야옹 야옹 우는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소리가 났던 저녁부터 출산을 시작했다면 무려 1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산통에 시달린 것입니다.
라지를 처음 발견했을 때 라지는 생식기에 미처 나오지 못한 새끼를 달고 있었습니다. 풀숲에 숨어 탈진한 듯 더 이상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않았고 도망갈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그대로 두면 라지도,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새끼도, 어쩌면 뱃속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새끼도 모두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긴급하게 라지를 구조했습니다. 사람과 유대가 없는 길고양이였음에도 불구하고 힘이 다 빠졌는지 콱 무는 것 말고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했습니다.
병원으로 이송하면서도 걸려 있는 새끼는 구하지 못해도 라지와 뱃속에 있는 새끼는 꼭 살아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병원에 도착해 진찰해보니 라지의 상태는 예상보다도 좋지 않았습니다. 길게 지속된 출산의 시간동안 라지는 자신 나름대로 새끼를 낳아보려 큰 힘을 줬나 봅니다. 자궁이 파열되어 새끼의 생사는 장담하지 못했고, 라지 역시 생명이 위험했습니다. 응급수술에 들어갔고, 결국 라지의 새끼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라지는 수술 후 회복되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고양이 반려인구가 증가하고, 고양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길고양이도 쓰레기봉투를 뜯기보다 케어테이커가 급여하는 양질의 사료를 먹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먹이 문제만 해결되었다고 길고양이가 맘 편히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발정 났을 때 보이는 행동으로 인해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들의 민원, 수컷들끼리 다툼으로 생긴 상처, 암컷을 찾기 위해 먼 거리까지 이동하다 발생하는 로드킬, 유선종양과 각종 생식기 질병, 개체수 밀집 지역에서 발생하는 전염병. 발정 후 임신, 생명을 위협하는 출산을 반복하는 암컷 고양이의 삶. 이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위협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위협은 중성화 수술로 없앨 수 있습니다. 도심 속 길고양이의 복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사람과 공존하는 최선의 방법이 중성화 수술입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카라가 운영하는 공원급식소의 길고양이 복지를 위해 꾸준히 집중 TNR을 해오고 있으며 TNR시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도 병행합니다. 길고양이 중성화율은 8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라지는 평상시 보이지 않던 개체입니다. 민가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젖 한 번 먹지 못하고 떠난 새끼고양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젖 한 번 물리지 못하고 새끼를 떠나보낸 라지도 이제는 임신과 출산의 굴레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살아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