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오늘, 농식품부에서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올해 3월부터 여러 동물보호단체, 수의사회, 학계 등 길고양이 관련 전문가로 구성하여 사전 회의를 비롯하여 여러 차례의 회의와 협의 끝에 이뤄낸 결실이다.
본 가이드라인에는 길고양이 돌봄의 목적과 고유의 생태 습성, 케어테이커 활동을 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점, 적정 급여량부터 건강관리, 구조와 입양 활동, 갈등 대처 및 학대 대응 방안까지 자세히 명시되어 있어 길고양이를 돌보려는 시민에게 표준적 돌봄을 위한 기본 지침서로의 역할이 기대된다. 가이드라인 중에는 갈등 해소를 위해 일정 시간 경과 후 밥그릇과 남은 밥을 치우는 등 상황에 따른 밥 주기 방법도 제안되어 있기도 하다.
또한 가이드라인에는 길고양이의 복지 증진을 위한 길고양이 중성화(TNR) 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사항들이 추가되어 이목을 끈다. 특히 길고양이가 포획되었을 때 길고양이 수술 대기, 수의사의 마취 방법 뿐 아니라 수컷과 암컷의 중성화수술 세부 방법과 TNR 수술 전 준비 사항에 대한 부분을 자세히 명시하였다. 또한 마취된 고양이의 필요에 따라 체온 유지를 위한 조치를 필수 준수 사항으로 제시함으로써 길고양이 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서 2002년, 과천시에서 최초로 지자체 TNR이 시범 시행된 이후 2008년 서울시에서 본격적으로 TNR 사업을 시작하며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사실 농림부의 TNR 사업에 대한 목표 설정 및 체계는 최초 사업 시작 시점부터 설정되어 있어야 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TNR 사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길고양이 관련 민원 처리에 급급한 채 TNR 사업이 실효성과 안전성 확보 없이 이뤄져 초기 정착에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소중한 생명이 직결된 국가 주도의 사업이었음에도 지자체 공무원과 협력 동물병원이 TNR 사업에 대한 이해도 및 생명 감수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길고양이 수술이 맡겨지기도 해 이때 생긴 불신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길고양이 돌봄은 우리 사회가 타자와 약자를 다룰 때 얼마나 성숙한 자세를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그간 길고양이 돌봄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과 학대 그리고 중성화 수술에서의 미비점과 이로 인한 동물의 피해는 우리 사회의 생명 존중 의식과 동물복지의 수준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본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의 제정은 함께 살아가는 동물에 대한 우리 시민들의 의식 향상의 징표라 할 것이다. 자궁을 남겨 둔 채 난소만 절제하는 난소 절제술 등 우리나라 길고양이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내용이 담긴 부분 등 일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이는 의미 깊은 진전이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금번 가이드라인의 발표로 더 안정적이고 표준적인 길고양이 돌봄이 이뤄지기를 바라며 중성화 수술과 관련해서 제기되었던 오류들이 대폭 개선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카라 또한 지자체 TNR의 지속적인 모니터 및 다방면의 TNR 교육에 대한 고민과 길고양이 캠페인 확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