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는 어제 한국에서 초미의 관심대상인 고양이 셋을 만나고 왔습니다.
포천에서 AI에 감염된 길고양이 일가 중 살아남은 세 마리입니다.
아직 최종 검사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AI에 감염되진 않은 것으로 잠정 확인된 길고양이들인데, 카라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이 길냥이들의 안부를 궁금해하셨습니다.
어렵게 수소문하여 양주에 위치한 ‘경기 북부동물위생시험소’에 직접 가서 만나보았습니다.
급한 마음에 연락도 미리 드리지 못하고 찾아갔지만, 주무부서 팀장님께서 직접 상황을 설명해 주셨고, 외근 중이시던 소장님께서도 사무실로 돌아와 친절히 맞이해 주셨습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감염의심 길고양이 세 마리는 북부동물위생시험소 직원분들의 따뜻한 관리하에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조류독감 감염 여부 검사결과가 며칠 내 최종확인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직 중앙정부나 경기도의 지침이 하달되지 않아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검사결과 음성이라면 당연히 살던 곳으로 방사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시험소 측의 입장임을 확인했습니다.
행여 부실한 환경에서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던 것이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길고양이를 애정과 관심으로 돌봐주고 계신 경기 북부동물위생시험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지난 30일 정부는 포천에서 AI에 감염된 길고양이가 발견되었음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발표는 ‘조류독감’으로 알려진 AI 바이러스가 포유류에게 전파된 흔치 않은 사례라 많은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이 갑자기 길고양이에게 집중되었습니다.
일부 언론은 “고양이 AI 감염 의심 사례 발생, '영화' 같은 '악몽'”이라며 공포감을 확산했고, 또 어떤 언론에서는 “(정부에서) 길고양이를 포획한 뒤 살처분을 하라고 당부했다”는 오보까지 내며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를 부추겼습니다.
카라가 지난 12월 31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미 밝힌 것처럼 현재까지 고양이에게서 사람으로 조류독감(AI)이 전염된 사례는 ‘가능성 수준’에서 전 세계적으로 단 1건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그 사례조차 AI에 감염된 고양이들을 돌보던 수의사가 저병원성 H7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일 뿐입니다. 지금 한국에서 창궐한 고병원성 H5형도 아닌 H7형인데도 마치 금방이라도 길고양이를 통해 사람들이 AI에 감염될 것처럼 격한 기사를 쏟아낸 것입니다.
이처럼 기본적 팩트조차 확인하지 않고 ‘악몽’과 ‘살처분’을 경쟁적으로 뱉어내던 언론의 행태로 많은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AI 사태 대응을 총괄하고 있는 농식부에서는 전국 18개 시도에서 180여 마리의 길고양이를 포획, 조류독감 감염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사상 유례없는 AI 사태와 관련 방역책임이 있는 정부로서는 조류독감의 확산과 피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일 수 있겠지만, 실효성 없는 전시행정이라는 우려가 높습니다.
조류독감 발생지역 반경 3km에서 무작위로 길고양이를 포획하여 감염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길고양이의 치료와 복지를 위한 일이라면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겠으나, 실제 정부의 발표내용은 ‘감염 여부’만을 확인하겠다는 것일 뿐, 그를 통해 어떤 유의미한 결론을 낼 수 있을지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포획과 병원이송, 검사 및 계류과정에서 길고양이가 겪을 고통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혹여 AI에 감염된 개체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검사결과 음성인 길고양이들은 다시 살던 곳에 방사해 주겠다는 것인지 등 많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지만 속 시원한 답변은 없습니다.
“방역실패의 책임을 죄 없는 길고양이들에게 떠넘기려는 것 아닌가?”, “자칫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와 대량 학살로 이어지면 떻게 할 것인가?” 등등
카라에 이메일과 전화 등을 통해 많은 시민께서 걱정과 우려를 전달해주셨습니다.검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포천 길고양이 3마리의 안위를 확인하고 싶어 하시며 카라에 동물보호단체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연락도 많습니다.
물론 카라에서도 포천 길고양이들이 너무 걱정스러웠고, 그래서 오늘(4일) 그 길고양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경기도 북부동물위생시험소에 직접 가서 만나본 것입니다.
포천의 길고양이들은 잘 지내고 있음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걱정은 많습니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길고양이 포획 검사’ 사업과정에서 모든 지역이 경기 북부시험소처럼 길고양이들을 인도적으로 보살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동안 전국의 동물보호소들이 길고양이들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보호소에 입소한 동물들 대다수 운명이 어떠했는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4일 서울시는 길고양이의 폐사체를 수거하여 AI 감염 여부를 검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잘 살아가고 있는 길고양이를 불필요하게 포획, 검사하며 고통을 주지 않고 폐사체를 통해 AI 검사를 시행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매우 상식적이고 효율적인 것입니다.
이런 서울시의 모범사례가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하길 기대합니다.
길고양이는 AI 확산의 공범이 아니라 피해자입니다.
애꿎은 길고양이들을 희생양 삼아 문제의 본질을 피해갈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공장식 축산의 폐지와 동물복지농장의 확대, 생명존중의 동물정책으로의 전환을 위한 노력을 이제라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3,000만 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가 산채로 땅에 묻혔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생명이 희생될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현실감 있게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지금의 상황은 명백히 재난 상황입니다.
대재난의 시대.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했던 허리케인 카타리나를 포함, 다섯 건의 대형 재난을 연구 조사했던 리베카 쏠릿은 자신의 책 <이 폐허를 응시하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재앙을 대비하는 일은 생존을 궁리하는 일이 아니라 상호부조와 연대를 통해 폐허 속에서 ‘낙원’을 건설하려는 인간의 사회적 열망을 키워가는 일이다”.
속수무책 오르고 있는 달걀의 몸값을 걱정하기에 앞서, 죄 없는 철새와 길고양이를 탓하기에 앞서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른 생명들에 대한 우리의 책임과 의무를 진지하게 성찰해보아야 할 때입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정책팀-
조재경 2017-01-12 10:31
아.. 눈물난다... 고양이가 무슨죄야... 무능력하게 대처를 못한 놈들 때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