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카라에서 치료하게 된 짬타이거 '호두'를 기억하시나요?
호두는 군부대내 창고에서 태어난 새끼 길냥이입니다. 추운 겨울, 호두의 엄마는 추위를 피해 군대 창고에서 호두형제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호두가 태어난지 두어달도 채 안되었을 때, 군인들이 쥐를 잡겠다며 호두네 일가족이 살던 창고에 쥐덫을 설치했습니다. 아직 세상살이의 무서움을 채 배우지도 못했던 호두는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놀다 덫에 걸렸습니다. 호두는 아프고 무서워서 죽을 힘을 다해 다리에 덫을 매단채 도망쳤습니다.
다행히 마음 착한 군인 한분이 이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며칠동안 온 부대를 샅샅이 뒤져 호두를 찾아냈고, 덫에서 풀어준 뒤 창고 한켠에 숨겨주었습니다.
| 카라 센터에 처음 왔을 때의 호두
호두를 구해준 군인은 고양이와 함께 살아본 적도 없었지만 덫에 찢긴 호두의 다리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치료는커녕 고양이 사료를 구할 수도 없는 군부대내, PX에서 사람이 먹는 참치캔을 사다 호두를 챙겨줬지만 상처는 점점 심각해져만 갔습니다. 어찌 해야할지 몰랐던 군인은 카라에 도움을 요청했고, 덫에 걸린지 3주만에 호두는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뼈는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덫에 다친 상처가 큰데다 치료도 늦어진 호두의 발. 호두의 발은 피부와 근육이 오그라들어 모양도 기능도 정상적이지 못한 상태이지만, 한달넘는 치료 끝에 호두는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5월 8일, 호두를 구조했던 군인이 드디어 제대를 했습니다. 한시바삐 호두를 만나고 싶다는 반가운 전화를 받고 카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혹여라도 제대후에 나몰라라 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5월 10일. 호두는 카라의 활동가들과 함께 평택의 새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갔습니다. 화장실과 전용밥상, 숨집에 스크레쳐까지. 한번도 고양이와 함께 살아본 적이 없다던 구조자는 알뜰하게 호두를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호두를 구조해준 군인형아는 카라의 활동가들에게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호두가 많이 할퀴지는 않던가요? 창고에서 돌볼 때 제 손을 많이 할퀴었었거든요”
겁에 질린 호두가 구조자에게 땡깡을 많이 부렸던 모양입니다. 생면부지 낯선 고양이 때문에 손이 상처투성이가 되면서도 다친 새끼 길냥이를 외면하지 않았던 청년의 따뜻한 마음, 그 마음의 온기가 한 생명을 살렸습니다.
| 이제는 만질 수 있다!
카라는 그래서 아직은 세상이 따스하다고 믿습니다. 어린 나이에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겪었던 호두가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