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모본] 동물 안전 촬영, 이제 기준이 필요합니다. (모니터링 제작사 답변 분석)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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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0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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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 개봉하고 방영한 국내 영화(161편)와 드라마(146편) 총 307편 중 269편을 모니터링 하였고, 그 중 영화 38편(29%), 드라마 76편(55.1%)에 동물이 출연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269편을 모니터링하고, 이 중 102편에 공문을 발송하여 28편으로부터 제작진의 생생한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번 두 번째 게시글은 제작진의 답변을 바탕으로 현장의 동물 촬영 현실, 가이드라인과 크레딧 활용 실태, 제작진의 고민, 향후 개선점 등을 다룹니다.



카라는 제작사에 공문 102개를 발송하였습니다.

카라는 동물이 출연한 작품 114편 중 102편에 공문을 작성하고 발송하였습니다. 작품이 제작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촬영 스태프들은 해산되는 현장 특성상 담당자에게 공문을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제작 연도가 오래된 작품들은 제작사 자체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카라는 제작사의 답변을 잘 끌어내기 위해 각 공문에는 모니터링 내용을 상세하게 작성하였고, 공문은 일괄 발송이 아닌, 개별 발송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공문에는 동물 촬영에 관한 6가지 질의를 담았습니다. 

1번부터 4번까지 질문은 모니터링 내용에 따라 질문이 달랐고, 5~6번은 공통 질문이었습니다.

  • 1~3번 질문: 동물 안전 촬영 문구에 관한 질의(안전 촬영 안내 표기/비표기 이유, 가이드라인 참고 여부, 가이드라인 종류 등)
  • 4번 질문: 동물 업체 질의(어디서 섭외되고 반환되었는지)
  • 5~6번 질문: 촬영 중 다치거나 죽은 동물 없는지, 카라 가이드라인 안내


총 28편의 제작사 답변을 받았습니다.

영화 13편, 드라마 15편이 카라의 모니터링 내용에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공문 발송한 102편 중 답변율은  27.5%이었습니다.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제작진부터 관련 정보가 없었던 제작진까지 다양한 답변을 통해 현장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동물은 안전하게 촬영되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는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을까요?

답변한 28편 작품 중 9편은 ‘동물이 안전하게 촬영되었다’라고 안내 문구를 표기하였습니다. 세부적으로는 ‘가이드라인 참고’가 6편, ‘전문가 입회’ 또는 ‘안전 촬영’으로 표기한 것이 3편이었습니다. 동물 안전 촬영 인증 절차는 물론 정부 가이드라인도 없는 국내 현실에서 제작진들은 어떠한 고민으로 안내 문구를 표기하였을까요?


시청자/관객에게 ‘현장의 동물 촬영 안전 노력’을 알리기 위해 안내 문구 넣었다.



답변한 제작진들 대다수는 미디어 속 동물의 안전을 염려하는 시청자/관객들이 입장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제작진은 현장의 안전을 위하여 노력(88.9%)했고, 건강 상태 사전 확인하고 휴식을 제공하는 등 동물 복지 측면도 고려(55.6%)했습니다. 또한, 촬영 전(프리프로덕션) 동물 전문가와 함께 대본에 동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없는지 등을 사전 검토(44.4%)하였습니다. 제작진은 현장의 노력을 시청자/관객에게 알리기 위하여 ‘안전 촬영 안내 문구’를 표기하였고, 동물 촬영에 대한 오해나 염려를 방지하고자 하였습니다. 
    • 프리프로덕션: 제작 초기 단계. 대본이나 시나리오 개발 및 완성 후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
      프로덕션: 촬영 단계
      포스트 프로덕션: 촬영 후 후반작업


동물 촬영을 안전하게 했지만, 안내 문구를 넣어야 하는지 몰랐다.
동물 안전 촬영 안내 문구가 없었던 작품들은 동물 촬영에 대한 고민이 없었을까요? 안내 문구가 없었던 19편의 제작사 답변을 살펴보면, 9편이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였다고 할 정도로 대다수의 제작사에서 동물의 안전 촬영을 고민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안내 문구를 크레딧에 넣지 않았을까요?


