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몽글몽글 분주하던 지난 3월,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카라로 연락을 하셨습니다.
경북 초중고등학생 대상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주관 찾아가는 해양교실의 과학탐구 프로그램(오징어 해부 및 관찰)을 제보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해당 프로그램 안내 및 신청서 자료와 함께 아래의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미성년자의 동물 해부실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제24조의 2)이 2020년 3월 21일부터 시행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동물 해부실습을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게 마련되어있지는 않지만, 과연 초중고등학생들에게 해부실습을 학교에서 허용해주어야 하는지는 논란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언급하신 개정안이 생기기에 앞서, 이미 미성년자 동물 실험은 교육부에서 2007년 생명윤리교육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교육 과정에서 삭제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국가들에서는 동물복지에 대한 고려 뿐 아니라, 해부실습 등 어린이 청소년의 동물 실험이 '비교육적 '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경우 해부 시뮬레이션을 사용하거나, 미국의 경우 동물해부 대신 대체물을 선택해 교육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카라는 첨부와 같이 '해양수산부 포항지방해양수산청 해양수산환경과' 앞으로 <미성년자 동물 해부실험·실습 중지 및 생명존중 교육으로의 전환 요청> 공문을 보냈고
해당 기관으로부터
"미성년자 해부실습으로 인한 동물 생명권 경시 우려 및 미성년자 정서 보호 취지에 공감하는 바, 우리 청에서는 향후 해양교육 프로그램이 생명존중 교육을 이끄는 모범현장이 되도록 조치"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한 편, 동물보호법 제2조의 1에서 규정하는 척추동물이 아닌 무척추동물의 경우 마치 “사용가능한 동물”처럼 여겨집니다.
기관으로부터 답변으로 받은 공문에도 유사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동물보호법 제2조(정의) 및 같은법 시행령 제2조(동물의 범위)에 대한 검토 및 해당 법률을 소관하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문의한 바, 무척추동물(오징어, 조개 등)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한국의 동물보호법은 고통을 느끼는 “척추동물”로 한정합니다.
동물보호법의 “동물”의 좁은 정의는 앞으로 미성년자 해부실습 금지 조항의 사각지대가 되어 더 많은 불필요한 실습들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지 않을지 우려스럽습니다.
과연 “사용가능한” 동물이 있을까요.
“사용가능한” 동물을 이용한 실습은 교육적이고 반드시 필요한 실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미 선진적인 흐름 속에선 보다 더 포괄적으로 많은 동물들을 보호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보호 받아야 할 동물에 두족류(문어, 오징어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뉴질랜드의 경우 문어, 오징어, 갑각류를 포함합니다. 이는 스위스, 노르웨이 역시 동일합니다.
그 이유는 이 모든 무척추동물들 역시 고통을 느끼고, 그 고통은 동물들에게 큰 스트레스와 위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적법성을 따지는 게 아니라 해부실습에 대해 동물이 이용된 실험이 윤리적으로 타당한지 고민해야 합니다.
동물과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담긴 교육을 위해서 미성년자 해부실습 금지조항이 생긴 만큼, 그 법 조항을 기준으로 불법적이지 않은 실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성년자 해부실습을 전면 금지하고 여러 대체수업 도구와 교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이어지는 맥락에서 카라는 대체 실습의 가능성을 알리고자 동물의 해부모형 교구를 대여하고 있습니다.
▶해부 모형 교구(쥐, 개구리) 대여 신청하기: https://forms.gle/7pFciq1e1ztajsrT6
이번 제보 건의 대응 사례 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시기에 생명을 접하는 모든 과정이, 살아있는 것 자체로의 존엄성과 소중함을 느끼고 깨우칠 수 있는 현장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