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 갑돌이의 삶과 죽음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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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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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08

갑돌이와 갑순이는 한마을에 살았더래요..

네이버 메인에도 소개되었던 길고양이 신랑 '갑돌이'를 혹시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런지요?


http://happylog.naver.com/kara/post/PostView.nhn?bbsSeq=39486&artclNo=123461640847

네이버 메인에 소개되었던 갑돌이와 갑순이의 사연; 남겨진 갑순이도 갑돌이처럼 
자신의 삶을 의연하게 살아가기만을 바란다.


지난 1월 2일 신부 갑순이를 살뜰히 챙기고 삶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던 멋진 갑돌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내일이면 녀석이 이 근사한 세상을 떠나간지 49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녀석은 죽기 하루 전까지 자신을 보살피던 분이 내 주는 음식을 적게나마 받아 먹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다음날 녀석이 죽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갑돌이는 밀폐된 쉘터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열린 공간에 바람 막이를 설치하고
밖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해 배려해주었다. 아침에 물이 얼어 있는 이곳에서 갑돌이는 겨울을 났다.


돌이켜 보면 녀석이 죽기 하루 전, 하루 종일 갑돌이가 햇볕 좋은 마당에서
그윽하게 가족들을 바라보며 인사를 거냈다는 것이 어떤 작별인사였다는 것을
어리석고 둔한 사람들은 이제야 깨닫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인지한 듯, 하루 종일 가족에게 인사를 건넨 투사 갑돌이- 사람들은 둔해서 나중에야
깨닫는다. 이것이 녀석의 마지막 인사였다는 것을...


바로 다음 날 반나절 이상 녀석이 보이지 않고, 일주일여 음식 먹는 양이 줄어 걱정이 되었던 케어테이커는 두리번 거리며 녀석을 찾았습니다.
그때, 생명이 다하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는 갑돌이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가족들은 녀석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녀석이 어디에 있는지 찾았고...결국 마당 구석 계단 아래에 숨어 거친 숨을 내쉬는 갑돌이를 찾았습니다.
맨손으로 외부에 쌓여있던 기와장과 벽돌을 치우고 녀석을 구조하여 병원으로 이동했지만,
녀석은 바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갑돌이가 죽음의 순간 고통속에서 숨어들었던 계단아래 공간.


2009년 11월 수술을 받을때 동네 대장 고양이였으니 아마도 길고양이 나이로 만 일곱살은 넘은 것 같습니다.
태생이 신사였고 또 투사였던 녀석은,
그 다운 의연하고 독립적인 죽음을 맞았습니다. 

갑돌이가 떠난 거리는 조용하고 또 경건하다. 녀석은 거리에서 태어나 거리에서 떠나갔다. 


죽기 6개월 전쯤 다른 영역으로 떠나갔다가, 삶을 다하기 전, 원래 보살펴 주던 분 댁으로 돌아온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이 영역을 떠나갔던 갑돌이는 죽기 몇 개월전 다시 이곳을 찾았다. 자신을 보살펴 주던 분께 
인사를 건네기 위해서였을까? 건강한 고양이들은 아픈 고양이를 알아보고 음식을 양보한다. 
돌아온 갑돌이를 새로 유입된 다른 고양이들이 따뜻하게 품어주었다(맨 우측 동그라미 안이 돌아온 갑돌이).


갑돌이를 보살피던 가족분들은 좀 더 일찍 녀석을 병원으로 데려갔으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굵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삶의 마지막까지 극심한 고통을 견디며, 의연히 투쟁한 갑돌이는
병원에서의 죽음을 결코 원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녀석은 길에서 태어나 길고양이로서 살았고, 최선을 다해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삶에 충실했으며
모든 상황을 장악하고 통제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녀석은....최고로 훌륭하고 또...행복한 고양이입니다. 

이제 내일 새벽 녀석은 그동안 녀석이 삶을 위해 투쟁하고, 아내 고양이를 보살피기 위해 싸우기도 했으며,
대장 자리를 넘보는 녀석들과 승부를 겨루던 이곳 '차가운 아스팔트 거리'를 떠나
비로소 삶을 완성하게 될 것입니다.

갑돌아 부디 잘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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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들의 거리에서의 삶,
그들의 삶에도 기쁨과 슬픔 그리고 고통과 환희가 있습니다.

사람과 전혀 다를게 없습니다.

생명의 탄생과 실존하는 그 많은 고통의 이유과 죽음을
사람들의 짧은 지식과 경험으로 이해할 길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범주에 있는 '생명'을
사람들의 무지와 이익으로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길고양이들은 스스로의 삶을 다하고 죽어 가겠지만,
그 죽음이 사람들의 학대와 무지로 인한 것이 아닌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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