제작진은 ‘위험한 촬영이 아니었고’(31.6%), ‘동물 출연 비중이 작아서’(21.1%) 안내 문구를 넣을 생각을 못 했다고 답변했습니다. 또한, ‘단순 누락이었다’라는 답변도 26.3%로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안내 문구가 없는 작품들의 답변에서도 동물 안전 촬영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확인할 수 있던 것으로 보아,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과 안내 문구 표기 기준이 없는 현실로 인하여 발생한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촬영 현장에서는 어떤 가이드라인이 활용되었을까요?


답변한 제작사 중 57%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 참고했다’ 답변

크레딧에 가이드라인 안내 문구가 없었던 작품 중에도 세부 답변을 통해 10편이 가이드라인을 참고했음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답변한 28편 중 16편, 57%가 가이드라인을 참고한 것입니다. 현장에서는 어떤 가이드라인을 참고했을까요?



가이드라인의 출처로는 ‘제작사의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이 31.3%로 가장 많았습니다. 한 제작사는 안전한 동물 촬영 환경 조성을 위해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였으며, 이를 작품 대본에 수록하고, 내부 교육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카라 가이드라인’은 25%로, 다수의 제작진이 촬영 전부터 카라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여 현장에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카라 가이드라인은 미국 AHA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하여 2020년에 국내 최초로 제작된 가이드라인으로, 동물 촬영 준수사항, 단계별, 종별 가이드라인 등 상세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OTT 가이드라인’이 18.8%이었습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 등의 OTT를 통해 가정에서 콘텐츠를 시청하는 문화로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외국국자본의 OTT 투자를 받아 제작되는 국내 콘텐츠들이 많아졌습니다. 해외 기반 OTT의 경우, 동물 촬영 가이드도 해외 기준으로 마련되어 있으며, OTT 투자를 받은 제작사는 가이드를 따라야 합니다. 일부 OTT 가이드라인에는 촬영 시 어류를 몇 초 이상 물 밖으로 꺼내어선 안 된다는 지침이 있는 등 종별 가이드도 포함된 것을, 제작진을 통해 확인하였습니다. 이 외에는 동물업체, 방송사 가이드라인이 있었으며, 영상제작자 커뮤니티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고사항은 기타로 포함되었습니다.


가이드라인의 종류와 범위도 확인하였습니다. 답변 내용에 따라 ‘기본 가이드’, ‘단계별 가이드’, ‘동물복지 가이드’ 세 가지로 구분하였습니다. 가장 상세한 내용을 포함하는 ‘동물복지 가이드’에는 ‘카라 가이드라인’과 ‘OTT 가이드라인’이 포함되어, 43.7%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동물 촬영 전부터, 촬영 후까지 동물의 안전을 살펴야 하는 ‘단계별 가이드’를 참고한 현장은 31.3%였으며, 동물에게 휴식, 물, 공간 제공 등 기본 가이드는 25%였습니다.


영화 <빅토리>는 크레딧에 안내 문구를 표기하지 않았으나, 카라의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프리프로덕션 기간부터 크랭크업까지 참고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스틸컷 제공: 안나푸르나필름, 마인드마크


영화 <빅토리> 제작진은 제작사 대표, 감독, 프로듀서 등 주요 스태프들과 카라 가이드라인을 공유하였으며, 촬영 현장에서는 출연 동물 ‘봉구’만을 전담하는 제작사 소속의 스태프 1인을 배치하였습니다. 전담 스태프는 촬영 전 약 3개월 동안 ‘봉구’와 함께 전문 훈련사에게 기초 훈련을 받으며 유대감과 전문성을 쌓는 등 촬영의 안전과 복지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카라 가이드라인은 영화 제작사는 ‘동물의 권리와 복지를 고려하고 있다’라고 동물 훈련사, 수의사, 관련 스태프에게 자주 언급해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특히 프로듀서나 감독이 직접 구체적으로 언급할 때 더욱 큰 효과를 낳는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영화 <빅토리>의 사례는 카라 가이드라인이 적절하게 반영된 긍정적인 사례입니다.

스틸컷 제공: 안나푸르나필름, 마인드마크


촬영 현장의 전문가는 누구였을까요?
답변을 보내온 제작사 중 ‘전문가 입회’ 안내 문구를 표기한 작품은 3편이었습니다. 세 편 모두 전문가는 ‘동물 대여 업체’ 담당자였다고 답변하였으며, 이 중 한 편은 농장업체 담당자도 있었다고 복수 응답하였습니다. 


동물업체 담당자가 출연 동물에 대한 전문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촬영장 속 동물복지를 고려하는 동물 업체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 업체 중에는 미디어 출연에 익숙한 동물뿐 아니라, 야생동물까지 대여를 진행하는 곳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해당 업체가 직접 관리하는 동물이 아니고, 하청에 하청을 통해 동물이 촬영 현장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동물에 맞는 전문가가 배치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출연 동물의 안전 책임이 ‘동물 업체’로만 국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촬영 현장에서 농장동물의 안전을 살필 '전문가'로 농장주를 배치한 점은 부적절합니다. 농장의 특성상 동물이 '식용'으로 분류되어, 촬영 탓에 동물이 죽는다고 해도 농장주는 제작사에 보상받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물업체와 농장을 제외하고, 수의사나 외부 전문가는 없었던 점은 차차 개선되어야 합니다.

영화 <도그데이즈>는 카라 가이드라인을 관련 스태프와 동물업체가 함께 인지하고 프로덕션을 진행하였고, 현장에서 동물업체의 훈련사 외에도 수의사가 동석하였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사진 출처 CJ ENM

또한, 영화 <도그데이즈> 속 ‘완다’가 길을 잃고 질주하는 장면에서도 동물의 안전을 위한 노력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해당 장면은 완다와 깊은 신뢰 관계를 형성한 훈련사가 녹색 타이츠와 녹색 리드줄을 이용하여 함께 촬영한 후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다가 홀로 뛰어가는 장면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출연 동물은 어디에서 섭외되었을까요?

크레딧에 동물 업체가 표기되지 않은 경우, 동물은 어디에서 섭외되었을까요?
지난 게시글에서 동물 출연 작품 중 60.5%만 동물 업체 혹은 동물 실제 이름을 크레딧에 표기했고, 39.5%는 동물에 대한 정보를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 동물은 어디에서 섭외되었을까요? 그리고 출연 동물들은 모두 안전하게 돌아갔을까요?



답변한 28편 작품 중 19편은 크레딧에 동물업체를 표기하였고, 촬영 후 모두 동물업체로 되돌아갔다고 답변했습니다. 동물업체를 표기하지 않은 9편도 동물 대여 업체 섭외가 4건(44.4%)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현장 섭외가 2건(22.2%) 있었는데 촬영 장소에서 보호자와 함께 섭외되어 촬영되는 경우들이었습니다. 이밖에 지나가는 길고양이를 다큐 형식으로 촬영한 1건, 스태프 동물이 출연한 경우 1건, 그리고 업체 구매가 1건 있었습니다. 

업체 구매의 경우, 촬영 후 업체에 반환하였다고 답변하였습니다. 해당 작품의 출연 동물이 어류(관상어)였던 점을 고려하면, 촬영을 위해 동물이 소품처럼 구매 후 반환되었고, 제작진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도 없었던 것은 아닐지 우려스러웠습니다. 보통의 촬영 현장은 촬영을 목적으로 진행되기에 공기나 온도가 쾌적하지 않으며 동물에게 해로울 수 있습니다. 특히 어류의 경우, 장시간 뜨거운 조명에 노출되면 수온이 상승하여 위험합니다. 다행스럽게 어류가 안전하게 촬영되었다 하더라도 촬영 후 어떻게 관리할지도 중요합니다. 섭외된 동물이 아니라, 구매된 동물의 경우 돌아갈 곳이 없어서 다른 스태프들이 떠안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관상어들이 현장에서 소품이 아니라, 생명으로 여겨지기 위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정말 동물이 필요한 장면인지부터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촬영으로 인하여 죽거나 다친 동물은 없다 96.4%
답변한 28편 작품 중 27편은 촬영 중 죽거나 다친 동물이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있다’는 1건으로 이전 동모본 대응 사례에 해당합니다.




동물 안전 촬영을 위한 현장의 노력은? ‘전문가 배치’ 57.9%, ‘가이드라인 참고’ 47.4%



안내 문구가 없었던 작품들을 대상으로 동물을 안전하게 촬영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다양한 노력 중 안내 문구가 없는 작품들에서도 ‘가이드라인’과 ‘전문가 배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번 모니터링 활동, 특히 제작진 답변을 살펴보면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부분이 ‘가이드라인’이었습니다. 지금의 촬영 현장에서 안전한 동물 촬영을 위한 가장 첫 번째 단계가 ‘가이드라인’과 ‘전문가 배치’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프리프로덕션부터 안전 촬영 고려’(26.3%), 담당자 교육(21.1%)도 동물 촬영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지점으로, 현장에서 고려되고 있는 점이 반갑습니다.

카라의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 ‘알고 있다’ 42.9%, ‘참고했다’ 17.9%
2020년에 국내 최초로 제작되었던 카라의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은 앞선 <도그데이즈>나 <빅토리>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내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카라의 모니터링 공문에 답변한 28편 중 12편(42.9%), 절반 가까이가 카라 가이드라인을 이미 알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5편(17.9%)은 카라 가이드라인을 참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작진들은 카라 가이드라인의 주요 사항을 촬영 전 및 촬영 과정에서 주요 스태프에게 고지했고, 동물 촬영 시 카라 가이드라인 참고했다고 세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카라의 이번 모니터링 활동을 통하여 확인했습니다.

  • 2024년 국내 영화의 29%, 드라마의 55.1%에서 동물이 출연했습니다. 하지만, 동물은 여전히 소품(50.8%)처럼 등장했습니다. 
  • ‘개’의 출연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영화 42.1%, 드라마 57.9%) 고양이와 말도 10~20%였으며, 야생동물이나 어류, 조류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 작품 중 60.5%만 동물이 어디서 섭외되었는지 크레딧에 동물업체를 표기했습니다. 업체를 표기하지 않은 경우도 대부분 업체에서 동물을 섭외하였습니다.
  • 동물 안전 촬영 문구 표기율은 드라마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드라마 55.3%, 영화 15.3%)  제작사는 시청자에게 현장에서 동물의 안전을 고려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안내 문구를 자체적으로 넣었습니다. 안내 문구가 없는 작품도 ‘전문가 배치’ 57.9%, ‘가이드라인 참고’ 47.4% 등 동물을 안전하게 촬영했지만, 안내 문구를 넣어야 하는지 몰라서 누락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 답변한 제작사 중 57%가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 참고했다’고 말했습니다. 참고한 가이드라인은 제작사 가이드라인 31.3%, 카라 가이드라인 25%, OTT 가이드라인이 18.8%였습니다. 특히 카라 가이드라인은 제작사의 42.9%가 이미 알고 있으며, 17.9%는 참고한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출연 동물의 절반은 소품처럼 촬영된다. 금붕어는 촬영 후 어디로 갔을까?
2024년 방영 드라마의 과반수에서 동물이 출연할 정도로 국내 미디어에는 많은 동물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동물 촬영을 위해 직접적인 연출을 피하거나, 모형 또는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는 등의 현장의 고민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출연 동물의 절반은 이야기와 상관없이 2~3초 내외로 짧게 소품이나 배경처럼 등장했고, 특히 어류, 조류, 농장동물은 크레딧에 동물업체(동물 섭외 경로)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어항 속 금붕어, 잠깐 등장한 햄스터나 병아리가 어떤 경로로 촬영 현장에 왔고, 어디로 되돌아갔는지 시청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크레딧에 동물 업체가 반드시 표시되어야 합니다.

지금의 안내 문구 ‘동물 장면은 안전하게 촬영되었다’는 안전을 증명하지 못했다.
카라 가이드라인 제작 후 국내도 ‘동물 출연 장면은 안전하게 촬영하였다’라는 안내 문구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태종 이방원’ 출연 말 ‘까미’ 사망 사건으로 인해 미디어 속 동물 권리 및 안전의 중요성을 미디어 종사자들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안내 문구는 점차 늘어났습니다. 이번 모니터링 활동에서도 제작진들은 시청자와 관객들에게 ‘동물 안전 촬영’을 알리기 위해서 안내 문구를 넣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와 같이 제작사가 촬영 시 동물의 안전을 고려했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은 긍정적인 방향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안내 문구는 현실적으로는 동물 안전 촬영의 지표가 될 수 없었습니다. 안내 문구를 표기하지 않은 작품들 절반 가까이가 가이드라인을 참고했을 만큼 동물 촬영을 고민했으나, 동물 안전 촬영 안내 표기에 대한 절차나 기준이 없기에 누락한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안내 문구를 표기했으나, 건강해 보이지 않는 동물이 출연하고, 촬영 중 죽은 동물이 있는 경우도 발견되었습니다. 

미국 헐리우드 영화에서 등장하는 AHA의 "No Animals Were Harmed"는 영화 제작 과정 중 어떤 동물도 다치거나 해를 입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똑같은 안내 문구이지만, 무게는 다릅니다. 영상물에 이 문장을 달기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국 인도주의 협회(AHA, the American Humane Association)의 인증마크를 영화나 방송에서 달기 위해서는 스크립트 제출, 현장 모니터링, 보고서 제출, 사전 영상물 시사 등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인증마크 기관이나 정부 가이드라인도 없으며, 안내문구 표기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제작진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사이, 정부 가이드라인은 어디에 있나요?

카라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지 이제 5년이 되어갑니다. 그사이 OTT 기반의 콘텐츠들은 더 증가했으며, 한국 콘텐츠가 OTT를 통해 글로벌 인기를 끌며 전 세계적 영향을 끼치는 작품들도 생겨났습니다. 동물권 인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민들의 동물권 인식이 향상되면서 미디어에 등장하는 동물의 안위를 걱정하는 시청자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작한 후 시청자들과 함께 미디어 속 동물을 지키기 위한 플랫폼 ‘동모본’을 오픈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이번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많은 제작사가 동물의 안전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고, 가이드라인과 전문가의 도움 속애 촬영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표기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 ‘가이드라인이 있는 줄 몰랐다’라는 현실도 존재합니다. 현재는 오로지 창작자들에게만 동물 촬영의 준비부터 책임이 부과되고 있기에 스태프들의 역량에 따라 동물 촬영의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공작새>의 변성빈 감독은 모니터링 공문에 대한 답변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전했습니다.

사진 출처: 영화 <공작새> 포스터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 지원 사업을 통해 제작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제작 과정에서 관련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 설명이나 공지가 제공된 바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보다 많은 영화 현장에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전달되고 적용되어, 모든 제작자들이 책임감 있는 기준 아래 작업을 진행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제작 환경 전반에 걸쳐 제도적 안내가 더욱 체계적으로 확산되길 희망합니다.
동물을 아끼고, 생명의 가치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며 헌신하고 계신 활동가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수고해 주시는 그 마음이야말로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가는 힘이라고 믿습니다.”

가이드라인은 법적 제재가 아닙니다.
KBS <태종 이방원> 사건으로 인해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2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가이드라인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당해 상반기까지 제작을 목표로 하였고, 6월 초안도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농식품부의 초안은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협의체의 회의에서 일부 참여자는 가이드라인이 법적 규제로 작용될 것을 염려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외 시청자들의 동물 안전 촬영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정부 가이드라인이나 크레딧 표기 지침이 전무한 상황입니다. 그 결과, 크레딧에 안내 문구가 없더라도 실제로 동물의 안전을 충분히 고려한 사례가 존재하는 반면, 안내 문구가 표기되었음에도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도 함께 확인되었습니다. 실질적 기준, 표준화된 가이드라인과 검증 가능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렇기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미디어 동물을 위한 동물 복지 가이드라인을, 영화진흥위원회는 창작자를 위한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을 각각 역할과 목적에 따라 제작하고 배포해야 합니다.

이제는 자율을 넘어, 표준으로 나아갈 때입니다. '보이지 않는 책임'도 크레딧에 담겨야 합니다.
미디어에 동물이 출연할 때, 모든 제작사가 초기 단계부터 참고하고 적용할 ‘표준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또한, 크레딧에 동물 촬영 관련 정보를 명시하도록 하는 '표준화된 지침'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시청자에게는 신뢰를, 제작자에게는 기준을, 동물에게는 존중을!
동물이 화면에 등장하는 그 순간, 시청자와 관객은 그 생명이 안전했는지를 궁금해합니다. 현장의 창작자들 또한, 동물을 안전하게 촬영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관심과 노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시기입니다. 카라는 오는 10월 28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리는 제8회 서울동물영화제에서 모니터링 활동을 기반하여 창작자들과 함께 안전한 동물 촬영에 대한 스페셜 토크를 나눌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동물 출연 환경의 변화를 촉진하며, 제작사와 함께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콘텐츠 제작 문화를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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